<김주언 칼럼> 4차산업혁명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다

<김주언 칼럼> 4차산업혁명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다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19.04.18 19:19
  • 수정 2019.04.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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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최초로 이동통신 5G 상용화에 들어갔다. 앞으로 5G기반의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전반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벌써부터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장밋빛 전망이 언론을 달구고 있다. 이른바 ‘4차산업혁명’의 초입에 들어선 것이다. 정부도 세계최고의 5G 생태계를 조성해 2026년까지 양질의 일자리 60만개를 창출하고 73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 등 기술혁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생활도 나아질 수 있을까.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4차산업혁명’은 우리 시대를 구원하는 복음이 될 수 있을까. 긍정적 효과를 예상하는 희망적 전망이 난무하지만 부정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노동없는 성장’에 불과할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금융자본만 살찌우고 노동자를 빈곤층으로 떨어뜨렸다면, 기술혁신은 로봇이 남은 일자리마저 빼앗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 일자리보고서(2016년)는 “2020년 510만개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말 택시기사들이 총파업에 들어갔고 한 택시기사는 분신 사망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택시기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카카오가 카풀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해 일단락됐지만,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위협은 택시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면 버스 화물차 등의 운전자들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자율주행차의 유지비는 인간운전자 고용비용보다 수백배는 저렴하기 때문이다. 언뜻 대기업과 택시업계의 밥그릇 전쟁으로 보이지만 기술진보가 보통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위험이 코앞에 닥쳐왔음을 가시화하는 사건이다.

철도도 자동 및 무인운전이 도입된다. 의료 인공지능은 전문의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외과수술도 가능해진다. 문서작업을 주로 하는 직종 역시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많은 수가 줄어들었고 더 감소할 것이다. 은행도 핀테크의 발전으로 인원을 점점 줄여나간다. 인터넷뱅킹으로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마트에는 무인계산대가 등장해 사람이 주문을 받거나 결제를 도울 필요가 없어졌다.

기계와 소프트웨어에 의한 노동의 대체는 진행중이다. 아직 특정직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택시업계처럼 강하게 저항하기도 쉽지 않다. 신입사원을 덜 뽑고 직장인들은 조기 퇴직한다. 일자리가 없어 비자발적 실업에 놓인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실업률 증가와 맞물려 소득불평등과 경제적 양극화 또한 심화한다. 보통사람들은 빈민으로 추락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보통사람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기술혁명은 왜 우리의 삶을 발전시키기보다 위협에 빠뜨리는가. 대만 출신 미국 사업가 앤드류 양은 저서 ‘보통사람들의 전쟁’(The War On Normal People)에서 “자동화가 진전되면 실업쓰나미가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양은 저서에서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7년안에 미국인 1,3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차산업혁명 과정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모두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인간이 두뇌를 써서 수행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컴퓨터 유지비는 인간노동자와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5~2020년에 71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 보고서(2016년 12월)는 시급 20달러미만의 일자리중 83%는 자동화하거나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미국에서만 220만~310만개의 운전기사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계산원, 패스트푸드 음식점 점원, 고객 서비스 상담원 등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혁신기술도 곧 등장한다. 자산관리인 변호사 보험중개인과 같은 고소득 화이트칼라도 예외는 아니다.

앤드루 양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조차도 일자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사업아이템을 찾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상담원을 대신하는 소프트웨어는 물론, 배달앱과 물류자동화시스템 등 효율성을 높여주는 기술개발에 뛰어든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다른 일자리를 없애는 길로 이어지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쇼핑이 일반화하면서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들은 급격한 매출하락을 겪고 판매원들의 실직을 불러왔다.

미국에서 2017년은 ‘소매업의 종말’로 불리는 현상이 시작됐다. 2016년 10월에서 2017년 5월 사이에 백화점에서 일하던 근로자 10만명이 실직했다. 석탄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이는 쇼핑객의 감소로 이어져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다. 자율주행 로봇의 등장으로 배달원들의 일자리도 위태롭다. 2016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종사하는 사무 및 행정직군이 가장 큰 일자리 감소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사회는 처참해졌다. 자살률이 처음으로 자동차사고 사망률을 앞질렀다. 미국인의 75%는 통장에 단 400달러도 없다. 일자리가 사라져 사람들은 결혼을 기피한다. 한때 제조업으로 번성했던 도시는 모조리 쇠락했다. 교육수준이 낮은 백인 남성의 기대수명이 흑인 남성과 비슷해졌다. 빈곤과 불안, 분노 때문에 극우적 사고가 사람들을 좀먹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하다.

미국사회는 불평등이 극심해지고 많은 노동자가 건강과 가족을 잃었다. 이들 중 다수가 분노한 대중이 되어 인종주의와 포퓰리즘정치의 기반이 됐다. 정치적 불안과 마약 등 병폐도 나타난다. 기술이 발달하면 더 풍요로워져야 하지만, 경제적 불안을 느끼는 것이 자동화의 역설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가 기술발달과 손잡아 적은 고용으로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사회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성장정체와 일자리 급감은 지구적 위기의 근본배경이다.

세계는 2008년 금융자본주의의 종말을 지켜보았으나 10년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앤드루 양은 일과 돈이 연계되지 않는 미래를 꿈꾼다. 일을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일이 지닌 ‘정신적이고 사회적 이득’을 일차적 가치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적 자본주의’이다. 양은 월급봉투에 적힌 금액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대안은 전국민에게 소득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제이다. 그는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주자로 나섰다. 그가 내세운 대선공약 무기가 바로 보편적 기본소득제이다.

양은 루스벨트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성인 1인당 연간 1만2,000달러를 지급하면 경제는 해마다 12.56~13.10% 성장하고 노동인구는 450만~470만명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람들 손에 돈을 쥐어주는 것만으로도 일자리와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제는 여러나라에서 실험중이다. 앤드루 양이 내년도 대선에서 트럼프를 누르고 세계대통령으로 탄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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