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3ㆍ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으며

<김주언 칼럼> 3ㆍ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으며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19.01.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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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 및 대한민국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주화 실물공개행사가 열린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에서 가수 비와이와 독립운동가 손자가 함께 기념주화를 선보이고 있다.
3·1 운동 및 대한민국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주화 실물공개행사가 열린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에서 가수 비와이와 독립운동가 손자가 함께 기념주화를 선보이고 있다.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3ㆍ1운동의 발발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격동의 세월을 거쳐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끌어온 시대정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3ㆍ1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독립선언서에 따른 임시정부의 수립이었다. 임시정부의 임시헌장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로 이어진 조항이다. 또한 헌법은 3ㆍ1운동과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출발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3ㆍ1운동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가 없는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다. 당시까지 반제국주의 민중운동이 평화를 내세우며 비폭력으로 전개된 예는 없었다.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혁명은 유혈 계급혁명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한반도에서는 국민(2,000만명)의 10%인 200만명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치며 일본 경찰의 총칼에 맞섰다. 비폭력 평화시위였다. 해외 한인사회에도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임시정부 수립은 왕정과 식민 지배를 넘어 세계에 민주공화국을 선포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뿌리가 됐다. 인구의 10%가 전국서 자발적으로 3ㆍ1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에 민주공화제의 가치가 돋보인다. 민중의 힘으로 봉건왕조를 무너뜨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10년 일제의 강제병합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민족의 독립과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것은 획기적 사건이다. 세계가 감탄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후 중국의 5ㆍ4운동뿐 아니라 아시아 피식민국가의 독립운동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3ㆍ1운동은 단지 역사 속의 사실로 그쳐서는 안된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오늘을 규정하는 가치가 3.1정신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100년을 설계해나갈 정신적 지주로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제로부터 독립해 자유와 평등에 기반을 둔 민주공화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선열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우리는 1945년 빛을 찾았다. 그러나 외세에 의해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됐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반도에는 평화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민족통일이라는 한반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학술단체, 시민사회도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중이다. 비폭력 무저항으로 시작된 자유 인권운동이자 국민주권운동을 기리기 위한 사업들이다. 3ㆍ1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유관순열사이다. 유열사를 중심으로 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담은 영상소설이 우선 눈에 띈다. ‘1919 유관순 - 그녀들의 조국’이다. 영상소설은 유 열사가 수감된 서대문 형무소 8호 감방의 여성 애국열사들의 실화를 묶는다.

일본인 간수장의 고문을 견디지 못한 채, 1920년 방광파열로 순국한 유관순열사를 중심으로, 함경남도 명천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수감돼 1921년 순국한 동풍신열사의 피 끓는 조국애를 그린다. 동열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ㆍ1운동 기념사에서 언급한 북한출신 대표적 독립투사이다. 이와 함께 개성의 전도 부인 어윤희, 호수돈여고 사감출신 신관빈, 시각장애인 애국열사 심명철, 수원 기생조합 김향화 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추적 기록한다.

영상소설을 토대로 한 다큐멘터리, TV드라마, 영화, 뮤지컬도 선보인다. 다큐멘터리는 미국 워싱턴DC, 중국 창춘, 일본 도쿄 등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오는 3월1일 개봉예정이다. 독립 항쟁을 통한 남과 북의 화합과 평화 그리고 기독교인의 순교정신이 펼쳐진다. 드라마는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가 공동 제작하여 광복절 특집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동풍신 열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제작한다. 뮤지컬은 안중근의사를 다룬 뮤지컬 ‘영웅’을 이을 대형 블록버스터이다.

남과 북이 함께 하는 기념행사도 펼쳐진다. 기념사업 추진위는 9월 평양선언을 후속조치로 남과 북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공유하여 남북이 하나 되는 운동을 해 나가자는 제안에 따른 것이다. 이낙연총리는 “100년전 우리 선조들처럼 남과 북이 하나임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우선 한반도 평화대장정 등 남북대학생 간 교류와 공동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안중근의사 유해발굴과 독립운동 행적지 순례 등 공동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 러시아 우수리스크 최재형 전시관 개관 등도 이뤄진다.

유관순열사 등 독립유공자의 묘지를 확인하기 위해 후손의 DNA를 확보하고 국외 독립유공자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는 사업도 진행된다. 재외동포를 지원을 위해 국외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국적부여와 체류제도 개선 등 법적 제도적 권익 향상도 꾀할 방침이다.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거주마을인 일본 우토로에 기념관도 건립한다. 글로벌 한민족관계망 거점 역할을 수행할 재외동포 교육문화센터 건립도 검토중이다.

시민사회는 ‘3ㆍ1민회’를 추진한다. 민회란 한마디로 생활정치 조직이다.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조직체이다. 2년 전 촛불항쟁에서 표출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실현해보자는 의미에서 제안된 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을 보완해보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우선 서울시에서 ‘민국 100주년 3ㆍ1민회’ 구성을 추진중이다. 민회는 정치개혁 등 8개 분과로 구성돼 전문가 발제와 숙의토론을 거쳐 토론결과를 발표하고 실천에 옮길 계획이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역사가 반복될 것이다.”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그려보는 오늘,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해온 선열들을 기려야 한다. 민주공화국을 일궈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친일매국노들에 대한 단죄도 함께 이뤄져야 할 과제이다. 우리는 과거 100년을 총괄하고, 현재를 조명하며, 미래 100년을 설계해야 한다. 3ㆍ1정신을 오늘에 일깨우고 내일의 토대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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