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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사법개혁의 첫걸음은 사법농단 적폐판사 탄핵
  • 김주언 논설주간 ysk7474@daum.net
  • 승인 2019.02.0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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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시절 행정처를 중심으로 벌어진 헌법에 반하는 행위들은 건전한 법관사회의 가치와 양식에 대한 배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법관이 추종해야 할 것은 사적 관계나 조직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공적 가치이다.“ ”판사가 누리는 권위는 독립기관으로서의 권위라고 생각한다. 조직원으로 전락한 판사를 세상은 존경해주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대로, 성운처럼 흩어진 채로 모여 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모든 판사들이 독립기관으로서의 실질을 찾아가길 기원한다.“

최근 사표를 낸 이탄희 판사의 글이다. 이 판사는 2017년 2월 법원행정처로부터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저지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항의성 사표를 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를 제공했다. 사표를 반려받은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기나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사법농단의 몸통을 드러내기까지 꼬박 2년이 걸린 셈이다. 결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법부의 수장을 지낸 양 전대법원장이 구속됐다. 전임 대법원장이 최초로 법정에서 피고인으로 후배판사 앞에 서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재판을 거래수단으로 삼은 데서 출발했다.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법관들을 사찰하여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다. 헌법재판소 비밀을 누설하고 법원행정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40여개의 혐의를 받는다. 심지어 강제징용 피해 사건과 관련해 일본측 소송대리인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와 독대하여 재판거래를 논의하기도 했다. 제기되는 의혹마다 상상을 초월한다. 양 전대법원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지만, 의혹만으로도 국민의 분노를 살 만하다.

특히 박근혜정권 당시 행정처장이었던 박병대 전대법관은 김기춘 비서실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강제징용 피해사건을 논의했다. 박 전대법관은 이를 양 전 대법원장에 보고했고 이 사건의 재판은 연기됐다. 여기에는 ‘한일 현인회’가 관련돼 있다. 현인회는 2015년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대통령을 만나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를 한일관계에 문제가 되지 않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강제징용 판결은 연기됐고 굴욕적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다.

한일 현인회는 한국과 일본의 정관계 인사들이 모인 단체이다. 일본에서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상사부분 회장을 지내 사사키 미키오 등이 참여한다. 한국 인사로는 유명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홍구 전 총리, 김수한 전 국회의장, 이승윤 전부총리, 공로명 전 외교부장관이 있다. 이중 공 전장관을 제외한 네명은 일본훈장 욱일장을 받았다. 전범기인 욱일기 이름을 딴 일본의 최고 훈장이다. 이들이 한일친선을 내세워 굴욕외교를 종용한 셈이다.

양승태 사법부는 고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도 개입했다. 피해자들은 위안부 굴욕 합의 1년뒤인 2016년 8월 일본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위안부 손배판결 관련 보고(대외비)’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는 피해자들이 낸 소송을 각하, 또는 기각토록 해야 한다며 다섯가지 대응시나리오가 담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세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에 맞춘 대응전략인 셈이다.

그래선가. 최근 세상을 떠난 김 할머니의 한(恨)이 새삼 떠오른다. 14세의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인생을 유린당한 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세계에 알린 상징적 인물이다. 90세를 넘긴 고령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아베는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절규를 토해냈다. 하지만 끝내 답을 듣지 못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그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0인의 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김 할머니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이제 ‘노란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기’를 기원한다.

양승태 사법부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이나 성노예로 끌려가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아픔을 외면했다. ‘인권의 최후보루’로 일컬어지는 사법부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다. 오로지 자신과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재판을 거래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서야 비로소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단죄가 시작됐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혐의를 고려할 때 구속수사는 불가피하고, 사법농단 사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제 시작되었음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사법농단은 단지 법원행정처와 양 전 대법원장의 일탈행위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사법농단에 관여한 적폐법관들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드러난 사실과 혐의만으로도 이들이 헌법을 위반하고 유린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은 대법원의 솜방망이 징계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징계가 끝나 재판업무에 복귀한 이들도 있다. 국민은 적폐법관으로부터 재판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국민의 사법불신은 임계치를 넘어섰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 구속한 판사에 대한 논란도 이에 근거한다.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로 근무한 ‘양승태 키즈’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민주당은 “적폐세력의 보복 판결”로 규정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합리적 법 상식으로 납득되지 않는 판결”이라며“법과 양심에 따라야 할 판결이 보신과 보복 수단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승태 적폐사단이 벌이는 재판농단을 빌미삼아 국민이 촛불로 이룬 탄핵과 대선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흔히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불린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이들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유독 막강한 권력을 보유한 사법부만은 예외이다. 더구나 사법부는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절차를 거쳐 헌법재판소에서 해임될 수 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국회의원은 벌금 100만원만 넘어도 사퇴해야 한다. 사법부 구성원인 법관에 대해서도 헌법 제65조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어 사문조항이나 다름없다.

시민사회는 꾸준히 적폐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주장해왔다. 민변과 시민사회는 두차례에 걸쳐 16명의 탄핵대상 법관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법관으로서의 기본적 신뢰를 저버린 이들의 손에 다시 국민의 기본권이 달린 재판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김경수 지사를 법정 구속한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재직시 형사 수석부장에게 영장 관련 비밀을 누설한 정황이 있다”며 탄핵소추 추가 대상 포함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는 탄핵소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서영교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재판청탁을 했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국회와 사법부의 유착의혹이

새롭게 떠올랐다. 국민의 분노도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그러나 국회는 재판청탁에 대한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다. 국회가 사법농단의 공범으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즉각 적폐법관 탄핵소추에 돌입해야 한다. 이탄희 판사의 염원처럼 사법부가 독립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셀프개혁‘으로는 어림도 없다. 사법개혁의 첫걸음은 적폐판사의 탄핵이기 때문이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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