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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이순자 망언’과 한국당의 꼼수
  • 김주언 논설주간 ysk7474@daum.net
  • 승인 2019.01.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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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전두환 전 대통령 연희동 자택 앞에서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옛 전남도청 지킴이 어머니들이 이순자씨의 '민주화의 아버지는 전두환' 망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내가 남편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는지를 두고 논쟁 삼을 일은 아니지 않나. 아내가 남편에 대해서 한 사사로운 이야기다.” “공직을 떠난 남편에 대해 아내가 한 평가를 가지고 크게 문제 삼을 계제가 되는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말이다. ‘전두환은 민주주의 아버지’라는 이른바 ‘이순자 망언’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비록 “전체적으로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덧붙이기는 했다. 하지만 공식논평조차 내지 못하는 행태가 안쓰럽기조차 하다. 자유한국당의 뿌리가 전두환 독재정권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극우성향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이 망언이 알려지자마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비판논평을 냈다. 국민의 분노도 들끓었다. 특히 광주 오월어머니들은 상경해 전두환씨 집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어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일부는 단식을 불사하기도 했다. 광주지역 청소년들까지 기자회견을 열고 전씨 부부의 사죄를 촉구했다.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5월광주’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일부 극우세력의 5ㆍ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민 학살의 장본인으로 꼽히는 전두환씨는 ‘5ㆍ18은 북한군 소행’이라는 왜곡된 내용이 담긴 회고록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무야 미안해’라는 분노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책을 위해 종이가 된 나무에 미안함을 표현한 비난물결이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신부를 모욕하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전씨의 왜곡된 회고록이나 이씨의 망언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전히 광주학살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포 명령자 등 학살책임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얼마전 헬기사격 증거가 나타나 국민여론이 들끓자 정치권은 여야 합의로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했다. 5ㆍ18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계엄군의 발포 책임자 및 경위, 헬기사격 경위 및 사격 명령자, 암매장 성폭행 실종 등 시민피해 현황, 북한군 개입여부 및 북한군 침투조작 등을 규명하도록 했다. 특별법은 지난해 9월14일 시행됐다.

특별법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국회는 진상조사위를 꾸리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미적거렸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5ㆍ18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와 진압군 대대장 출신 변길남씨를 위원으로 추천할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두 사람 모두 포기하고 14일 3명의 위원을 추천했다. 권태오 전 육군중장과 차기환 변호사,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가 그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5ㆍ18광주민주화 운동을 왜곡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 진상규명을 하려는 건지, 방해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비난이 나온다.

차변호사는 “광주에서 평화적으로 손잡고 행진하는 시위대를 조준 사격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을 ‘시위대의 칼빈소총에 맞아 죽은’ 사람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을 ‘좌익’으로 규정했다. 세월호참사 특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고의로 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이 전기자는 기사를 통해 “광주사태와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으로 쏠려 있다”고 썼다. 권 전 중장은 육군본부 8군단장, 박근혜 정부 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5월단체들은 “실체적 진상규명을 부정하고 정신가치를 폄훼했던 전력을 지닌 인물들”이라고 비판했다. 진상규명에 앞장서기 보다는 정당한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이 큰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당이 차제에 위원 추천을 포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권도 한결같이 추천 철회를 요구했다. 특별법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진상규명위원을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당이나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지씨를 추천하려다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씨는 ‘5ㆍ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했다가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지씨가 광주에 잠입한 북한 특수부대로 지목한 탈북민들이 황당해 하기도 했다. “저는 1976년 1월5일생인데 1980년 4살에 어떻게 대한민국 광주에 내려왔다는 건가요.” “저는 1977년부터 1989년까지 12년간 요덕수용소에 있었어요.” 탈북민들의 증언이다. 이들은 지씨를 “탈북자를 모독하고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전두환씨는 여러차례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 명예훼손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불참사유는 알츠하이머, 독감 등 다양했다. 국민의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이순자씨 주장대로 전씨가 진정 ‘민주화의 아버지’라면 재판정에 나와 떳떳하게 주장하면 될 일인데도 재판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판부는 오는 3월11일로 예정된 재판에 전씨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그래선가. 전씨의 국립묘지 안장을 막아보자는 여론도 일었다. 현행법은 내란죄 등으로 금고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하지만 특별사면된 경우에 대해선 명시적 규정이 없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내란죄 등의 범죄자는 사면·복권됐어도 안장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전씨는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내란·반란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5ㆍ18관련 증거들은 희미해진다. 이미 많은 증거들은 훼손되거나 사라졌을 지도 모른다. 전씨도 88살로 객관적 기대여명이 많지 않다. 게다가 치매증상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진상규명 위원회가 본격 활동에 들어가더라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5.18 피해자 유가족의 속이 타고 있는 이유이다. 여기에 한국당이 시간을 끌며 훼방을 놓았다. 한국당이 전두환의 후예임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한국당이 전두환씨를 비호하는 속셈은 무엇인가. 이순자 망언대로 전씨가 ‘민주화의 아버지’이기 때문인가.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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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5ㆍ18#이순자.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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