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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미국 청년 사회주의자의 하원 입성
  • 김주언 논설주간 ysk7474@daum.net
  • 승인 2018.11.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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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초로 무슬림 여성 2명이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으로 당선됐다. 소말리아 난민 여성과 팔레스타인 이민자의 딸이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 정책에 반기를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 혐오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이 표로 나타난 것이다. 가장 각광을 받은 당선자는 최연소(28세) 여성으로 하원에 입성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스이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히스패닉이다. 이들은 모두 유색인종 여성으로 인종과 성별의 유리천장을 깨고 당선됐다.    
 코테스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다. 그는 미국 사회주의자 단체인 민주사회주의연합(DSA)에서 활동중이다. 사회주의 불모지인 미국에서 사회주의자가, 그것도 유색인종 여성으로, 역대 최연소 당선자라는 영광을 얻었다. 그는 지난 6월 경선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10선 관록의 백인남성 후보 조셉 크롤리를 꺾은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식당종업원이었던 무명의 신예가 압도적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해냈다. 선거 3주전 여론조사에서는 크롤리에게 36%포인트나 뒤졌다. 선거자금은 31만달러 대 340만 달러로 10배가량 차이가 났다.

 코테스 돌풍은 2년전 대선에서 열광적 인기를 모았던 버니 샌더스를 연상시킨다. 비록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했지만, 그는 미국 정치에 진보의 씨앗을 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테스는 당시 샌더스 캠프에서 일했다. 이번엔 샌더스가 코테스를 도왔다. 코테스가 2년만에 열매를 거둔 셈이다. 코테스의 선거운동 홈페이지에는 ‘정치혁명에 나설 시간이 왔다’는 문구가 장식돼 있다. 출마의 변도 간결하고 명확하다. “한줌 부자들이 아닌, 만인을 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 
 코테스는 만인에게 평등한 의료정책, 인권으로서의 주택정책, 평화경제를 위한 영구 전쟁종식, 공립대 등록금 폐지, 총기 규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보편적 의료보험의 확대와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 보장,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등을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뇌가 없는 인간(no-brainer)”이라며 탄핵안 발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의회의 80%를 남성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여성이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임금과 출산휴가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20세기 초반에는 미국에서도 사회주의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러시아혁명을 기록한 저서 ‘세계를 뒤흔든 10일간’으로 유명한 언론인 존 리드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1950년대 초반 매카시즘 등 극단적 반공주의와 사회주의자 탄압으로 거의 소멸했다. 현재에도 공화당이 민주당을 공격할 때 ‘사회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인다. 국내에서 극우세력이 민족적 진보주의자를 ‘종북좌빨’로 매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명박·박근혜정권 때는 극에 달했다.
 코테스가 당선된 것은 미국에서 조용하게 일고 있는 ‘붉은 물결’ 덕분일지도 모른다. 사회주의가 더 이상 금기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사회주의자’로 불리는 이들은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실제로 사회주의에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청년층(18~29세)이 51%에 이른다는 여론조사(갤럽 8월)도 나왔다. 자본주의 긍정은 45%에 그쳤다. 빈부격차와 민주당에 실망한 청년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 풀뿌리운동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공화당과 워싱턴 정치를 담합해온 민주당 상류층과 기득권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
 미국 ‘붉은 물결’의 진원지는 DSA이다. 민주당을 통해 선거에 참여한다. DSA의 강령2조는 이렇다. “우리는 사회주의자들이다. 사적 이윤, 소외된 노동, 부와 권력의 거대한 불평등에 기반한 경제질서, 인종 성 성적지향 젠더표현 장애 나이 종교 출신지에 따른 차별, 현체제를 지키기 위한 잔인함과 폭력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주의자들이다. 자원과 생산에 대한 민중 통제, 경제계획, 평등한 분배, 페미니즘, 인종 평등과 비억압적 관계에 기반한 인간적인 사회질서의 비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DSA 회원은 2015년 6,000명에서 이제는 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15개에 불과하던 지부도 212개로 늘었다. 미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빨리 성장하는 좌파조직이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2016년 대선후보 경선 출마,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여성들의 행진’(트럼프대통령 취임 다음날 열린 대규모 반트럼프 여성시위), 코테스후보의 경선승리 등이 회원들을 끌어모은 이유이다. 신입회원은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1980~1990년대 출생)이다.
 청년들을 이끈 이유는 소득불평등에 맞서 싸우겠다는 DSA의 약속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소득불평등이 모든 분야를 오염시켰다고 여긴다. 더구나 자본주의는 갚아야 할 학비 대출금과 치솟은 집세, 불확실한 직업전망 등을 떠안겼을 뿐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는 지속적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자리와 집을 잃고 빚더미에 앉았다. 반면 거대은행과 기업들은 구제금융을 받아 살아남았다. 이른바 ‘대마 불사’이다. “자본주의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호의적이다”는 통념이 깨져버린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탐욕스런 자본주의와 민중의 삶에서 유리된 민주당에 실망한 젊은이들이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을 뿐이다. 코테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가 대학 2학년이던 2008년 아버지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여기에 금융위기까지 겹쳐 집은 압류됐다. 어머니는 남의 집 청소부로, 학교버스 운전기사로 일했다. 그도 생계전선에 뛰어들어 레스토랑 종업원으로 일했다. 그는 “내가 고통을 겪어봤기 때문에 노동계급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한국청년들의 어려움도 미국 청년들과 다를 바 없다. 치솟는 등록금과 취업난, 집값 등 경제적 사회적 압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한다. 오죽하면 ‘N포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겠는가.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3포세대’에서 집과 경력까지 포함한 ‘5포세대’, 여기에 희망·취미와 인간관계마저 포기한 ‘7포세대’에 이어 나온 말이다. 한국청년들도 미국의 DSA처럼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지난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청년 신지예씨가 국회에 입성하는 날이 올까.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서 떠오르는 상상이다.   
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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