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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올해의 사자성어 ‘임중도원(任重道遠)’이 뜻하는 것
  • 김주언 논설주간 ysk7474@daum.net
  • 승인 2018.12.2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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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24일 밤 경남 양산 덕계성당에서 성탄 전야 미사를 하고 있다.

해마다 이즈음이면 교수신문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한해를 관통하는 촌철살인의 경구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문재인정부 2년차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당부가 담겨 있다. 이를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철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추진중인 한반도평화 구상과 국내정책이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다고 밝혔다.

촛불혁명이 진행중이던 2년 전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 :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였다. 지난해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 :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이었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에 이은 문재인정부 출범이후의 적폐청산 의지를 잘 담아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기록하면서 기득권세력의 반동적 움직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을 멈추지 말라는 충고로 들린다.

임중도원은 ‘책임이 중대하므로 오랫동안 분투하여야 한다’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논어-태백편에 나오는 경구이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이렇게 말한다. “선비는 견식이 넓고, 의지가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선비의 소임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인(仁)’을 실현시키는 것이 선비의 소임이니 그보다 더 무거운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죽을 때까지 걸어가야 할 길이니 그보다 더 먼 것이 또 있겠는가” 유가의 가르침인 인을 실현시키는 것을 선비의 평생 소임으로 삼아야 함을 일컫는다.

임중도원은 선비가 '인'을 실천하는 것과 관련되어 나온 말이다. 하지만 다른 비유로도 널리 쓰인다. 수레를 끌고 가다보면 비탈길도 있고, 자갈길도 있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땅은 진흙투성이가 되어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실어놓은 짐이 떨어질 수도 있고, 바퀴가 짐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다. 때문에 수레바퀴와 적재함에 나무를 덧대어서 수레가 주저앉거나 물건이 떨어지는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반대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으니 이를 헤치고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임중도원’을 택한 응답자들이 문재인정부의 개혁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정부의 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나 국내외 반대세력이 많고 언론들은 실제의 성과조차 과소평가하며 부작용이나 미진한 점은 과대 포장하니 정부가 해결해야 될 짐이 무겁다.” “방해하는 기득권 세력은 집요하고, 조급한 다수의 몰이해도 있겠지만, 개혁 외에 우리의 미래는 없다,” 교수사회의 개혁요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구태의연한 행태를 답습하는 여당과 정부관료들이 분발하기 바란다”며 당부도 나왔다.

실제로 보수세력은 문재인정부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 한반도평화 조성에는 해묵은 반공이데올로기를 내세워 흠집내기에 골몰한다. 유투브를 휩쓸고 있는 허위 조작 왜곡 정보는 이를 반증한다. 그들에게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은 그저 휴지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심지어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내용조차 다시 끄집어내 공격한다. 최근에는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이 확인되지 않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전 수사관의 폭로내용을 토대로 연일 청와대와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바야흐로 기득권세력의 총공세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에도 수많은 뉴스들이 한국사회를 흔들었다. 특히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남북 적대관계의 청산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분단이후 최초로 열린 북미회담과 비핵화 합의는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그러나 김정은위원장의 방남이나 구체적 비핵화 진척은 아직 진척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재벌개혁 등의 이슈는 다소 뒷전으로 물러선 느낌이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성장을 내세웠으나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 등 기업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해 경제개혁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올해에는 유난히도 성평등이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미투열풍은 페미니즘 운동에 불을 붙였으나 성혐오라는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했다. 미투운동은 아직 미완의 혁명으로 진행중이다. 박근혜정권 시절의 사법농단 수사는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사법농단 수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겨냥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게다가 수많은 사망사고는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특히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불러온 ‘안전의 외주화’라는 해묵은 과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2년차에도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추진했으나 구체적 열매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선가.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만 가득 끼어 있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가 두 번째 순위에 오른 것은 의미심장하다. 여건은 조성됐지만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빗댄 말이다. 그럼에도 교수들은 ’공재불사(功在不舍)’(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를 세 번째로 꼽아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혁에 매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2년 전 광화문 광장을 물들였던 촛불은 사회곳곳의 썩어 문드러진 환부를 시원히 도려내줄 것을 요구했다. 교수들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근본적으로 나아가길 기대하면서 ‘파사현정’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는 기득권세력의 반발은 어느 때보다 극렬하다. 내년에도 수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않고 막중한 임무를 끊임없이 수행하는 것만이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길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초 내건 슬로건을 되새긴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돼지띠 새해에는 국민 모두 소원 성취하기를 기원한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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