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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버닝썬 사건의 ‘나비효과’
  • 김주언 논설주간 ysk7474@daum.net
  • 승인 2019.03.2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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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버닝썬 관련 공권력 유착 진상규명과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나비 한마리의 날갯짓은 작은 벌레를 나뭇잎에서 떨어뜨려 아래에 있는 원숭이 털 속에 묻히게 한다. 원숭이는 벌레 때문에 가려워 긁다가 열매를 떨어뜨린다. 열매는 돌에 부닥쳐 돌을 구르게 한다. 돌은 큰 바위를 지탱한 작은 돌을 밀쳐내 작은 산사태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물의 흐름이 바뀌어 화산의 구멍을 막고 약한 지반이 꺼지면서 화산폭발을 일으킨다. 화산재는 대기의 흐름을 바꿔 대기압의 차이가 생겨나고 급기야 대류변화를 일으켜 지구 반대편에 폭풍을 일으킨다.” 이른바 ‘나비효과’에 대한 설명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1년에 제안한 이론이다. 지구 어디에선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작은 사건 하나에서 엄청난 결과가 나온다’는 사회현상에 빗대어 쓰이기도 한다.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버닝썬 사건’도 ‘나비효과’에 비유된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질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이었다. 지난 1월 버닝썬에서 폭행사건 피해자를 경찰이 과잉 진압했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을 도우려다 오히려 직원과 경찰에게 맞았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 동의자가 하루 만에 20만명을 넘었다. 사실로 확인되고 마약복용, 성매매 알선의혹이 드러났다. 급기야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과 마약판매, 경찰유착, 성접대 의혹으로 번졌다. 연예인들의 카톡 대화방이 공개되면서 가수 정준영씨 등의 성폭력과 ‘경찰총장’ 유착의혹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여기에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윤총경이 청와대에 근무한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세인의 관심은 연예인들이 불법 촬영하고 돌려봤다는 선정적 사건에 쏠려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강남 클럽에서 횡행하는 마약흡입과 성매매, 경찰유착 등이다. ‘경찰총장’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대화내용이 확인되면서 윗선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도 높다. 버닝썬 돈을 경찰에 전달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나아가 클럽 아레나의 탈세와 국세청의 묵인의혹까지 제기됐다. 빅뱅의 승리는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승리가 묵인 또는 방조, 지시했는지가 핵심이다. ‘승리 게이트’로도 불리는 이유이다. 
핵심을 비껴난 2차피해도 심각하다. 정씨가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으면서 대화방에 공유한 불법촬영물의 피해자는 최소 10명에 달한다. 정씨는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분들에게 무릎꿇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설이 퍼지면서 여성연예인들이 2차피해에 시달렸다. 시민단체는 “사회전반에 흐르는 성접대와 성상납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닝썬 사건은 많은 문제점을 던졌다.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 클럽내 성폭력, 마약문제 등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서울 강남 클럽을 무대로 한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의 작가 주원규씨는 3년전 6개월동안 잠입취재를 통해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성매매여성들을 데려다주는 ‘콜카’기사 등으로 일하면서 현장을 목격했다. “초동수사때 경찰의 눈감아주기,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는 성접대, 클럽을 소유하거나 홍보하는 유명 연예인 등을 보았다. 버닝썬 사건은 어느 정도 각색된 것 아닌가.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주씨가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한류열풍으로 ‘아이돌 천국’이 되어버린 대중 문화계도 문제다. 10대와 20대 초반의 연예인들이 엄청난 부를 거머쥐고 특권층이 되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졸부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인성교육은 거의 없다. 밤낮으로 연습만 하다가 성공하면 음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들을 키우고 거느린 대형연예기획사의 권력도 막대하다. 이들과 대기업, 검경과의 유착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들이 유명연예인들을 검증없이 출연시켰다가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지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방송사들이 가이드라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재수없이 걸린 사건’으로 치부하거나 음모론을 내세우는 일부의 인식도 문제다. 지난해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검사의 페이스북 글을 보자. “젊었을 때 누구나 재미로 할 수 있는 일인데. 재수없이 걸렸네. 조선일보 일가 사건을 덮으려는 거니 신경쓰지 말자. 진보가 여성 신경쓰다가는 젊은 남성 지지율 뺏겨 정권 뺏긴다.” 일부의 비뚤어진 성인식을 날카롭게 꼬집은 촌철살인이다.
“자연산(?) 공급을 위해 일반여성들을 약 먹여 성상납하고, 정신잃은 여성을 강간하면서 불법 촬영해 트로피처럼 전시하고, 동료남성들은 이를 부추기고 공유하고 낄낄대며 즐기고, 이를 유지시켜준 공권력도 실재한다는데.” 서검사는 이렇게 강조했다. “놀이가 아니라 범죄다. 명백하게 끔찍하게 당한 10명도 넘는 살아 숨쉬는 진짜 피해자들이 있다. 이를 가능케 한 부패한 공무원들도 있다지 않은가. 이는 페미니즘도 과격주의도 아니다. 그저 범죄자를 처벌하자는 거다.”
‘조선일보 일가 사건을 덮으려는 것’이라는 음모론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고 장자연씨의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증언에 나서면서 ‘장자연 사건’과 조선일보 일가의 의혹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었다. 게다가 MBC ‘PD수첩’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이미란씨 자살사건을 재조명하고 검경의 부실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과 언론이 의도적으로 폭발력이 큰 사건을 부풀려 물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와중에 ‘김학의 별장성접대 사건’ 재수사가 겹치면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음모론은 허황된 추론이지만, 검경과 언론에 대한 지독한 불신이 담겨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경찰관의 유착의혹에 사과하고 “사건의 진실 규명과 함께 유착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도록 수사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셀프수사’를 믿는 사람은 드물다. 부실수사를 보면 검찰도 믿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은 부실수사가 불러온 대표적 사건이다. 특히 정준영씨가 2016년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을 때 검경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보아도 그렇다.    
이번 사건으로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이 불리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검찰도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검경이 관련된 비리는 별도기관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검찰과 경찰 등 공직자의 비리는 ‘셀프 수사’가 아닌 별도의 기구에서 처리하는 공수처 설립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도 ‘장자연·김학의 사건’의 진상규명을 약속하면서 공수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버닝썬 사건은 우리사회의 해묵은 과제를 널리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단순한 폭력사건에서 시작돼 유흥업소의 마약남용, 성폭력 및 성매매, 성상납 및 성접대, 경찰의 유착비리, 유흥업소의 탈세 및 국세청의 묵인, 아이돌 양성 및 관리 부실, 일부 연예인들의 일탈, 일부 남성들의 비뚤어진 성관념, 언론보도로 인한 2차피해, 검경과 언론의 물타기 음모론 등 헤아리기 어렵다. 여기에 검경수사권 조정에 영향을 미치고 공수처 설립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버닝썬 사건의 ‘나비효과’이다. 모쪼록 이번 기회에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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