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은 구약성서의 요나서에 나오는 요나의 이야기와 예수의 십자가에 못 박힌 죽음을 비교하며, “바다에 던져졌다 삼일 만에 살아난 요나와 땅에 장사되어 삼일 만에 부활한 예수의 죽음이 완전히 같은 형태로 취급된 것“이라고 전제한다.그렇다면, 3이라는 숫자의 상징은 과연 무엇일까? 중국을 포함한 극동문화권에서는 3이라는 숫자는 복삼 자(字)로 길(吉)함을 의미한다. 이와는 달리 서구 문화권에서는 3이라는 숫자는 예로부터 신적인 것, 특히 성스러운 숫자로 인식되고 있으며, 많은 문화권에서는 삶의 사이클에 있어서 다음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은 에서 생명의 재생을 위한 바르도에로의 여행을 희구하며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바르도로 가자, 아으 바르도로 가자. 망자들의 마흔아흐레의 객숙소, 그래서 운명들이 산지사방으로, 팔만유정으로 헤어져가며, 흔드는 손들을 보자. 하직하는 손들 위에 떨어지는 눈물을, 그 눈물 위에로 번지는 어두움을, 그 어두움을 통해 어머니들의 사타구니가 환하게 열리는 것을, 그 모두를 보기 위해, 바르도로 가자, 아으 바르도로 가자.”‘바르도(Bardo)’는 티벳에서 죽음과 환생 사이의 중간 상태를 이르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촛불중과의 살벌한 육교를 경험한 후, 생명이 ‘말’과 혼동되고, 그 ’말‘은 혀에 의해 획득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야, 그에게 ‘암컷은 생명이 아니라, 수컷의 의지를 수용하고, 그 의지의 발효를 돕는 하나의 요니 전체에 머무르는 듯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동시에 그는 ‘수컷은 그래서 자기 몸을 저 그릇에 바쳐 피 뿌린 뒤, 그 속에서 유아로 환신한다’는 진리를 터득했다.유리에서의 10일 째 되는 날 해시 초에 그는 마른 늪에서의 고기 낚기에 관한 탐구의 끝에 도달했다. 그것은 고기는, 양극을
[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에 들어온 지 5일째가 되는 어느 날 을야쯤이었다. 흙모래를 파삭파삭 디디며 그녀가 그를 다시 찾아왔다. 그는 그녀가 분명히 촛불중네로부터서 오는 길이란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헝클어진 머리칼에,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얼굴을 하고 울음을 참고 있는 듯해 보였는데, 그녀의 태도는 그가 애써 억눌러 두었던 기억을 상기시켰다.그가 어렸을 때 엄니는 자주 밖에서 외출했다 돌아왔다. 그 때 그는 엄니가 밉고 원망스러워 등을 휙 돌려 돌아눕곤 했다.그러면 엄니는 소리 없이 흐느끼곤 했는데, 그 때 그의 엄니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보살이 법륜을 굴리고 다니듯이, 신기루의 샘 속에서 물 길어다 고기를 낚시질 하는 꿈을 꾸다가 다시 촛불중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주인공이 촛불중을 다시 찾았을 때 촛불중은 물론 전날과 다름없이 내방객을 맞았는데, 그는 배를 맞붙였던 예의 수도녀를 미숫가루와 계란을 쥐어주고 방금 밖으로 내보낸 후였다. 그날따라 촛불중은 장옷을 입으려하지도 않고 염주를 번잡하게 굴려대고 있었다.그는 촛불중이 말을 잇는 동안 그가 보내는 응시의 시선을 견디기가 힘겨워 물끄러미 촛불의 심지를 바라다보았다. 그는 촛불에 투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은 태고 적부터 존재했던 원초적인 생명의 리비도(Libbido) 에너지를 상징하는 마근(魔根) 또는 남근(Phallus)을 우로보로스(Ouroborus)의 형상으로 설정했다.이 마근이 바로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불모의 땅이자, 죽음이 예고된 황폐한 장소인 유리라는 공간에 새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마른 늪에서의 ‘고기 낚기’인 것이다. 주인공은 유리 자체가 하나의 해골이라고 생각한다. “해골, 두 개의 해골, 임신할 수 없는 자궁, 거추장스러운 유산” 말이다.유리의 마른 늪에서의 낚시질은 자신이 뿌린 죄업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은 그의 책 에서 유리라는 공간을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미친 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 없는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말이다.이 ‘유리’라는 신화적 공간은 8개월 간 억수같은 비가 퍼붓는 비교적 우기가 긴 곳으로, 내겐 오아시스 하나 없는 버석버석한 사막과 같은 황량한 풍경을 연상시킨다.영혼의 목마름
[데일리스포츠한국] 나는 박상륭에게 유리의 마른 늪은 도대체 어떤 장소이며, 어떤 공간의 의미인가 상상해 본다. 나에게 주인공의 ‘변절환속’과 ‘살불살조’의 완성을 위한 구도적인 살인이 행해진 ‘유리’라는 공간은 왠지 같은 음을 가졌으나 의미가 다른 두 개의 단어를 연상시킨다.그 하나는 원래 박상륭 스스로가 이름을 붙인 남녘에 위치한 구도의 장소로서의 ‘유리((구도를) 인도하는 / 권하는 마을)’이고, 다른 하나는 카오스의 질서로 유지되는 공간으로서의‘유리(다른 곳과 떨어진 장소)’이다.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게 후자의 의미인 유리
[데일리스포츠한국] 그는 살불살조하고서도 그의 주검과 탈육(脫肉)의 경계를 완전히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는 은유적 살인을 통해 정신의 와해적 무질서를 경험한다.그것도 모자라, 그는 가끔씩 육적인 그리움으로 연모했던 하나의 곱고 풍염한 수도녀와 촛불중의 육교 중인 광경을 정면으로 목도하게 된 것이다.육교를 위해 촛불중과 배를 맞붙이던 수도녀는 쾡한 눈과 헛 웃음에 돌 된 얼굴로 천장이나 올려다보고 있었다.그때 그녀의 시선이 하도 공허해 주인공에게 촛불중의 뼈가 발겨져, 그녀의 눈으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그는 속으로 “허참,
[데일리스포츠한국] 나는 박상륭이 코스모스 내의 질서 정연한 인연이며 업보란 것을 두 개의 대조 축으로 설명하고자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하나는 선악의 어떤 업보가 끊긴 자리며, 다른 하나는 일종의 와해이다.주인공은 본인이 스승을 살해한 것을 제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짖으며, 종내, 저 늙은 공(空)으로부터 한 없이 도망치다가 멈춰 섰다. 그는 제 손으로 스승을 압살(壓殺)한 후 죄의식의 원초적인 바다로 상징되는 혼돈(Chaos) 속 우주(Cosmos)를 유영한다.그는 스승을 죽임으로써 ‘변절 환속‘을 단행했는데, 그 후 그를
[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의 초입에 들어선 지 얼마가 되지 않아 두 명의 조사를 살해한 후 정신의 불모증을 극심하게 앓던 주인공은 항마좌로 소롯해져 버린 스승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가 시암가의 두 명의 조사를 살해한 행위를 자기만의 비밀로 향유하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그는 내독(內毒)이 되어 (그의) 염통을 갉고 드는, 산 위의 독수리 같은 한 매서운 눈초리와 마주쳤다. 그는 혼잣말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저 무서운 눈은 누구인가?“하고 묻는다. 그 눈초리는 피로에 시든 아흔아홉 간 살[肉]의 잠에 깨어 있어, 밖의 도둑이 아니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작가 김하기의 작업에 근원이 된 원시미술은 소재의 다양성과 주제에 있어 솔직한 삶을 투영해 본다면 조금은 거칠고 디테일함을 생략하는 표현방법으로 대중과의 친근한 소통을 의도한다.자신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작가의 시를 들여다보자해질녘 늦은 오후 사냥을 나간 가장의 형색이 초라하다.소득이 없는 채로 귀가하는 가장은 변명의 꺼리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먼저 앞선다.저축되지 않은 서민들의 가장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타인의 시선이 아닐지라도 현실적으로 맞닥뜨린 가족에게 미안함이 우선이었을지도...
[데일리스포츠한국] 그는 사상과 전통, 관념과 인습의 속박과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살불살조’하라는 임제록, 임제 의현 선사의 가르침에 따라 와선승과 외눈 중으로 대표되는 두 사람의 조사를 살해한 것이다.“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법과 같은 견해를 듣고자 하면 일체의 존재로부터 인혹(人惑)되지 말아야 한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주치는 대로 죽여라. (중략)죽여야만 비로소 속박에서 벗어나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해탈하여 자유자재 하노라”살불살조는 연기(緣起)적인 그물망을 끊어 자아를 본래의 자리에서 새롭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을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보다 시암 가에 한 발 앞서 와 있던 두 명의 스님들 중 한 명은 ‘와선승’이었는데, 종돈보다도 뚱뚱해서 그에게 일종의 외경감과 당혹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몸이 보리수이니마음은 밝은 거울 틀과 같네때때로 부지런히 닦아서먼지며 티끌 못 앉게 하세그 와선승은 누워서도 숨을 헐헐하며 무슨 사행(四行) 시구거나, 게송 같은 것을 반복하여 웅얼거리고 있었고, 그는 마흔 다섯 안팎으로 보였는데, 그가 바로 수도부가 가리켜 준 ‘존자’라고 짐작되었다.그 옆에 숯물 들인 바지만 어중간하게 입고, 항마좌로 앉아 웅얼거리는
[데일리스포츠한국] 수도녀와의 육교(肉交) 후 주인공은 자신의 몸을 씻을 샘이나 뭐 도랑 같은 게 어디에 있는가를 그녀에게 묻는다.그녀는 그에게 ‘솔나무 다섯그루가 서 있는 곳의 밑에 있는 시암’을 가리키며, 그 시암의 주인이 ‘모도 존자’라는 것을 알려준다.그는 빈들빈들 돌아다니다 걸은 시간으로도 한 서너 식경이나 되어서 다섯 그루의 소나무와 하나의 샘이 어우러진 곳을 찾아왔는데, 이미 그 곳에는 두 명의 수도자가 먼저 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소나무와 하나의 샘은 왠지 내게 고대 스칸디나비아의 서사시 ‘에다’에 나오는 미미르(
[데일리스포츠한국] 나는 박상륭의 상권을 읽으며 혼을 벗어던진 그의 엄니는 주인공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창부였던 엄니는 그에게 애증의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자 부정적인 아니마(Anima; 남성의 무의식에 있는 여성적인 영혼)인 듯하다. 그것은 그의 무의식 심층부에서 콤플렉스 작용을 일으킨다.그녀는 그에게 영원한 모성과 생명을 잉태하는 삶의 화신이자, 모든 남성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보편적이며 거대한 자궁, ‘히스테리아(Histeria)’가 된다. 그녀의 이 같은 삶의 방식은 그를 질투와
[데일리스포츠한국] 그의 엄니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 ‘육신만으로 살던’ 그런 여자들 중에서는 그나마 비교적 정결하고, 비교적 고운 여자였다.그녀는 동냥자루가 오분의 일쯤 무거운 홀아비 문둥이들의 애첩이었고, 아랫녘 늙은 해수병쟁이나 젊은 폐병쟁이, 또는 간질쟁이들을 단골 손님으로 둔 여인이었다.그녀는 부잣집의 아들내미인데 장가를 채 못 든 채 급살에 뒈져 송장이 된 총각 송장과 하룻밤을 치러주어 ‘몽달귀신’을 면하게 하기도 했다. 그는 가끔씩 남의 일에 감 내라 배 내라 입방아를 찧어대는 입싼 아주머니들로부터 그의 엄니에 대해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태어난 갯가에는 새벽녘부터 “뱃사공과 창녀의 응석이 떠들썩”했다.어린 시절 그에게는 자신의 엄니를 빼앗아가는 모든 애비들만 있었지, 정작 그를 보호하고, 훈육하고 이끌어 줄 진정한 부성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다만, 그의 스승이라고 불러 마땅한 괴팍한 ‘떠돌이 중놈’의 ‘이마고(Imago)’가 그에게는 그마나 부성을 아슴푸레 짐작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이마고는 그림, 또는 상(像)을 의미하는 라틴어인데,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인 칼 융(Carl Jung)이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이다.독일 위키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살아 있다는 것’ 때문에, 갑자기 자신이 거추장스럽고 무서워졌다. 특별히 할 일도 없던 그는 소리가 그리워져 빈혈증 걸린 고장을 배회하고 있었다. 여기서 나는 박상륭이 그린 빈혈증 걸린 고장은 어떤 고장일까 잠시 상상해 본다.인기척이라곤 없는 적막강산일까, 아니면, 떠도는 소리라곤 없는 밀폐된 공간을 말함인가? 그의 표현대로 흐르는 그 곳은 소리도 없이 “죽음 빛깔 같은 달빛에 덮인 채, 적막하게 참으로 적막하게 뻗어 누워만 있고, 실재의 것이 아닌 그러나 쏘고 핥는 눈으로, 살아 있는 것이 풍기는 냄
[데일리스포츠한국] 그는 자신의 엄니를 빼앗는 모든 애비들을 증오하면서 자랐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빼앗아가는 모든 아버지들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질투와 증오”를 되새김질하며 바다로 내달리곤 했다. 바다는 상처로 점철된 그를 어루만져 가슴으로 품어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자 영원한 모성이 회귀하는 곳이다.그 곳에서라면 그는 어머니를 저주하며 ‘물 속에 잠겨 앉은 아이’가 아니다. 거기서 그는 더러운 아버지로 상징되는 하나의 돌출한 남근이 된다.그는 목전에서 또 다시 죽음을 목격한 후 질기고 질긴 윤회의 업을, 타도해버려야 할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