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마근, 내적 구원과 치유의 상징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마근, 내적 구원과 치유의 상징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8.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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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은 태고 적부터 존재했던 원초적인 생명의 리비도(Libbido) 에너지를 상징하는 마근(魔根) 또는 남근(Phallus)을 우로보로스(Ouroborus)의 형상으로 설정했다.

이 마근이 바로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불모의 땅이자, 죽음이 예고된 황폐한 장소인 유리라는 공간에 새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마른 늪에서의 ‘고기 낚기’인 것이다. 주인공은 유리 자체가 하나의 해골이라고 생각한다. “해골, 두 개의 해골, 임신할 수 없는 자궁, 거추장스러운 유산” 말이다.

유리의 마른 늪에서의 낚시질은 자신이 뿌린 죄업과 윤회의 업보(業報)로부터 도피하지 못하는 자의 속죄의 시도로 볼 수 있다. 마른 늪에서의 고기 낚기는 이 글을 읽는 나로 하여금 모태의 회귀 본능을 자극한다.

왜냐? 우로보로스는 단순히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이 아니라 영겁 회귀의 상징으로써 죽음과 삶을 관통하는 변증법적인 치유와 생명의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연금술에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은 모순적인 두 개의 축을 하나로 잇는 순환 장치로, 대극의 합일과 모순적인 융합을 상징한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는 ‘뱀이 휘감긴 지팡이’를 든 형상을 한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 신이 나온다. 그는 아폴로와 코로노스의 아들로, 명부 또는 지하 세계를 배치하는 뱀으로 상징되는 지팡이를 든 치유의 신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뱀은 치유와 재생의 상징인 동시에 모든 악의 화신으로 간주되었다.

낚시질로 상징되는 우로보로스는 공동체의 치유를 위해 대속의 도구로 선택된 주인공에게 있어서 “무(無) 속에, 죽음 속에, 무상 속에, 침몰해버린 소멸이 아니고, 부활에의 희원으로 기다리고 누워있는 암컷들”을 위한 무한한 생명의 장치인 것이다.

그는 뱃사공과 창녀의 응석이 새벽부터 떠들썩한 갯가의 한 고장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 때 그는 저 치근치근한 아버지들께 자신의 엄니를 빼앗기고 바닷가로 내려가, 혼자 모래집이나 짓고 놀며 갯가를 홀로 헤엄치는 물고기로서 그야말로 잉여인간이었다.

이제 막 마른 늪에서 낚시질을 시작한 그는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불모의 자궁인 유리에 남은 최후의 인간으로서 초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가 가능성에의 집념을 가지고 그 언젠가 마른 늪에서 한 마리의 고기를 낚을 수 있다면 말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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