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엄니의 죽음과 마지막 기억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엄니의 죽음과 마지막 기억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7.19 09:25
  • 수정 2019.07.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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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그의 엄니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 ‘육신만으로 살던’ 그런 여자들 중에서는 그나마 비교적 정결하고, 비교적 고운 여자였다.

그녀는 동냥자루가 오분의 일쯤 무거운 홀아비 문둥이들의 애첩이었고, 아랫녘 늙은 해수병쟁이나 젊은 폐병쟁이, 또는 간질쟁이들을 단골 손님으로 둔 여인이었다.

그녀는 부잣집의 아들내미인데 장가를 채 못 든 채 급살에 뒈져 송장이 된 총각 송장과 하룻밤을 치러주어 ‘몽달귀신’을 면하게 하기도 했다. 그는 가끔씩 남의 일에 감 내라 배 내라 입방아를 찧어대는 입싼 아주머니들로부터 그의 엄니에 대해 쑤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엄니는 죽어 몽달귀신이 되기 직전의 시신 곁을 지켜주었다. 그녀는 바리공주가 되어 이승에서 촛불처럼 서서히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떼어내어 송장에 덧입혀 저승으로 보내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몽달귀신을 면하게 하기 위해 방금 죽은 영혼을 제 숨과 온기로 씻겨 저승으로 보냈던 그 바리공주마저도 죽어 나자빠졌다.

주인공은 토방에 앉아 그저 울고만 있었고, 그녀의 시신은 그에 의해 몇날 며칠을 방치되어 썩어 갔다. 읍소에서 나와, 죽어 썩던 그 여자를 거적에 말아 달구지에 싣고 내려갔는데, 그는 그 장면만 기억할 뿐 다른 것은 모른다. 그게 그가 기억하는 엄니의 마지막 영상이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그녀도 아마 남녘으로 갔겠지”라고.

나는 주인공에게 ‘남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남녘남 ‘南‘이라는 한자는 설문해자로 풀어보면, 열십 자 밑에 악기를 매듭에 달아 맨 형상을 하고 있다. 의역하면, 이미 다 갖추어졌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남녘이라는 장소는 최소한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상향’ 혹은 ‘완벽’을 뜻하는 장소를 말함이 아닐까? 혹, 제주도 사람들이 죽어서 간다는 상상의 섬 이어도?

최소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남녘이란 장소는 고기 비린내와 탈육의 황홀이 섞여 불쾌한 자극을 유도하는 그런 곳이 아닌 희망의 아침 햇살이 물결치는 그 어떤 곳일 것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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