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영원한 모성의 아니마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영원한 모성의 아니마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7.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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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나는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 상권을 읽으며 혼을 벗어던진 그의 엄니는 주인공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창부였던 엄니는 그에게 애증의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자 부정적인 아니마(Anima; 남성의 무의식에 있는 여성적인 영혼)인 듯하다. 그것은 그의 무의식 심층부에서 콤플렉스 작용을 일으킨다.

그녀는 그에게 영원한 모성과 생명을 잉태하는 삶의 화신이자, 모든 남성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보편적이며 거대한 자궁, ‘히스테리아(Histeria)’가 된다. 그녀의 이 같은 삶의 방식은 그를 질투와 유아기적 혼돈의 정감(Affekt) 상태로 퇴행시킨다. 그녀는 부정적 아니마인 채로 그에게 남성성의 좌절을 일으키게 하는 대상인 것이다.

그의 리비도(Libbido: 생체의 에너지)는 정체되어 있다. 그녀를 향한 그의 정감의 과부하 상태는 일촉즉발의 폭발 위기에 있기에 ‘근친상간’이라는 위대한 환상을 자극하며 유혹하는 부정적인 여성의 이마고가 된다.

이 글을 읽는 나에게 주인공의 엄니와 칼 융(Carl Jung)의 ‘어머니 원형(Mutterarchetyp)’의 이미지가 중첩된다.

융의 어머니 원형은 분석심리학의 원형 이론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어머니를 상징하는 여신이 갖는 초자연적이며 신성한 근원으로서의 이미지에 대한 원형이다. 모신(母神)은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마음속에 내재한 본능적이며, 보편적인 상으로 대모(大母) 혹은 원모(原母)라고도 불린다.

어머니 원형은 남성의 무의식 안에 자리한 생산하고, 보호하고, (사랑을) 베풀고, 양육하는 모성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모신의 상징은 대조적인 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의식과 무의식, 생산적인 것과 파괴적인 것,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것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삼켜버리는, 이율배반적이며 부정적인 요소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모신의 이미지는 재생의 신비로운 변신의 장소이자, 비밀스럽고, 베일에 싸인 어둡고, 깊은 심연 속에 잠겨 있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죽음과 지하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유혹적이며, 해악을 주는 공포스럽지만, 무의식으로부터 떼어낼 수 없는 여성성의 부정적인 충동을 자극하기도 한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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