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에 들어온 지 5일째가 되는 어느 날 을야쯤이었다. 흙모래를 파삭파삭 디디며 그녀가 그를 다시 찾아왔다. 그는 그녀가 분명히 촛불중네로부터서 오는 길이란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헝클어진 머리칼에,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얼굴을 하고 울음을 참고 있는 듯해 보였는데, 그녀의 태도는 그가 애써 억눌러 두었던 기억을 상기시켰다.
그가 어렸을 때 엄니는 자주 밖에서 외출했다 돌아왔다. 그 때 그는 엄니가 밉고 원망스러워 등을 휙 돌려 돌아눕곤 했다.
그러면 엄니는 소리 없이 흐느끼곤 했는데, 그 때 그의 엄니의 젖꼭지에선 그의 것이 아닌 독한 침 냄새가 풍겼다.
그는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왜냐? 언젠가부터 그는 그 계집을 애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계집은 그에게 “오매(어머니)가 되고 싶다”고 했다. 덧붙여 그녀는 “시님 만난 디부텀 내 몸이 자랄났어라우. 내가 똑 죽겠음서도 시님만 뽀채지라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에게 “촛불 시님이 나보고 시님헌티 가지 말라고 그래라우. 그람선 지 각씨 되라고 허요이”하고 고해 바쳤다. 그녀에게는 주인공의 각시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세 명의 조사를 살해한 후부터 그는 파드러내진 구근과도 같이 휴식이 없었다. 지금의 그는 수렁 같은 계집이 유혹하는 어기찬 현실로부터 멍충하게 도망치고, 도망쳤다가 돌아와 다시 주저앉았다.
그 계집은 그에게 한 그릇의 식은 밥으로 그의 배를 불려주는 잊혀진 고향 같은 존재였는데, 그녀는 늪 아래로 내려와, 장옷 벗어 깔고 누워 둔덕 위의 그를 올려다보았던 ‘지골(地骨)’ 같은 구원의 여신이었다.
그는 그녀를 향한 망념을 잠재우기 위해 “떠난 사내여 그러나 벗고 떠나온 두루마기일랑은 아쉬워만 할 것이지 되찾아 입을 일이 아니다, 재뿐인 것을”이라고 다독이며 스스로 마음의 주문을 여러 번 뇌까렸다.
그에게 고향은 벗고 떠나온 두루마기의 훈훈함처럼, 지혜의 꺼진 모닥불에 따스함을 선사하고, 그를 “동쪽으로 동쪽으로” 향하게 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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