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나는 박상륭이 코스모스 내의 질서 정연한 인연이며 업보란 것을 두 개의 대조 축으로 설명하고자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하나는 선악의 어떤 업보가 끊긴 자리며, 다른 하나는 일종의 와해이다.
주인공은 본인이 스승을 살해한 것을 제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짖으며, 종내, 저 늙은 공(空)으로부터 한 없이 도망치다가 멈춰 섰다. 그는 제 손으로 스승을 압살(壓殺)한 후 죄의식의 원초적인 바다로 상징되는 혼돈(Chaos) 속 우주(Cosmos)를 유영한다.
그는 스승을 죽임으로써 ‘변절 환속‘을 단행했는데, 그 후 그를 휩싸던 모든 아늑함으로부터, 스스로 배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에 처했다. 그는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전리품인 해골을 유산으로 여겨 옆에 끼고“ 황량한 사막을 걷는 동안 자신이 세 명의 조사를 살해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그다지마음으로 시달리지는 않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계속 그 자신에게만 그 범행을 자백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죄책감과 가책, 두려움을 초극한 그 어떤 것이었다.
그는 길에서 죽어 길로도 못 가고, 바람 가운데서 죽어 흩어지지도 못한, 저 도보 고행승의 시체를 통과해 공계(空界)를 뛰어 넘어 색계(色界)로 스며들어간 것이다. 주인공이 단행한 스승의 살해 행위는 먼 조상 선조 대대로 물림해 온 원죄(原罪)와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생명을 강탈당하고 구도를 위해서만 생존하게 예정된 주인공의 운명을 상상해 본다. 나는 그가 스승을 살해함으로써 얻은 쑥과 마늘로 연명하며 하늘 아래 드러내진 흙 밑의 뿌리같은 위태위태하고, 척박한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켰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어쩔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다가 결국 ‘촛불중’이나 한 번 만나보자는 생각에 이른다. 그는 억지로 기분을 꾸며내서 기분을 돋구며, 그 계집이 나왔었다고 믿어지는 토굴 앞에 닿았다. 그는 큰 기침 한 번으로 인기척을 내고 거적을 들쳤다.
알 수도 없는 소리와 냄새의 웅덩이 같은 방 안에서 그는 아흔아홉 잠든 눈들 위에 깨어 있는 한 눈과 마주친다. 아뿔싸! 그는, 어떤 계집과 배를 붙이는 중이었다. 그 계집은 주인공이 바로 조금쯤 그리움으로 떠올리며 위안으로 삼았던 얼굴을 목에 달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수도녀였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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