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이제는 ‘음부와 자궁으로써만’ 확인되는 장로의 손녀딸이 그저 “인천지수선(人天地水仙)의 암놈들, 우주에 편재한 암컷, 일반적인 암놈”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291쪽)그 때 그녀가 그에게 “나는 당신의 죽음을 초롱히 지켜볼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물수건에 비누를 묻혀 그의 몸을 골고루 닦아주며, 양치질도 시킨 뒤, “나는, 한번 실컷 울 것이에요 서방님, 내가 당신을 죽여버리게 될 것이에요.”라고도 했다. 그 후 그녀는 그에게 장옷을 입히고, 자기도 장옷을 입는 것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의 에 나오는 네 명의 여성들(주인공의 엄니, 유리의 수도녀, 읍내 장로의 손녀딸, 그리고 순교한 목사의 딸)은 매장(무덤)으로써의 자궁과 새 생명의 산실(産室)로서의 자궁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네 명의 여성들 모두 남성성을 향한 에로스(Eros: 그리스 신화의 사랑의 신, 사랑을 통한 생명의 응집과 통일의 본능)적인 욕망과 타나토스(Thanatos: 그리스 신화의 죽음의 신, 파괴와 죽음의 본능)적인 욕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신약 성서인 요한복음 12:24-26에는 "한 알의 밀알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계집(장로의 손녀딸)과의 정사를 통해 육신의 급진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는 그의 몸 전체가 처음에 색념이었다가, 다음엔 색근으로 변해져, 색근이 아닌 다른 몸으로서의 몸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 290쪽)그는 말을 잃고, 시력을 잃은 후에야 비로소 생각은 곧장 전신(轉身)을 치르고, 새 형태로서의 ‘언어’를 이뤄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그는 복귀된 귀, 재생된 감각을 가진, 하나의 염태(念態)로서 변모된 자신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그와 그녀는 그가 유리로 들어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의 에서 주인공이 불모지인 유리의 마른 늪에서 (물)고기를 낚는 행위는 중세 성배 신화에 나오는 ‘어부왕’ 신화를 차용한 것이다.사람을 낚되, 하나의 죽음을 통해 생명을 낚으려는 것이 그 목적이므로, 그 결과에 있어 고기와 생명은 같다. 그것은 세례, 또는 던져지기와 매장, 또는 자궁 가운데로 들어서야만 재생을 가능시키는 용(用)이므로, 남근(男根)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과 고기와 남근은 같다.어부왕(漁夫王, Fisher King)은 중세의 ‘성배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그녀와의 사랑의 행위로 말미암아 피부의 원시성과 감각의 재생 및 촉각의 유아성을 회복했다. 그는 계집의 손가락이 그저 의미 없이 그의 무릎을 스쳐도 그것이 그의 혼까지를 뒤흔드는 간지러움으로 변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런데 그에게 그러한 스침이 도발해내는 아픔이란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 288쪽)그것은 그에게 그렇게나 아리고 뜨거운 것이어서, 비명을 질러내게 하며, 몸을 뒤꼬아 대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또한 그가 암컷이라고 느껴지는 피부에 ‘열예(悅豫: 열락, 유한한 욕구를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피부가 느끼는 소리까지 더해진 감각의, 감촉의 두려움이 자신의 육체에서 일깨워 진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이 상태는 계집(장로의 손녀딸)과의 수분의 여수 중에 갑자기 자각된 것이다. 그에게 피부를 통해 오는 모든 느낌 또한 깊고 넓으며, 두려운 것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느낄 수 있는 피부란 하나의 바다라고 불러야 할 것만 같았다. 바다는 그에게 매순간 처녀다우며, 어머니답게 또한 포용적인 것이었으니.! ( 288쪽)그는 피부의 원시성, 감각의 재생과 촉각의 유아성을 경험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동안 그녀의 아비(유리의 판관)가 그에게서 빼앗아 간 눈 대신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깊은 아름다움을 느끼며, 빙근(氷根)다운 비애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품에 감싸며, 무엇이든 잡히는 것으로 저 온기스런 서러운 알몸을 포근히 덮어 주었다. 그랬더니 오래잖아 쌔근쌔근 잠자는 것이었다. ( 285쪽)그는 “빛이며 말에의 보챔으로, 도대체 잠잠치 못하는 혼”을, 그의 품안에서 “깊고도 고요한 잠 위에 붙들어 매놓고”, 가만히 있어 보았다. (285쪽 말미-
[데일리스포츠한국] 장로의 손녀딸은 “글쎄, 저 목욕 끝낸, 짐승 같은 사내의, 야만스러움에 움켜잡혀져 상처를 입고 싶어서, 난 늘 가슴이 미어지고 있었거든요.”라고 하면서 자신이 죽은 수도녀를 몹시도 질투하고 있었다고 주인공에게 고백했다. ( 282쪽)“글세쎄 전 질투했답니다. 그 꿈이 비롯된 때부터 더욱더 심해졌는지는 몰라도요, 그 여자의 망혼까지도 저승에서 버림받아지기를 바란답니다. 저는 이렇게까지도 악하게 된 것이에요. (중략) 독약을 먹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요, (중략) 왠지 기쁜 듯 하면서두요,
[데일리스포츠한국] “개밥 주는 별(금성: 저녁나절 서쪽 하늘에 금성이 나타나면 개가 밥 주기를 기다리는 때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벌써, 저 탁한 하늘에 떠올라 있어요” 그녀가 그에게 한 첫 이야기는 그것이었다. 그녀가 그에게 두 번째로 건넨 말은 “돌아가면 이제 난 한번 실컷 울려고 한답니다”였다. ( 280쪽)그는 오열로 인해 떨리는 그녀의 음성을 들으며, 어렴풋하게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변방 관리로 간 낭군께 인편으로 보내는 아낙의 소식” 같다고 생각했다. (281쪽)그녀는 “이 저녁엔 아무도 오
[데일리스포츠한국] 앙금된 눈물이 주인공의 눈에서 흘러 시력을 잃어 암흑이 되어 버린 그의 눈을 번들거리게 했다. 그는 “살을 입은 슬픔, 그 배꼽에서 줄기를 빼올려 피우는, 저 번뇌의 흙탕 아래 도사린 몸, 업, 업이다, 업이다, 어비다, 어비다, 어버이다. 그래서 나 세상의 아들, 우니노라, 이 바람 찬 세상, 눈에 먼지 끼얹으며 우니노라, 우니노라”라고 탄식했다. ( 277쪽)그 때, 촛불중이 웬 낯선 여인(읍내 교회의 죽은 목사의 딸)하고 다가와 둘이서 떠들썩거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자신이 결국 ‘썩어지고 흩어질녀러 것인 목숨’을 가지고, 어떻게나 허잘데 없이도 목숨에 집착하며, 어떻게나 비겁하며 나약한가를 생각했다.그는 “껍질 벗기운 몸으로 세상 빛 아파하는 나는, 차라리 벌렐레라”하고 자책했다. “벌렐레라. 생명에의 집착은 독사 같은 것일레라. 잘라도 잘라도 그 목이 돋아나는 독사같은 것일레라. (증략) 꼬리를 땅에 박고, 천의 죽순처럼 돋아 있는 독사의 죽림(竹林)일레라. 그래서 그 독아에 한 번 물리면, 끝없는 갈증과 허기로 이 세상을 황급히, 주리를 틀며 뛰어다니게 하지만,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의 노파답게 자상스러운 마음씀과 사미답게 겸손하고 따뜻한 손놀림은 주인공에게 어쩐지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루아침에 낯선 사내가 된 촛불중의 행동을 그로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한 노릇이었다.그는 다른 건 다 잊어버린다 해도, 한 천애 고아였던 계집을 모질게 강간하고, 또 어쨌든 이웃사촌 중이었던 한 돌중의 눈에 비상 섞인 촛농을 떨어뜨릴 수 있었던 그 사내를 어쩐지 증오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숨통을 틀어막아야 할 터인데, 어째선지 그런 감정이 북받쳐오르지 않는 것이다. (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자신에게 “빛깔이며 색깔이며 형상이며를 분별하던” 저 안구가 파괴되어버렸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리하여 내 자신만의 더 많은 내광(內光)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자위했다.( 270쪽 말미-271쪽 초입)그는 그러므로 저러한 파괴 위에서 명상하고 정진하며, 정액처럼 진하고 순수히 괴어드는 말이며 빛을, 하나의 내인(內人)으로 존경하고, 소멸 속으로 나아가서도 오히려 더 살이 굳어지는, 금(金)을 성취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271쪽)그럼에도 그는 어쩔 수 없이, 빛에의, 말에
[데일리스포츠한국] 완전히 시력을 잃은 주인공은, 저 안구의 조화란 너무도 엷고, 너무도 섬약하며, 너무도 가늘어서 완전과 불완전의, 암수 소가 나뉘어서 갇힌, 두 우리 가운데 있는 한 겹 창호지 칸막이 같을 것인 바, 저 숫소는 너무나 거칠어 아직 누구도 코뚜레를 씌워보지 못했으며, 저 암소는 새끼에의 소망으로 발정돼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 269쪽)이어 그는 주관론적 논리에 자신이 자꾸 항복되어 가는 상태를 발견하고 ‘장한몽’을 떠올렸다. 그는 ‘존재란 덧없고, 실제가 아니며 허상이어서, 색과 공이 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그 사건이 있은 직후부터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을 향한 열패감으로 말미암아 항상 루저(loser)가 된 기분을 가슴 에 끌어안고 살고 있었다. 하야, 촛불중은 주인공에게, “그 사 내 앞에서 난 늘 패한 느낌이었습지. 한 번쯤 이기길 바랬습지” 라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 267쪽)촛불중의 고백으로 미루어, 촛불중은 주인공을 향한 연모 와 동시에 증오의 양가감정(ambivalence)을 가졌던 것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감정에 패배의식이 더해져 주인공을 향 한 살욕으로 전환되었던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유리로 들어온 지 30일째가 되는 날, 촛불중은 주인공의 저 광명스러운 눈에다 예형을 과하는 재미를 흠뻑 즐겼음을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흐흐으, 아 즐겼습지, 즐겼습지, 그렇습지, 재미가 있었습지. (중략)대사의 정신은 떠나고 없었습지. 숨도 쉬는 듯하지 않았으며, 맥도 뛰는 듯하지 않았습지. 그건 거의 완사(完死) 상태라고 해도 좋았습지. 헤헤헤, 그래도 그 눈으로 눈물이 어리고 들었었으니, 생명이 떠나버린 것 아니었었습지. (중략)소승이 그렇습지, 한 방울의 촛농을 말입지, 대사의 눈썹을 끄슬릴 그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주인공에게 중이란 적어도 자기의 이를 도와, 혀를 놀려 거짓을 말해서는 안 되는 어떤 것이라며, 자기를 속이는 일은 아마도 그중 비참한 환속일 거라고도 했다.( 257쪽)촛불중은 주인공에게 재차 그 서류를 들고만 있지 말고 대사의 전생명과 직결된 것이니 좀 읽어보라고 종용했다. 그러며 촛불중은 이 서류는 초대 읍장과, 유리의 삼조 촌장간에서 꾸며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그날 밤 촛불중은 주인공에게 예형을 집행하려고 온 것이다. 그는 주인공에게, “소승은 이제 대사께 예형을 과하
[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에서의 29일째 날, 주인공이 잠에서 깨어보니, 해가 중천이었다. 그는 그 하늘에다 대고 이를 드러내 누렇게 웃었다. 그 때 그에게 이천 광년이나 되는 저쪽 하늘의 어느 별에서 “말시(末時)가 가까웠으니 깨어 있으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는 속으로 “허지만 말시 전이란 언제나 고달픈 법”이라고 생각했다. ( 255쪽)그 시각 그는 이상스런 공복과 맞서 싸워야 했다. 그는 먹고 마셔도 먹고 마셔도, 여전히 배가 고픈 이상스런 허기증, 만복이 오히려 공복인 주림을 경험하고 있었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이 주인공에게 내보인 증명서에는 촛불중이 ‘범죄승에의 정죄의 권한이 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 249쪽)촛불중은 주인공에게 법조문과 판례집에 나타나 있는 범죄승 중에서도 사형이 언도되는 중죄인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혜택으로서의 선택권”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것은 ‘자기의 죽음의 날짜와 방법을 대사가 (주인공이) 택할 것인가’, 아니면, ‘집행자 쪽에 그것을 일임할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250쪽)촛불중은 이어서, “일단 정죄된 스님에게는 말입지,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유리로 들어온 지 28일째가 되는 날 그는 시간 속의 가장 작은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가, 느닷없이, 시간 밖의 저 정적한 시간 속으로 벗어나 버렸다.만약 한 발자국만 헛디딘다면, 그는 저 시간 밖의 무서운 진공으로부터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우주의 미아가 될 판이었다. ( 244쪽)그는 인연으로부터서, 그리고 태어나고 죽고 모이고 흩어지는 저 줄기찬 윤회로부터서, 세월로부터서, 내쫓김을 받는듯한 야릇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그는 유리에서의 28일째를 보내고 있었다.저녁때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