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자신이 결국 ‘썩어지고 흩어질녀러 것인 목숨’을 가지고, 어떻게나 허잘데 없이도 목숨에 집착하며, 어떻게나 비겁하며 나약한가를 생각했다.
그는 “껍질 벗기운 몸으로 세상 빛 아파하는 나는, 차라리 벌렐레라”하고 자책했다. “벌렐레라. 생명에의 집착은 독사 같은 것일레라. 잘라도 잘라도 그 목이 돋아나는 독사같은 것일레라. (증략) 꼬리를 땅에 박고, 천의 죽순처럼 돋아 있는 독사의 죽림(竹林)일레라. 그래서 그 독아에 한 번 물리면, 끝없는 갈증과 허기로 이 세상을 황급히, 주리를 틀며 뛰어다니게 하지만, 그리하여 종내 쓰러져 죽게 하지만, 죽기가 싫어져버리는 것이다” (<죽음의 한 연구(하)> 275쪽)
그는 차라리 어미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싶었다. 그의 엄니는 자식이 아니라 한 마리의 독한 벌레가 자기의 젖꼭지를 물고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 그는 그러다 울기 시작했다. 울어도 울어도, 울음은 울어도, 울어도 울음은, 울어도 끝이 나지 않았다.
그 울음은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잠잠히 머리를 숙이는가 했더니, 어느덧, 떠나 꼬리를 제 입에 물고, 흰 배를 쳐들어올리며, 괴롭게 뒤집혀지고 있었다. (276쪽)
박상륭은 <죽음의 한 연구> 뿐만이 아니라 그의 여러 저서에 우로보로스를 자주 표현하고 있는데, 위의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쓰여졌다. 우로보로스(Ouroboros: 자기의 꼬리를 물고 우주를 휘감고 있는 뱀)는 자웅동체적이고, 아이처럼 성적 분화 이전의 상태로, 그것은 끊임없이 재생을 추구하는 ‘원형의 영원성’을 상징하기 위함인 듯하다.
융 분석가인 에리히 노이만(Erich Neumann: 1905-1960)의 <의식의 기원사(63쪽)>란 책에도 이미 나와 있듯이, 우로보로스는 지복한 존재감, 완전성, 자기폐쇄적 자족감의 종말을 맞이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그 자신 속에서 자족하는 상태의 경험을 동반한 ‘영적 교섭의 비밀(communion mysteries)’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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