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감각의 전이와 복귀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감각의 전이와 복귀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1.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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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동안 그녀의 아비(유리의 판관)가 그에게서 빼앗아 간 눈 대신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깊은 아름다움을 느끼며, 빙근(氷根)다운 비애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품에 감싸며, 무엇이든 잡히는 것으로 저 온기스런 서러운 알몸을 포근히 덮어 주었다. 그랬더니 오래잖아 쌔근쌔근 잠자는 것이었다. (<죽음의 한 연구(하)> 285쪽)

그는 “빛이며 말에의 보챔으로, 도대체 잠잠치 못하는 혼”을, 그의 품안에서 “깊고도 고요한 잠 위에 붙들어 매놓고”, 가만히 있어 보았다. (285쪽 말미-286쪽 초입)

바로 그 때, 아직 ‘주술의 입맞춤’을 체험하지 못한 그에게 놀라운 감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의 귀가 전에 없이 밝고 예민해졌고, 또 놀랍게도 그 범위가 넓고 깊어져 전에 없던 미세한 소리까지도 포착하여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미세한 소리까지 감각하게 된 그는 “세상은 많은 부분, 형체는 없으나 신비스런 힘으로, 그 의미와 동향을 전달해주는 저 소리들로도 이루어져 왔음”을 처음으로 자각했다. (286쪽)

그는 시각을 잃고 나서 오히려 “밤이 흐르는 소리, 별이 반짝이는 소리, 모래알들이 속삭이며 서로의 품으로 파고드는 소리, 바람이 어쩌다 지나는 소리, 햇빛이 두터웠다 엷어지는 소리, 마른 풀뿌리 밑에선가 어디선가 두더지가 꿈꾸는 소리”까지 세세하게 느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는 “내 귀는 아마도 살아오는 동안에, 그 기능의 대단히 중요한 몫”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자각했다. 어쩌면 그의 고막은 거의 “몹쓸 것으로까지 퇴화되어, 하나의 죽은 의식으로, 치매상태에 머물러”와 버렸는지도 모른다. (287쪽)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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