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얼른 수락할 수 없는 죽음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얼른 수락할 수 없는 죽음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1.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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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의 노파답게 자상스러운 마음씀과 사미답게 겸손하고 따뜻한 손놀림은 주인공에게 어쩐지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루아침에 낯선 사내가 된 촛불중의 행동을 그로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한 노릇이었다.

그는 다른 건 다 잊어버린다 해도, 한 천애 고아였던 계집을 모질게 강간하고, 또 어쨌든 이웃사촌 중이었던 한 돌중의 눈에 비상 섞인 촛농을 떨어뜨릴 수 있었던 그 사내를 어쩐지 증오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숨통을 틀어막아야 할 터인데, 어째선지 그런 감정이 북받쳐오르지 않는 것이다. (<죽음의 한 연구(하)> 272쪽)

그는 속으로 아아, “나는, 무슨 이유로 해선가 갑자기 표백을 당해버린 것이다. 그래 푹 싀어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반쯤 죽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의 조금은 후토로 가고 조금만 이승엔 남은 것”일까 반문했다. (273쪽)

촛불중이 그 때 주인공에게서 곤혹의 빛을 눈치 채었는지, “아 대사는 말입습지”, 혼자 계시고 싶어하는군입지. 어쨌든입지 대사의 앞에 밥상이 있고입지, 눈 씻을 소금물은 대사의 왼쪽에 있고입지, 오른쪽엔 식수가 있습지. 저녁에 또 한번 와뵙겠습지.“라고 하며 발자국 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274쪽)

촛불중의 발자국 소리가 저 멀리 사라지자, 그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숟가락을 들어 밥을 몇 술 뜨다가 목이 메어, 숟갈을 던지고 엎으러져 버렸다. 입 속에 감도는 그 밥의 맛이, 목구멍의 탐욕이, 창자의 비굴함이 그에게 혐오감을 자아냈기 때문이었다.

얼른 수락할 수 없는 죽음을 앞두고, 그는 얼마나 비천하게도 목숨에 달라붙고 있다는 말인가? 그는 결국 촛불중에게 형장으로 보내달라고 표현했어야 했을 것을 회피해 버린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는 자신의 날을 자꾸 늦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것이다. 그는 그의 언어와 광명이 저승에서 그를 기다려 부르고 있는데도 거길 가서 죽고 싶지 않던 것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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