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왕(漁夫王)의 전설

어부왕(漁夫王)의 전설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1.15 09:12
  • 수정 2020.01.1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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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에서 주인공이 불모지인 유리의 마른 늪에서 (물)고기를 낚는 행위는 중세 성배 신화에 나오는 ‘어부왕’ 신화를 차용한 것이다.

사람을 낚되, 하나의 죽음을 통해 생명을 낚으려는 것이 그 목적이므로, 그 결과에 있어 고기와 생명은 같다. 그것은 세례, 또는 던져지기와 매장, 또는 자궁 가운데로 들어서야만 재생을 가능시키는 용(用)이므로, 남근(男根)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과 고기와 남근은 같다.

<죽음의 한 연구(상) 205쪽>

어부왕(漁夫王, Fisher King)은 중세의 ‘성배(聖杯: Graal)신화’의 주인공이다. 이 신화는 여러 판본이 있긴 하지만, 그는 6세기경 켈트족이 지배했던 브리타니아(영국)의 군주다.

신화에 의하면, 그는 대대로 성배를 지키던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데, 로마 정복에 나섰다가 적군의 마지막 일격으로 육체에 치명상을 입어 성적 불구가 되었다. 그 후 그는 성배 수호의 의무를 이어나갈 후계자를 더 이상 생산할 수가 없었고, 그가 성적 불능이 되자 그의 왕국도 역시 지기가 쇠하여 황폐하고 척박한 불모지가 되어버렸다.

‘텅 빈 기다림의 세계(Annie-Claude Dobbs의 표현 인용)’에 잠겨있던 그는 자신을 치유하고 구원해 줄 사람을 기다리는 유일한 희망을 품고 성 옆의 강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름다운 세 명의 여인이 이끄는 배가 다가와 그를 치유하고 재생하기 위해 신들의 섬이자 낙원인 아발론으로 데리고 떠났다.

<죽음의 한 연구>에서 주인공과 함께 등장하는 네 명의 여성들(주인공의 엄니, 유리의 수도녀, 읍내 장로의 손녀딸, 그리고 순교한 목사의 딸)은 유리의 마른 늪으로 상징되는 황폐한 사막과 같은 불모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그의 엄니를 제외한 세 명의 여성들은 불모지나 다름없이 기근(饑饉: 흉년으로 먹을 것이 없어 황폐화 됨)이 든 자신들의 요니에 새 생명이 잉태되기를 꿈꾼다. 하야 그녀들은 주인공과의 색념과 색근을 통한 육교(肉交)를 매개로 정액(수분)을 얻고자 한다.

이들은 주인공을 향한 불타는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본성에 눈뜬 여자(지상의 실제적인 여자)들로 초기 교부인 테르툴리아누스의 표현에 빌자면, “야누아 디아볼리(janua diaboli: 악마의 문(통로))”라고 할 수 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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