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이상스런 공복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이상스런 공복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2.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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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에서의 29일째 날, 주인공이 잠에서 깨어보니, 해가 중천이었다. 그는 그 하늘에다 대고 이를 드러내 누렇게 웃었다. 그 때 그에게 이천 광년이나 되는 저쪽 하늘의 어느 별에서 “말시(末時)가 가까웠으니 깨어 있으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는 속으로 “허지만 말시 전이란 언제나 고달픈 법”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의 한 연구(하)> 255쪽)

그 시각 그는 이상스런 공복과 맞서 싸워야 했다. 그는 먹고 마셔도 먹고 마셔도, 여전히 배가 고픈 이상스런 허기증, 만복이 오히려 공복인 주림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에게 이 이상스런 공복감은 참으로 거북하며, 외롭지도 권태롭지도 않으나, 외롭고도 권태로운 것 같은 것이었다.

그는 섬돌을 삼았던 그 돌팍을 어깨에 메고, 늪 안을 한 바퀴 삥 돌다가, 저 계집 묻힌 흙 위에 덮어 누르고, 그 위에 연좌를 꾸며 앉아 보았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벌써 그 계집은 잃어버리고 얼마를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가 ‘영원한 헝그리’가 되어 먹어도 마셔도 고픈 창자를 가진, 그리스 신화의 ‘에리직톤’과 같은 느낌은 어떤 것일까 상상해 본다. 내게는 그가 그것을 경험하고 있는 까닭이 어쩌면 이 세상에 혈혈단신 남겨진 자의 고독으로 말미암아 비롯된 정신의 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촛불중은 어제와 비슷한 시각에 다시 나타나 변절자 같은 웃음을 물고 시체를 파헤치고 내려다보는 여우의 눈으로 주인공을 내려다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전 날보다 어쩐지 야위어 보이고, 눈이 붉어 있었다.

촛불중은 주인공이 그 사이 떠날 수 있음에도 떠나지 않은 것에 대해 자신이 도박에서 무참히 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촛불중은 주인공에게 서류를 하나 불쑥 건네며, “이 서류를 대개 읽어보고 입습지, 빈 곳에 써넣을 것을 써넣으시고 말입지, 서명하고 날인을 해주었으면 싶지. 자 읽어보십지,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말입지”라고 말했다. (256쪽)

촛불중이 주인공에게 전달한 서류는 말하자면 범인의 자백서와도 같은 것이었다. 유리에서 법의 집행은 우선 이 자백서를 가지고 어떤 범인을 정죄할 단서를 찾아 조립하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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