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자웅동체를 지향하는 용(用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자웅동체를 지향하는 용(用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1.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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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에 나오는 네 명의 여성들(주인공의 엄니, 유리의 수도녀, 읍내 장로의 손녀딸, 그리고 순교한 목사의 딸)은 매장(무덤)으로써의 자궁과 새 생명의 산실(産室)로서의 자궁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네 명의 여성들 모두 남성성을 향한 에로스(Eros: 그리스 신화의 사랑의 신, 사랑을 통한 생명의 응집과 통일의 본능)적인 욕망과 타나토스(Thanatos: 그리스 신화의 죽음의 신, 파괴와 죽음의 본능)적인 욕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신약 성서인 요한복음 12:24-26에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녀들의 요니(Yoni; 자궁)는 타나토스적인 욕망 그 자체인데, 그것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 포용하는 어머니인 대지와 자연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녀들은 새 생명의 잉태를 꿈꾸며 그들의 근원적인 상태의 무(無), 혹은 안식의 장소인 엄니의 자궁 안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갈망을 갖고 있다.

박상륭은 <죽음의 한 연구(하)> 294쪽에 불모의 대지로 상징되는 그녀(장로의 손녀딸)의 근원적인 무(無)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암혹함으로 미동도 없이, 내 손끝 아래 펼쳐져 누워 있었다. 그럴 때 사실은 풍요로울 터인데도, 내 손 끝에 보여지기로는, 그럴 때 그 암컷이 한없이 황폐되어 있는 듯한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부왕(漁夫王) 성 불구에 걸려, 그 둔덕에 앉아 빈 낚시질이나 하는 그것은 그 마른 늪이었었다.

주인공은 죽음과 재생, 파괴와 창조의 연금술을 완성하기 위해 길고 험난한 구도의 여정에서 만난 세 명의 여인들과 여러 차례의 정사를 벌였다. 그녀들과의 육교(肉交)는 그에게 수행과 소통의 다른 방식이었다. 박상륭은 <죽음의 한 연구>에서 살욕과 성욕을 같은 관점에서 보고 있는데, 그는 이것을 ‘음기유전(淫氣遺傳)의 역사’라고 했다. 주인공은 불모와 저주, 공허뿐인 공간인 유리에서 그 자신만은 충일한 존재이다. 그는 살욕(살불살조)과 성교를 통해 불모의 존재인 그녀들의 자궁에 생명과 생식의 힘을 불어넣기 위해 자신의 정액을 분출하며 공희를 바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장로의 손녀딸과 우주적인 음양 화합과 명상의 행위로써 수차례 행한 교합을 통해 ‘팔만유정의 원형’인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우주뱀 우로보로스(Ouroboros)가 된다. 그것은 ‘남근을 싸아 안고 있는’ 여근인 타원형으로, 둘이면서 하나이며, 하나이면서 전부를 포괄하는 ‘양극을 갖는 타원형’이자 자웅동체요, 체용합일이다. 그와 그녀는 마침내 음양의 체(體)를 넘어서서 자웅동체가 되어 하나의 진정한 용(用)을 완성하게 된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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