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178쪽에서 주인공이 안뜰로 들어서자 오동이 우는 소리의 냄새와 청순한 계집의 태고스런 냄새가 동시에 퍼졌다. 그 냄새는 일단 코에는 신선했지만, 폐부에 스미고 나면, 소금이 되어버려 짜지고 그의 혼을 조갈에 부대끼게 한다.그 소리는 발열 지랄육갑 다하고 나가떨어져, 무덤에 들어서도 저승으로는 못 가고, 그가 아무리 계집을 마시고, 또 마시고, 또 마셔도 그의 혼을 갈증에 계속 떨게 했다.그는 그 순간 아, 그녀의 가얏고 소리는 “무덤에 들어서도 저승으로는 못 가고, 달이 흰데도 제놈의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의 176쪽에서 주인공은 장로 댁의 못가 죽의자에 앉아 무심히 연꽃을 들여다보다가 ‘구름이 넋 빠뜨리고 가는’ 호숫가에서 보았던 저 계집의 치마폭에 어렸던 연을 떠올렸다. 그는 문득 그 계집이 자신의 가슴 속 깊이 비집고 들어와 한 포기의 붉은 연이 되어 뿌리를 내려 그의 심정을 갉아먹고 있음을 깨닫는다.그 붉은 연의 세근은 간질거리고, 그 줄기는 억셌으며, 그 꽃은 뜨거웠다. 그러나 그것이 그에게는 결코 번뇌가 아니어서 그는 그것으로 인해 더욱 더 아파지기를 희망하는 것이었다. 내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173쪽에서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를 기다리는 여자를 향해 헤엄쳐나가며, 물을 머금어 양치질도 했다.그는 반대쪽 둔덕에 있는 그녀를 향해 나아가며 호수 둔덕에 초막 짓고, 저런 계집과 함께 살고 싶으면 싶을수록, 얼른 떠나버려야 되는 것이란 걸 자각한다.주인공은 다시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이 “그런 꿈은 꾸는 것이 아니다. 일곱 집 둘러 밥 빌어와서 처사여, 배불리고 처사여, 아침엔 흰 연기를 굴뚝에로 뿜어내며 처사여, 저녁엔 붉은 모닥불을 아궁이에 피우고 처사여, (중략)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딱히 갈 곳을 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터벅터벅 길을 따라 걸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의 ‘행망(行忘)’ 때문에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그는 서른 셋의 나이까지, 늘어볼 푼수 없이 삶의 여유라고는 경험하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이다.그가 잠시 발길을 멈추고 돌아서자, 한 마리의 잘 생긴 말이, 반갑다는 듯이 그에게 코를 벌름거리며 머리를 까불고 있었다. 그는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꼼짝 없이 밤의 행려자에게 합장해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말 위에 앉아 있던 행려자는 물론 그녀였고, 장로의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마을을 배회하며, 되도록이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도 자꾸만 그에게 ‘자신은 왜, 무엇 때문 에 꼭이 유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 의문이 자꾸 일 고 그것은 센바람이 되어 그를 한 뭉텅이 쌓아 축시의 말쯤 새 벽녘의 고해를 더해만 갔다.박상륭의 168쪽에서 주인공은 이런 짓 눌림을 잊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마음속에서 작은 염원을 하고 있다.“눈이라도 한번 퍼부어 내렸으면, 아 눈이라도 한 번 실폭하 게 퍼부어 내렸으면 그랬으면 비감이며 수심을 동결시켰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에게는 장로와 한 공간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 고문처럼 거북살스러웠다. 갑자기 그는 자신을 짓누르는 침묵 이 떠도는 이 자리를 속히 벗어나고 싶어졌다.그는 침묵 속에서 홀로 접혀진 우주의 질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세상의 “현상을 비실재로 보는 것이 오류인 듯하다“고 결론지었다.그는 비유(非有)가 그림자로 나타난 것이 허상이라고 파악 했고, 현상은 현상으로서 실재며, 그것은 ‘틀’이나 한계로서 구 획되어질 것이기 전에, 그리고 ‘먼지나 티끌 끼인’ 것으로 정의 할 것이기 전에, 하나의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장로의 간곡한 청을 간접적으로 사양하자, 박상륭의 163쪽에서 장로는 주인공에게 “대사께서는 유리의 율법에 관해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그가 고개를 저어 보이자, 장로는 혼잣말을 하듯이 “없으시겠지”라고 했고,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 “그러나, 이런 경우에 이르러서라면, 일러드리는 것이 필요한 일인 듯싶으구료”라고 했다.장로 스스로는 자신이 굳이 이런 말을 주인공에게 전해야 하는 상황이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장로는 한 숨을 쉬었다가 침묵하고,
[데일리스포츠한국] 장로는 “이 말씀을 아첨으로 드리기엔 내가 너무 늙어버렸소만, 허나 대사께서 정히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내 회포하고 있는 말씀 한 마디 드렸으면 싶으구료”라고 말하며 주인공의 손을 온기있게 잡았다. 이어 장로는 그에게 “이 늙은 한 속인의 눈으로도, 대사는 가히 탁월하여서, 대사를 만나본 것만으로도 내 여생에 여한은 없을 것만 같소이다”라고 했다.이 계제에 이르자 주인공은 그와 장로 사이의 우정이 조금의 그늘도 드리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양가죽 속에 감춰놓은, 피 묻은 손을 더 이상 감춰놓을 도리가
[데일리스포츠한국] 장로는 깊은 회한에 잠겨 눈물이 어린 눈을 들어 주인공에게 신앙 없이는 못 살면서도, 어떤 종교도 또한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을 주민들이 종교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설명했다.장로의 이 말은 창기와 아편과 독주에 찌든 마을 주민들이 종교를 받아들인 것은 자신들의 혼신을 제물로 바치기 위한 까닭이라는 것을 의미했다.장로는 “모든 병폐는, 거기 그것을 치유할 만한, 새로운, 확고한 정신적 지주가 없는 탓”이라고 믿었다. 그는 주인공에게 “어떤 정신적 지주 아래에서, 저들의 병든 마음이 치유당하기를 먼저 바라고, 그런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새벽 녘 장로 댁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장로 댁 대문 밖 가스등은, 새벽 깊음으로 타고 있었다. 새벽 고달픔으로 깊어지고 있었다” 남을 깨우기에는 꽤나 야심한 시각이었으나 그는 하루의 숙박을 위해 염치를 무릅쓰고 장로 댁 대문을 두들겼다. 먼저 개가 컹컹 짓고, 잠시 후에 그가 교회당 공사장의 인부로 일할 때 그에게 점심을 날라다 준 원정이 문을 열어주었다.그는 원정에게 “늦게 죄송하다”고 말했고, 원정은 장로가 사랑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노라고 귀띔해 주었다.그가 사랑방 문을 열자 장로가 성경을 읽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장로의 집 사랑방에 유숙해서 며칠을 보내고 보니 그가 유리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20일째가 되었다. 그는 장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며칠 간 자진해서 읍내의 교회당을 짓는 공사장에서 인부로 일하고 있었다.그날 그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히히 웃으며, 가스등이 꺼지지 않은 거리를 느릿느릿” 걸어서 공사장 일터로 향하며 괜시리 ‘이민감(移民感)’ 같은 ‘낯설음’을 느꼈다. 그런데 그의 이 이민감은 그에게 “어쩐지 저 근간 자체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 때 그는 “이 아침에 기도를 생각하기 시작했
[데일리스포츠한국] 에리히 노이만(1905-1960)은 에서 자아와 의식의 발달단계를 구분하여 설명했는데, 중생(重生) 또는 재생과 부활의 모티브를 갖는 변환신화를 일컬어 ‘오시리스화(Osirifizierung)’라고 명명했다.이집트 신화의 오시리스는 생산의 신이자, 이집트의 왕으로 군림한다. 그는 ‘자기완성을 하는 자’로, 명계(冥界)를 다스리는 왕이자 죽은 자를 재판하는 신이다. 그는 세트에 의해 이중으로 살해되어 육신이 갈가리 조각났다가 다시 합쳐지는 ‘정신-신체적 파멸과 소멸의 위험’을 극복하며, 완전한 존재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당 후보자의 신병과 접신몽은 병리학적 질병과 유사한 위기상태에 있는 심리 상태의 드러남과 퇴행적 히스테리, 일시적인 인격의 해리 등과 같은 형태를 보인다.엘리아데의 에 의하면, 접신몽과 접신체험은 샤먼 상태에 이르는 아주 흔한 수단이며, 신병이나 신가물 등이 모두 택함을 입기 이전의 속된 인간을 성스러운 직능자로 바꾸는 과정인 것이다.육신이 없이 염태로만 존재하는 신령은 자신의 의지나 목적을 실행하고 이루어 낼 도구로써 인간의 육신을 필요로 한다.한국의 샤머니즘에서 몸주 신령이 그의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의 책 82쪽에는 주인공이 강연을 통해 ‘원죄’와 죽음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소승이 격렬하게 다투어 온 저 ‘원죄’의 의미가 무엇이었는가를 상기시키는 바입니다. 그것을 소승은 ‘죽음’ 자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죽음’들 속에서도 순화되지 못한 것이 가는 곳을 ‘지옥’이라고 하며, 그곳은 사탄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고 알려집니다.(중략)지옥이란, 생시에 지었던 죄업으로 인하여 고통받는 장소가 아니라, ‘죽음’ 자체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는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은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와 관련하여, 그의 책 81쪽에 다음과 같이 썼다.“예수가 참으로 여호와 당자인가, 또는 그의 아들인가 아닌가와도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했으면 싶은 바, 좀 이상스러운 말로, 영매접신을 통하여서라도, 한 인간의 정신이, 신 자신으로까지 고양될 수는 있다는 것은 괄목할 가치가 있습니다”신비주의에서 접신을 통해 한 인간이 신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영적인 경지이다. 그것은 그 인간에게 신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불타고 있기에 가
[데일리스포츠한국] ‘신가물’은 신명(神明)이 센 집안 출신이거나, 신령을 모셨던 집안의 뿌리(신부리: 영적인 내력)가 있거나, 신의 기운을 남달리 많이 받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신가물로 선택된다는 것은 신령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신의 제자로 점지된 몸체를 가졌다는 뜻이다. 이는 신가물에 해당하는 자가 “신에게 묶여 있고, 감겨 있으며, 얽혀”있어 평생 신령을 모시며 무업(巫業)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그가 신을 받아 모시기 전까지 신가물인 사람과 그의 집안에는 갖가지 우환과 질고가 끊이지 않는다.오선
[데일리스포츠한국] 한국의 샤머니즘에서 무당 후보자가 신내림굿을 받기 전, 그리고 신내림을 받고 무당으로 성무하는 과정에서도 새 신명을 모실 때마다, 혹은 ‘신의 벌전’ 등과 같이 영적인 수난을 동반하는 현상이 있다. ‘신병’과 ‘신가물’이 그것이다. 이것은 꼭 무당의 육체적인 질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의미의 고난을 총칭하는 의미의 용어로 사용된다.신령을 모셔야 할 소양과 운명을 지닌 무당 후보자(신가물)에게 신이 들리(지피)면 전조 현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신병이 나타난다. 무당 후보자는 그를 선택한 신령의 성향
[데일리스포츠한국] 구약성서 욥기 1장 1절에는 다음과 같이 욥의 독실한 신심에 관해 기록되어 있다.“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더라”마태복음 19:23-24에 쓰여 있는 것 같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 욥은 충직하고 야훼를 경배하는 신심을 가진 종이면서도 다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욥기 1장 3절에는 그의 소유물로 “양이 칠천 마리요, 낙타가 삼천 마리요, 소가 오백 겨리요, 암나귀가 오백 마리이며, 종도 많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73쪽에서 연금술로 금을 제조하는 업자들이 실험실에서 사용했던 촉매인 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은 “몸과 정신과 영혼의 삼위일체라는 견지에서, 몸이 독이라고 믿으며, 몸의 죽음에 의해서라야만 영혼과 정신의 해방, 또는 부활이 가능해진다고 보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연금술사들은 물질을 통해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구도자들이었다. 그들은 고대의 인간이라는 소우주와 대우주는 본질적으로 구조가 같다는 철학적 세계관을 갖고 있었고, 만물이 서로 긴밀한 유대관계 속에 존재한다고
[데일리스포츠한국] 69쪽에서 주인공은 장로의 손녀에게 요한계시록 6장 1절에서부터 8절 까지를 읽어 달라고 했다. 인용한 부분은 박상륭이 주인공의 입을 빌어 ‘일곱 봉인에 담긴 심판’에 나오는 여러 색깔의 말(馬)을 탄 기사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그 때에 내가 들으니 네 생물 중에 하나가 우렛소리 같이 말하되 오라 하기로, 내가 이에 보니 흰 말이 있는데 그 탄 자가 활을 가졌고 면류관을 받고 나가서 이기고 또 이기려 하더라. 둘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들으니 둘째 생물이 말하되 오라 하더니, 이에 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