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장로집안의 뿌리깊은 병독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장로집안의 뿌리깊은 병독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0.2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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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새벽 녘 장로 댁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장로 댁 대문 밖 가스등은, 새벽 깊음으로 타고 있었다. 새벽 고달픔으로 깊어지고 있었다” 남을 깨우기에는 꽤나 야심한 시각이었으나 그는 하루의 숙박을 위해 염치를 무릅쓰고 장로 댁 대문을 두들겼다. 먼저 개가 컹컹 짓고, 잠시 후에 그가 교회당 공사장의 인부로 일할 때 그에게 점심을 날라다 준 원정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원정에게 “늦게 죄송하다”고 말했고, 원정은 장로가 사랑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노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가 사랑방 문을 열자 장로가 성경을 읽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늦어 죄송하다고 했으나 장로는 일언반구 대꾸 없이 “글쎄, (성경을) 처음서부터 지금 다시 읽기를 시작한 참이죠.”라고 하면서 무심한 듯 돋보기를 벗었다.

주인공의 눈앞에서 부나비들이 남포등에 부딪치는 적막한 밤은 자꾸 흐르른 듯 했다. 장로는 밑도 끝도 없이 “이 읍에 와서 대사는, 못 당하실 곤욕을 두 번씩이나 당하셨구료”라고 했다. 이어 장로는 “그 때마다 대사는, 그 행악한 자들께 벌주려 하기보다는, 용서해 주기를 바라지 아니하셨소?”라고 말했다.

그는 속으로 도대체 장로는 무슨 연유로 하필 이런 말을 꺼내는 걸까 생각했다, 장로는차를 따라주며, 그에게 “그런 종류의 행악이란 타인을 상대로, 밖으로 드러난 아주 작은 종기나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요”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연이어 거의 신경질적인 음성으로, “이 읍은 이미, 매음과 아편과 독주 없이는 지탱해나가기 어려운 상태에 와 버린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오늘 날 이 늙은이가 푹신하게 걸터타고 앉은 이 부가, 무엇으로 이뤄진지를 아시오?”하고 좀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인공을 쏘아보았다. 장로의 이 말은 장로의 조부가 읍을 조성할 때 창기와 아편과 독주로 그만한 재산을 모았음을 암시했고, 또한 그것이 바로 장로의 집안을 예외 없이 강타한 병독의 원인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읍을 건설한 장로의 조부는 그 병독의 씨앗을 뿌리는 자였고, 타지에 나갔다 돌아와 읍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고자 했던 장로의 부친은 종교의 힘으로 상류층에 뿌리 깊은, 혼만 삼키는 독사 같은 그 병근을 뽑으려 한 자였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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