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호수에서 생긴 일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호수에서 생긴 일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1.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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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죽음의 한 연구(하)> 173쪽에서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를 기다리는 여자를 향해 헤엄쳐나가며, 물을 머금어 양치질도 했다.

그는 반대쪽 둔덕에 있는 그녀를 향해 나아가며 호수 둔덕에 초막 짓고, 저런 계집과 함께 살고 싶으면 싶을수록, 얼른 떠나버려야 되는 것이란 걸 자각한다.

주인공은 다시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이 “그런 꿈은 꾸는 것이 아니다. 일곱 집 둘러 밥 빌어와서 처사여, 배불리고 처사여, 아침엔 흰 연기를 굴뚝에로 뿜어내며 처사여, 저녁엔 붉은 모닥불을 아궁이에 피우고 처사여, (중략) 구름이 넋 빠뜨리고 가는 호수에 낚싯줄 늘이고 앉아서 처사여 들으며 보며 늙어가는 처사여, 그런 꿈은 꿀 것이 아닌 것이다”라고 말한다. (174쪽)

그는 환영 속에서 ‘한 마리 정충의 고뇌’와 ‘어미의 산통’을 보고, 한 생명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생각한다. 그 때 그는 이미 코앞에 다가선 자신의 죽음을 본다.

그가 둔덕 위에서 내려다 보매, 그를 기다렸던 여자는 “비단의 검은 폭에 연의 붉은 여섯 이파리를 가슴팍에 수놓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죽음의 한 연구(하)> 104쪽에서 공사장에서 만났던 파리하게 생긴 깡마른 계집아이가 주인공에게 장로의 손녀에 대해 “그 여잔 몸이 없는 여자”라고 했던 말을 떠올려 본다.

그녀는 조금의 수줍음도 없이 정면으로 그의 벗은 몸을 바라보았는데, 그 때 그녀는 약간의 광기를 띄고 그 눈은 좀 붉어도 보였다. 해를 정면에 받고 선 그의 젖은 몸에서는 김이 누렇게 퍼져 올라오고 있었다.

그 때 ‘조금 뜨거운 신선감’이 그의 온 몸을 훑고 퍼지자, 고놈의 망할녀러 근이 백일하에 굳건히 일어서고, 골에 머리 얹고 잠들었던 두 마리의 뱀이 깨어선, 척추를 따라 세 바퀴반을 휘감아 틀어올라 목젖 있는 데서 대가리를 휘둘러댔다. (174쪽-175쪽)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두 팔 안에 휘감아 넣었다, 그녀는 거부의 몸짓은 하지 않았다. 오래잖아 그에게선 척추가 무너나 버렸고, 용 틀어 오르던 두 뱀도 전처럼 다시 치골에 머릴 얹고 잠들어 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검은 비단폭 치마에는, 다른 흰 연(蓮)이 한 송이 해맑게 피어, 검은 바탕 위에서 햇빛을 받고 청황색으로 뻔쩍였다. (175쪽)

그제서야 그녀는 실의와 거부의 몸짓으로 일어나 말한테 달려가 황진을 일으키며 쏜살같이 떠나갔고, 홀로 남겨진 그는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하나의 통로는 역시 유리에로의 그것 뿐이란 것을 깨닫는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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