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잊혀진 고향의 현상학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잊혀진 고향의 현상학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0.3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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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에게는 장로와 한 공간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 고문처럼 거북살스러웠다. 갑자기 그는 자신을 짓누르는 침묵 이 떠도는 이 자리를 속히 벗어나고 싶어졌다.

그는 침묵 속에서 홀로 접혀진 우주의 질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세상의 “현상을 비실재로 보는 것이 오류인 듯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비유(非有)가 그림자로 나타난 것이 허상이라고 파악 했고, 현상은 현상으로서 실재며, 그것은 ‘틀’이나 한계로서 구 획되어질 것이기 전에, 그리고 ‘먼지나 티끌 끼인’ 것으로 정의 할 것이기 전에, 하나의 우주를 형성해 내는 것(박상륭의 <죽 음의 한 연구(하)> 166쪽)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우주는 가득 채워진 것으로 비임(空)을 지 키는 것이며, 이 ‘공(空)’은 ‘비유(非有)’와 결코 같지 않은 까 닭이다. 나는 죽음 자체는 우주의 ‘접혀진 질서’로 볼 때 영혼 의 채워짐을 위한 육신의 비어짐일 터이니, 죽음마저도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은 장로에게 소리 없이 웃어 보이고 돌아서서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잠들어 있는 읍을 향해 길을 나섰다.

그에게는 이제 돌아갈 고향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고향으로 부터도 개종해 있었던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바로 그 때 그는 아련히 떠오르는 고향의 영상을 보았다. 그 것은 “당산 가운데 백송, 섬돌이네, 바람쇠네, 당굴네 흙집, 언 청이 여자, 빈벌, 고추가 말라가는 초가 지붕, 또 아마 등대, 갯 벌 갈매기의 끼욱거림, 기우제 때 타다 만 모닥, 태주할미네 오 두막에선 낮에도 촛불이 타고, 배고픈 창자로 따먹었던 생굴 맛, 어머니, 허긴 어머니.”였다. (167쪽)

이 대목에서 나는 주인공이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낸 고향 풍 경과 영상의 대부분이 왜 하필 샤머니즘적인 요소와 관계가 있 는 것일까 하고 의구심을 갖게 된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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