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주인공이 부르는 처용가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주인공이 부르는 처용가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0.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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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장로의 집 사랑방에 유숙해서 며칠을 보내고 보니 그가 유리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20일째가 되었다. 그는 장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며칠 간 자진해서 읍내의 교회당을 짓는 공사장에서 인부로 일하고 있었다.

그날 그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히히 웃으며, 가스등이 꺼지지 않은 거리를 느릿느릿” 걸어서 공사장 일터로 향하며 괜시리 ‘이민감(移民感)’ 같은 ‘낯설음’을 느꼈다. 그런데 그의 이 이민감은 그에게 “어쩐지 저 근간 자체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때 그는 “이 아침에 기도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도를 하는 사이 아상(我想)을 죽이고, 썩이고, 파사근거리게 하고, 오소록이 무너나고 싶은 것이었다. 이런 기분이 들자 그는 갑자기 의기소침해지며 또 다시 자신의 “왜소함으로의 귀환”하고 있었다. 그 때 그는 알았다. “자기의 왜소함과 대면해야 된다는 일이란, 아마도 그중 큰 형벌”이란 것을…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봐도 그는 “이런 종류의 형벌이, 어디서 왜 왔어야 되는지”를 모르겠다. 또 이러한 “형벌을 감내하는 일이 (그 자신에게) 얼마나 유익한 지 어떤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다만, 그가 이 무서운 형벌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울 수도, 추억에 잠길 수도 없다는 것을, 조금 알 뿐이었다.” 그는 기도를 하려던 처음 생각을 접어, 결국 “기도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그의 고독하고 왜소한 “아집이었을지도 모른다.” 여하간 그는 그날 기도하기를 포기했다.

십장은 그날 저녁 그와 공사장의 인부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그는 십장의 아낙이 끓여 큰 뚝배기에 담아준 추어탕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그것은 그에게 구수한 비린내를 풍기며 김이 뭉술뭉술 오르는 따스한 고향의 온기 같은 달콤한 충족감을 주었다. 그는 십장의 집을 나서며 마음속에서 낮게 울려 퍼지는 처용 음성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밤드리 노니다가

드러△ㅏ 자리 보곤

가 리 네히어라

둘흔 내해엇고

둘흔 뉘해언고

(양주동 해독)

이 가락은 그에게 외로움에 병든 밤의 귀신 모양을 한 객귀가, 저 고장의 풍염하고 은근한 눈치에 반해서 머물고자 내는 소리처럼 들렸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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