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몸주 신령과의 관계서 겪는 고난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몸주 신령과의 관계서 겪는 고난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0.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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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신가물’은 신명(神明)이 센 집안 출신이거나, 신령을 모셨던 집안의 뿌리(신부리: 영적인 내력)가 있거나, 신의 기운을 남달리 많이 받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신가물로 선택된다는 것은 신령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신의 제자로 점지된 몸체를 가졌다는 뜻이다. 이는 신가물에 해당하는 자가 “신에게 묶여 있고, 감겨 있으며, 얽혀”있어 평생 신령을 모시며 무업(巫業)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그가 신을 받아 모시기 전까지 신가물인 사람과 그의 집안에는 갖가지 우환과 질고가 끊이지 않는다.

오선영의 <앉은굿 법사들의 신풀이, 충남 서산 태안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는 “무당이 되어야 할 운명에 처한 사람을 일러 신가물이라고 한다.”고 되어 있다. 신가물의 ‘가물(家物)’은 집안의 재물이라는 뜻이다. 가물은 감에서 변형된 용어로, 접미사인 ‘-감’은 신랑감, 장난감 등과 같이 일정한 자격이나 조건을 갖춘 사람이나 물건을 지칭한다.

신병을 앓는 무당후보자인 신가물은 무당을 찾아가 무꾸리 및 점복을 통해 자신이 신(령)을 모셔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가 신내림굿을 통해 자신에게 온 신령을 낱낱이 밝혀내어 그의 영혼과 신령이 합일되어 몸주신령으로 좌정하게 되면 그동안 겪었던 모든 신병현상은 일시에 사라진다. 신병과 신가물은 그야말로 무당이 몸으로 겪어내야 할 샤머니즘적인 고난인 것이다.

신내림굿은 신가물이 신령과의 온전한 관계를 맺기 위해 진행하는 굿이다. 신내림굿에서 신가물은 주무(主巫, 신어머니 또는 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일단 자신에게 붙은 허주(잡귀잡신)를 풀어내고, 조상을 해원한 후, 고풀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신가물에게 생긴 영적으로 엉킨 문제와 삶의 매듭들을 정리한다. 그 후 신어머니는 신가물에게 붙은 사령(邪靈)을 쫓아내고 그가 모시게 될 ‘정한 신령(신명, 神明)’만을 정확히 가려내어 신가물의 몸주로 받아들이고 좌정시키는 의식인 ‘신가림’을 진행한다.

신내림굿은 또한 일종의 통과의례로써, 신가물이 공동체에 자신을 도구로 선택한 신령을 찾아내어 몸주로 받아들였음을 알리고, 앞으로 신(령)의 뜻에 따라 살아갈 것을 공표하는 의식인 것이다.

신내림굿을 진행한 후부터 신령과 무당의 관계는 ‘신(령) 위주의 일방적 관계‘에서 벗어나 ’신(령)과 신가물의 쌍방적 계약관계‘로 전환되어 새롭게 정립되는 것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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