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숙명 같은 유리로의 회귀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숙명 같은 유리로의 회귀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0.31 10:09
  • 수정 2019.11.0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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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마을을 배회하며, 되도록이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도 자꾸만 그에게 ‘자신은 왜, 무엇 때문 에 꼭이 유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 의문이 자꾸 일 고 그것은 센바람이 되어 그를 한 뭉텅이 쌓아 축시의 말쯤 새 벽녘의 고해를 더해만 갔다.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하)> 168쪽에서 주인공은 이런 짓 눌림을 잊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마음속에서 작은 염원을 하고 있다.

“눈이라도 한번 퍼부어 내렸으면, 아 눈이라도 한 번 실폭하 게 퍼부어 내렸으면 그랬으면 비감이며 수심을 동결시켰다가 한바탕 봄에 내가 녹아스러져버릴 것인데, 비라도 습습히 내렸 으면, 그랬으면, 뼛속의 곰팡이 앓음으로 가슴은 앓을 틈도 없 을 것을, 안개라도 짙었으면, 아 그랬으면…”

그에게 두 번째로 “나는 무엇 때문에 유리로 꼭이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는가?”라는 의문이 들자, 그에게 “도대체 유리로 돌아가야 할 아무 이유도 끈도 없다”는, 대답 아닌 대답이 저절 로 따라들었다. 그리고 불현듯 “선인이 되기보다도, 성자가 되 기란 쉬운 것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한 연구(하)> 169쪽)

그는 어렴풋하게 성자가 되어 사람들의 심적 번뇌의 고백을 듣고 그를 훈계하고, 충고하기 보다는 ‘미소와 침묵’으로도 얼 마든지 역설적인 치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는 잠시 나마 현재 재건되고 있는 폐쇄된 교회당에서 자신이 성자가 되 는 꿈을 꾼다.

허나 그에게 확실한 것은, 그가 성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에게 ‘죽음이 두렵다’는 것뿐이다. 지금에 와서야 그는 “아직 은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살 수만 있다면 천 년이고 살고 싶을 뿐이고, 죽음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는 것뿐 이다.

그는 깊은 새벽 모두가 잠든 수도청을 지나 터벅터벅 정처 없 이 걷고 있었다. 불원간 그는 자신이 숙명에 의해 “더 흘러가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연이어 그는 “흐르는 것도 종내 는 멈추어지지 않으면 흐르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는 다. 그는 자신의 숙명이 아무리 씻어도 벗겨지지 않은 원죄 같 은 때와 같아 절망스러웠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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