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최지우 기자] 1930년대 시문학파 동인으로 활동했던 김현구 시인(1903~1950)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올 초 강진군이 제정한 현구문학상 첫 수상자가 선정됐다.현구(玄鳩) 김현구(金炫耈) 시인은 1903년 11월 30일 강진에서 태어나 김영랑, 박용철, 정지용, 변영로, 신석정 등과 1930년대 활동했던 시문학파 동인이다. 1930년 시문학 2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벌인 현구는 문예월간(1931), 문학(1934) 필진으로 참여해 한국시문학사를 풍요롭게 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생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제주도의 교감선생님과, 육지의 교장선생님의 전화 통화가 끊이지 않았다.서둘러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그러나 당일 비행기 티켓은 구할 수 없었다. 다음날 티켓도 광주행은 전 직원 것을 구할 수가 없었다.궁여지책으로 학년에서 한 명만 대표로 가기로 했다. 한 명이 자기 학년을 책임지자는 계획이었다.그러나 서울행 티켓은 전원이 구할 수 있었다. 교사 없는 하루는 임시 휴교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임시 휴교로 학교를 쉬고, 우리 교사들은 파도치는 방파제에서 육지를 바라보며 울먹였다. 그러나 그건 여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닥나무 채취한지의 원료는 닥나무이다. 닥나무는 11월에서 2월 사이에 1년생 햇닥을 채취해서 쓴다. 햇닥을 쓰는 이유는 섬유가 여리고 부드러워 양질의 한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지 제작 과정에서 종이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료이며, 닥나무는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참닥(조선닥)이 가장 좋다.□닥나무 찌기(닥무지)채취한 닥나무를 닥찌는 솥에 120~150단 정도 넣고 비닐을 여러 겹 덮어 증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밀폐한 뒤 불의 세기를 조절하며 8시간 정도를 찐다. 1시간 정도 뜸을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아버님! 한국고전문화연구원에서 메일이 왔구만요. 우리 한지가 조선왕조실록 복본용 전통 한지로 결정됐당게요”“뭐여? 정말인 겨?”“조선왕조실록 복본용 한지로 선정된 것을 축하 드립니다. 한지가 최고임을 인정합니다”모두들 사무실로 들어가 컴퓨터 주위에 모여 섰다.할아버지는 모니터를 보며 한참을 가만히 서 있더니 벅찬 표정으로 아빠의 손을 덥석 잡았다.“고맙다! 장허다.”아빠는 할아버지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좋은 일이 있어도 좀처럼 기쁜 내색을 하지 않던 아버지였다.‘그리 좋을까?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자, 이제부터가 시작이여.”할아버지가 지소 창고 문을 열었다.“이것을 꺼내서 깨끗하게 씻어야 혀.”할아버지가 한지 뜨는 발틀을 아빠에게 건네 주었다.“발틀이네요?”아빠가 발틀을 이리저리 돌려 보며 말했다.“그려. 이제부터 한지 뜨기를 정식으로 배워야지.”아빠는 발틀의 의미를 알기에 눈가가 벌게졌다. 전용 발틀을 갖는다는 것은 지장으로 입문하는 첫 발걸음을 허락받는 것이었다.“형님, 축하혀요.”갈담이 삼촌이 발틀을 씻으며 말했다. 한지를 뜨기 위해서는 전날에 작업하고 나서 발틀에 끼어 있는 닥풀을 긁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형님이 컴퓨터 앞에서 날을 세더니 이런 일도 있구마요. 형님은 컴퓨터 박사랑게요.”“내가 뭘, 이거 쉬워.”아빠는 갈담이 삼촌의 칭찬에 우쭐해서 말했다.“그려. 장허다. 너는 그렇게 그 뭐시냐, 컴퓨턴가 뭔가를 하고 갈담이는 한지를 만들면 되는 겨. 이번 기회에 10대 지장 임명식을 할 예정이여. 지장은 정당한 과정을 통해 뽑을 것이여”할아버지가 아빠와 갈담이 삼촌을 보며 말했다.“10대 지장이라……”아빠는 혼자 중얼거리다 웃었다. 전에는 관심도 없던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지우의 말에 아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수그린 채 잠시 무슨을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아빠를 모두들 잠자코 바라보기만 했다.“그, 그래, 아빠가 잘못했어. 자, 이젠 약속할게.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아빠가 지우를 바라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지우는 아빠의 눈빛이 다른 때와는 달리 무척 진지해서 이번에는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우는 만족스런 얼굴로 연꽃에서 나왔다. 엄마가 다가와 지우를 품에 안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댕기소녀는 살며시 웃는 얼굴로 지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누구 없어요?”지우는 꽃봉오리에 갇혀 있었다. 지우는 몇 번이고 외쳤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여긴 도대체 어디지? 빨간 댕기라도 있으면 댕기소녀를 만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하지?’무겁고 답답한 공기가 지우를 에워싸고 있는 것 같았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지우는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해 주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 즈음, 아빠가 닥나무 고목나무 아래서 발걸음을 멈췄다. 고목나무 옹이 사이로 빨간색이 보였다.“이게 뭐지?”아빠 등 뒤에 서 있던 엄마가 말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홍 지장은 복도 많어. 어디서 이렇게 듬직한 아들을 데려왔는 겨?”“내가 딸만 있어도 사위로 삼았을 거여.”갈담이 삼촌은 할아버지가 갈담장에서 데려와 키운 업둥이다. 여덟 살 때 이곳에 온 후로 한지마을을 떠나 본 적이 없었다. 그에 반해 아빠는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를 가면서 한지마을을 떠났다. 갈담이 삼촌은 할아버지의 무뚝뚝한 성질을 견디며 어깨 너머로 한지 만드는 법을 익혔다.한지마을에 있던 젊은이들은 거의 모두 도시로 나갔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만 잠깐 인사하고 가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한지마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동네 어른들께 알립니다. 오늘 마을 회관에서 닥나무 묘목을 배분하는디, 필요하신 어르신들은 나와서 받아 가시면 좋것소.”갈담이 삼촌은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이윽고 닥나무 묘목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촌이 앞에 나서서 마을 사람들에게 묘목을 나누어 주었다.“갑자기 묘목은 왜 이리 많이 심는 디야?”곰보아저씨가 물었다.“야, 곧 대량 주문이 들어올 거라는 정보가 있는디요,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서 1년생 맹아지를 미리 심기로 했어라.”“그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언제나 아침 일찍 기침 소리를 내던 할아버지가 웬일인지 일어나지 않았다.‘아빠 때문에 충격을 받아서 그런 걸까?’지우는 할아버지 방문 앞에서 서성거렸다.“할아버지, 식사하세요.”지우가 깨우자 부스스한 얼굴로 할아버지가 일어났다.얼굴이 푸석푸석한 게 좀 부어 보였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난 거여?”할아버지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할아버지, 어디 아파요?”지우는 할아버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아니다, 아녀. 늙으면 여기저기가 쑤시는 겨.”할아버지는 애써 태연하게 말했지만 방바닥에서 일어날 때 다리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지우는 창고를 둘러보았다.도침방아 벽에는 도침방아의 효과를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침방아를 많이 사용하라고 할아버지가 붙여 놓은 것이었다.한지는 마무리 가공처리 방법으로 도침을 한다. 도침방아는 종이를 질기고 얇고 광택이 나도록 하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쓰인다.할아버지는 조상대대로 내려온 도침방아를 무척 소중하게 여겼다. 이 도침방아가 한지의 질을 책임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할아버지는 마치 어린 아기를 만지듯 도침방아를 쓰다듬었다.“할아버지, 도침방아가 그렇게 좋아요?”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할아버지가 닥종이 인형들을 향해 합장을 하며 무언가 혼잣말을 했다.자꾸만 고개를 조아리는 게 아빠의 잘못을 대신 비는 것 같았다. 지우도 할아버지와 함께 빌고 싶었다.지우는 이곳에 들어 온 적이 있다고 말할까 망설이다 그만두었다. 왠지 어른들에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오래된 인형도 있고 아주 새 것도 있네요.”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지우가 말했다.“그래. 오래되었지야. 네 증조할머니가 솜씨가 아주 뛰어났어. 조상 대대로 만들어 오던 한지로 인형을 만들어, 이곳에 모셔 두고 제를 올렸지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너구나. 네가 뭘 한 겨?”“제가 화학약품을 쓰기는 했지요. 딱! 한 번. 딱! 한 번인데 뭔 일 있을라고요?”“딱 한 번? 몸 좀 편하자고 전통 한지의 약속을 깨 부렀어? 우리 조상님들이 백 년을 지켜 온 약속을 말이여?”할아버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약속이라니요?”“닥나무 정령님께 드리는 우리 조상님들의 약속이여. 전통 한지를 천 년이 가도록 지키겠다는 약속 말이여.”“요즘 세상에 정령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약속을 지킬 필요가…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걱정, 말게! 내가 공장을 잘 지키고 있을 테니 즐겁게 놀다 와.”아빠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갈담이 삼촌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지소 밖으로 나갔다.아빠의 작업은 동이 터 올 때까지 계속되었다.“워쩐대여, 워쩐대여!”곽 씨 아저씨가 마당에서 일광표백한 닥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달려왔다.“뭔 일이간디, 그리 소란이여?”“떴당게요, 떴어!”“뭐가 떴어, 아직 해도 안 졌구만. 뭐시가 떴다는 거여?”“그기 아니라, 환경청에서 떠 버렸당게요.”“환경청?”할아버지가 도침방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그려? 자네는 할 수 있어. 이번 기회에 자네 실력을 발휘혀 봐. 수입 닥지는 내가 미리 빈 창고로 배달해 줄 거구만.”아빠는 김 씨가 알랑거리며 기분을 맞춰 주자 마음이 마냥 들떴다.‘그 까짓것 내가 뭘 못 하겠어. 왕년에 나도 발틀 좀 흔들어 봤잖아.’아빠는 할아버지에게 사업자금을 얻어낼 때마다 일을 도우면서 한지를 만들어 보곤 했다.아빠는 개량 한지를 만들어 팔 생각을 굳혔다. 안 그래도 한 달이 다 되도록 땡전 한푼 만져 보지도 못하고 지소에서 일만 했다. 마침 슬슬 술 생각도 나고, 읍내로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댕기소녀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갇혔다고? 그런데 어떻게 나왔지?”“그건, 네 엄마의 도움 때문이야. 네 아빠가 정령제를 지내지 않고 마을 청년들이 도시로 나가면서 닥나무가 점점 죽어 갔지. 그런데 네 엄마가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 정령제를 모시면서 우리 닥나무 정령들이 하나씩 깨어나고 있어. 인간 세상에서 닥나무를 원해야 우리가 깨어날 수 있거든.”댕기소녀의 표정이 다시 살아났다.“우리 엄마? 어?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누가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아.”지우가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지우야,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언제 왔는지, 댕기소녀가 바로 지우 옆에 서 있는 것이었다.“어? 너 어떻게 여길……?”“빨간 댕기를 두르면 내가 언제든지 나타난다고 했잖아.”“근데 엄마가 널 봐도 괜찮아?”지우는 엄마를 힐끔 쳐다보고는 목소리를 조그맣게 내며 말했다.“걱정 마. 나는 너한테만 보이니까.”댕기소녀가 웃으며 말했다.“마침 잘됐어. 우리 인형나라에 가 보자! 모두들 널 보고 싶어하거든.”지우는 댕기소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알 수 없었다.댕기소녀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조선왕조실록이라.”아빠가 창문을 열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빠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그때 지우의 목에 두른 빨간색 댕기가 바람에 펄럭거렸다. 지우는 빨간색 댕기를 만지작거렸다. 순간 엄마의 얼굴과 댕기소녀의 얼굴이 겹쳐서 떠올랐다.어느덧 트럭은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한옥집 주변은 돌담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돌담길을 걷다가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갈담이 삼촌은 한지공예 전시관 앞에 차를 멈췄다.“얼른 엄마 만나고 와!”갈담의 삼촌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우는 엄마가 일하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아버지, 무슨 일입니까?”아빠는 잠이 덜 깬 얼굴로 할아버지에게 물었다.할아버지는 아빠의 물음에 대답도 않고 지소로 향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아빠는 갈담이 삼촌에게 물었다.“김 씨가 개량 한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모양이구만요.”“개량 한지라도 돈 주면 만들어 줘야 하는 거 아니야?”“형님은 아직도 아버지를 그렇게 모르간디오?”“아니, 개량 한지가 어때서?”“아버지는 전통 한지만 고집을 하시지라우(하시잖아요).”아빠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나저나 오늘 할 일이 많아라. 백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