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5. 닥나무 숲의 정령 <2>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5. 닥나무 숲의 정령 <2>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5.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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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엄마가 널 봐도 괜찮아?” “걱정마. 나는 너한테만 보이니까”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언제 왔는지, 댕기소녀가 바로 지우 옆에 서 있는 것이었다.

“어? 너 어떻게 여길……?”

“빨간 댕기를 두르면 내가 언제든지 나타난다고 했잖아.”

“근데 엄마가 널 봐도 괜찮아?”

지우는 엄마를 힐끔 쳐다보고는 목소리를 조그맣게 내며 말했다.

“걱정 마. 나는 너한테만 보이니까.”

댕기소녀가 웃으며 말했다.

“마침 잘됐어. 우리 인형나라에 가 보자! 모두들 널 보고 싶어하거든.”

지우는 댕기소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알 수 없었다.

댕기소녀는 지우의 대답도 듣지 않고 한지를 공중에 던져 지난 번처럼 두 사람이 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지우의 손을 잡아 끌었다.

“자, 어서 타!”

지우는 얼떨결에 댕기소녀의 손을 잡고 한지에 올라탔다.

잠시 후 넓은 닥나무 숲이 보였다. 초록나무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숲을 지나자, 빈집 마당에 서 있는 인형들이 보였다.

“와~ 저기, 지우가 온다!”

숲속에서 닥종이 인형들이 소리쳤다.

지우와 댕기소녀는 한지에서 사뿐히 내렸다.

“어서 와!”

왕관을 쓴 제법 큰 인형이 말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여러 명의 꼬마 인형들이 있었다. 댕기소녀가 지우의 손을 잡아끌어 인형들 곁으로 갔다. 작은 인형들 사이에 서자 지우는 자신이 거인 같다고 생각했다.

“닥나무 숲의 대장 정령님이야.”

댕기소녀가 왕관을 쓴 인형을 지우에게 소개했다.

지우가 살포시 인사했다. 그러자 귀여운 꼬마 인형이 다가와 꽃다발을 내밀었다.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해요.”

꽃향기가 코를 마비시킬 것만 같았다.

“이 꽃은 닥나무 꽃이야! 여름이면 노랗게 피어 오르지.”

닥나무 꽃은 정말 예뻤다. 작고 동글동글한 꽃은 꼬마 인형들의 눈망울 같았다. 제비 꼬리처럼 생긴 꽁지에, 목이 주황색인 벌새가 날아와 꽃 위에 앉았다. 벌새는 꽃에 쪽쪽 뽀뽀를 했다. 그리곤 꽃과 대화를 하듯 소곤거렸다. 벌새가 포르르 날개를 펴자, 나무 아래 꽃잎이 들춰지며 꼬마 인형들이 일어섰다. 그리고는 꽃 사이사이를 춤추며 날아 다녔다.

“여기는 인형들이 모여 사는 숲속 나라야. 우선 이 옷을 입어.”

댕기소녀가 옷 한 벌을 지우에게 건네 주었다.

“이게 뭐야?”

“한지로 만든 옷. 이곳 축제는 한지로 만든 옷을 입어야 입장할 수 있어.”

빨간색과 노란색의 꽃무늬가 그려진 한지 바지와 눈처럼 희고 보드라운 촉감의 저고리였다.

“이 옷을 한지로 만들었다고?”

지우는 보드라운 감촉에 놀라서 물었다.

“그래, 한지 중에서도 가장 얇은 잠견지로 만들었어. 이렇게 부드러운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 맑은 물에 여러 번 빨아야 해. 그러면 한지의 기포가 퐁퐁 뚫려 섬유질이 고와지지.”

댕기소녀의 말을 들으면서 지우는 계속 한지를 만져 보았다.

다른 인형들도 한지로 만든 옷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제각기 다양한 옷을 입고 있었다. 지우는 마치 궁중옷 전시회에 온 것 같았다.

왕비복을 입은 인형이 환영한다는 의미로 지우의 옷에 고로쇠나무 수액을 뿌렸다.

“와우! 수액을 뿌렸는데 옷이 젖지 않네?”

“응. 한지는 물에 적응을 잘하고 흡수와 증발이 모두 빨라.”

지우는 한지로 만든 옷이 참 신기해 보였다.

“우리는 너희 증조할머니 때부터 이 숲에서 살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네 아빠가 정령제에 참석하지 않고부터 우리들의 영혼이 갇혀 버렸지. 우리 영혼들은 원래 대대로 정령제를 지내야 깨어날 수 있거든.”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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