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10. 사라진 지우 <2>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10. 사라진 지우 <2>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6.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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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빨리 인형들에게 빌고 약속을 해” “전통 한지를 지키겠다고 약속해”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누구 없어요?”

지우는 꽃봉오리에 갇혀 있었다. 지우는 몇 번이고 외쳤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빨간 댕기라도 있으면 댕기소녀를 만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하지?’

무겁고 답답한 공기가 지우를 에워싸고 있는 것 같았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지우는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해 주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즈음, 아빠가 닥나무 고목나무 아래서 발걸음을 멈췄다. 고목나무 옹이 사이로 빨간색이 보였다.

“이게 뭐지?”

아빠 등 뒤에 서 있던 엄마가 말했다.

“지우가 평소에 들고 다니던 댕기인 것 같은데요?”

아빠가 빨간색 댕기를 들고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나무 사이로 꼬불꼬불한 길이 보였다.

“저기로 한번 가 볼까?”

아빠가 빨간 댕기를 주머니에 넣으려 했지만, 옷에 주머니가 없었다. 아빠는 할 수 없이 목에 걸었다.

그때였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어떤 여자 아이가 엄마 아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댕기소녀였다.

“어서 오세요! 지우를 찾고 계시죠?”

댕기소녀가 말했다.

“우리 지우를 아니? 근데 넌 누구니?”

아빠는 다짜고짜 댕기소녀에게 물었다.

“전 닥나무 숲에 사는 정령이에요.”

“정령?”

아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놀라기는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에 홀린 것만 같았다.

“지우를 찾고 싶으면 저를 따라오세요.”

댕기소녀의 말에 아빠는 선뜻 맘에 내키지 않아 망설여졌다.엄마 역시 믿기지 않아 머뭇거려졌다.

하지만 엄마가 먼저 댕기소녀를 따라 나섰다. 왠지 여자 아이를 믿어야만 할 것 같아서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빠도 엄마의 뒤를 따랐다.

댕기소녀는 닥나무 숲을 헤치고 나아가 길을 만들며 걸어 들어갔다.

닥나무 숲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둥근 보름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는 초조해졌다.

“아직 멀었니?”

엄마가 댕기소녀에게 물었다. 댕기소녀는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엄마 아빠의 눈에 처음 보는 낯선 정원이 보였다. 작은 연못에 연꽃이 피어 있었다. 바람 소리에 맞춰 연꽃이 열렸다가 닫혔고, 그 위로 새들이 날아 다녔다.

“여기가 어디야?”

엄마, 아빠가 발걸음을 주춤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형의 나라예요.”

댕기소녀가 대답하며 어느 연꽃 앞으로 걸어가더니 꽃잎을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꽃잎이 스르르 열렸다.

“아빠!”

지우가 연꽃 속에 서 있었다.

“지우야!”

엄마와 아빠가 연꽃 앞으로 달려갔다.

댕기소녀도 아빠 엄마 곁으로 다가왔다. 댕기소녀는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 있었다. 말은 안 했지만, 지우는 댕기소녀를 보는 순간 댕기소녀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어서 나와, 지우야.”

아빠가 지우를 안으려고 했지만, 지우는 그대로 서 있었다.

“아빠! 빨리 인형들에게 용서를 빌고 약속을 해.”

“약속? 무슨 약속을 하라는 거야?”

“전통 한지를 지키겠다고 약속해.”

아빠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지우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아빠에게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는데도 알아듣지 못해서 정령들이 무척 화가 났어. 그래서 아빠에게 알려 주려고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거야.”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데일리스포츠한국(20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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