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10. 사라진 지우 <1>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10. 사라진 지우 <1>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6.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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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우를 찾아 달라고 빨리 정령님께 부탁하세요”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홍 지장은 복도 많어. 어디서 이렇게 듬직한 아들을 데려왔는 겨?”

“내가 딸만 있어도 사위로 삼았을 거여.”

갈담이 삼촌은 할아버지가 갈담장에서 데려와 키운 업둥이다. 여덟 살 때 이곳에 온 후로 한지마을을 떠나 본 적이 없었다. 그에 반해 아빠는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를 가면서 한지마을을 떠났다. 갈담이 삼촌은 할아버지의 무뚝뚝한 성질을 견디며 어깨 너머로 한지 만드는 법을 익혔다.

한지마을에 있던 젊은이들은 거의 모두 도시로 나갔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만 잠깐 인사하고 가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한지마을을 지키는 갈담이 삼촌은 더욱 인기가 좋았다.

닥나무를 옮겨 준 대가로 갈담이 삼촌은 칭찬을 가득 받았다. 아빠는 마을 사람들이 갈담이 삼촌을 칭찬하는 것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지우는 아빠를 따라다니다가 닥나무 숲에서 불어 온 바람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바람이 왜 이리 세게 부는 거지?”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지우가 중얼거렸다.

한참 동안 닥나무 숲 쪽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닥나무 숲에서 곧 댕기소녀가 튀어나와 뭔가 재미있는 일을 벌일 것만 같았다.

‘숲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지우가 주머니 속에서 빨간 댕기를 꺼낸 그 순간 바람이 휙 불었다. 바람을 타고 빨간색 댕기가 날아가 버렸다.

“안 돼! 내 댕기.”

빨간색 댕기가 닥나무 숲 쪽으로 사라졌다. 지우는 얼른 댕기를 쫓아 달려갔다.

아빠는 닥나무 묘목 나누기가 끝나고서야 지우를 찾았다. 어둠이 점점 덮어 가는데도 지우가 보이지 않았다. 지우가 없어진 걸 알게 된 지소 사람들이 지우를 부르며 뛰어 다녔다. 노을빛에 잠긴 닥나무 숲 속이 소란스러워졌다.

“지우야!”

할아버지가 지소 안으로 찾아 들어갔다.

“지우야, 어디 있어?”

아빠는 닥나무 가지를 헤치고 숲으로 달렸다.

“지우야, 지우야!”

마당으로 들어서던 엄마가 아빠를 뒤따랐다. 엄마의 손에 닥종이 인형이 쥐어져 있었다. 지우가 없어졌다는 소식이 엄마에게 전해졌고 닥종이 인형을 만들던 엄마가 한옥마을에서 급하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내 정신 좀 봐. 닥종이 인형을 여기까지 들고 왔네.’

빤히 닥종이 인형을 내려다보던 엄마가 불현듯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아빠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디 가? 지우가 어디 있는지 아는 거야?”

아빠가 물었지만, 엄마는 대답 대신 숲 속에 있는 빈집으로 급하게 들어갔다. 그러고는 제단에 향을 피우고 닥종이 인형을 올려놓았다.

“새 가족이 생겼네요.”

엄마는 익숙하게 합장을 했다.

“닥나무 숲 정령님께 당신도 절을 올리세요.”

엄마가 아빠를 향해 말했다.

“정령?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 온 적이 있었지. 나는 왠지 오싹해서 여기가 싫더라고. 그리고 요즘 세상에 정령이 어딨어? 정령이.”

“분명 지우는 이 숲 속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우리 지우를 찾아 달라고 빨리 정령님께 부탁하세요.”

주춤거리는 아빠를 보며 엄마가 말했다.

“그래. 우리 지우를 찾아 준다면 뭔들 못 빌겠어? 우리 지우만 살려주신다면 평생을 한지 만드는 일에 바치겠습니다.”

아빠도 합장을 하며 연신 절을 했다. 절을 마친 엄마 아빠가 빈집에서 나와 집 뒤 작은 숲길로 접어들었다.

그때였다. 닥나무 숲 속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우 아빠가 나타났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들이 담장 아래서, 닥나무 숲에서, 마을 사이사이에서 들려 왔다.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데일리스포츠한국(20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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