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4. 아빠가 돌아오다 <3>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4. 아빠가 돌아오다 <3>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5.1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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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빠가 열심히 일을 했다. 지우는 땀흘리며 일하는 아빠를 지켜보고 있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아버지, 무슨 일입니까?”

아빠는 잠이 덜 깬 얼굴로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아빠의 물음에 대답도 않고 지소로 향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빠는 갈담이 삼촌에게 물었다.

“김 씨가 개량 한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모양이구만요.”

“개량 한지라도 돈 주면 만들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형님은 아직도 아버지를 그렇게 모르간디오?”

“아니, 개량 한지가 어때서?”

“아버지는 전통 한지만 고집을 하시지라우(하시잖아요).”

아빠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오늘 할 일이 많아라. 백닥 만들기를 해야 하고 주문받은 한지도 배달해야 하는디.”

갈담이 삼촌이 아빠 앞에서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알았어. 그것들 내가 다 할게.”

아빠가 마당으로 나서며 큰소리쳤다.

“정말요? 정말로 형님이 한단 말이지라?”

“나도 해봤잖아, 예전에. 내가 백닥 만드는 거 안 봤어?”

“맞아요. 청태를 제대로 안 긁었다고 아버지께 혼났당게요.”

“뭐? 그런 것까지 기억을 해? 자네 은근히 뒤끝 있어.”

“아, 아니구만요.”

아빠는 그동안 할아버지에게 깎인 점수를 채워 보려고 열심히 움직였다. 먼저, 보관 중인 피닥을 물에 불려서 흑피를 닥칼로 긁었다. 껍질을 긁어내면 청태 부분이 나왔다. 청태 부분까지 긁어내야 백피가 된다.

“형님, 그것 마무리되면 한지 배달 가야 하는디요?”

“알았어. 잠시 쉴 참도 없네.”

오랜만에 아빠가 열심히 일을 했다. 지우는 땀 흘리며 일하는 아빠를 지켜보고 있었다.

“형님! 좀 도와주쇼.”

한지 보관 창고로 달려간 갈담이 삼촌이 한지를 트럭으로 옮기며 말했다. 아빠는 군말 없이 갈담이 삼촌을 도와 부지런히 움직였다.

한지를 다 싣고 나자, 지우가 잽싸게 달려가 말했다.

“삼촌, 나도 데려가는 거죠?”

“그려, 얼릉 타.”

트럭의 시동을 걸며 삼촌이 말했다.

지우는 벌써부터 삼촌을 따라가려고 벼르고 있었다. 이번에 배달 가는 곳이 바로 엄마가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잠깐 틈을 내서 엄마가 일하는 곳을 구경하고 올 생각이었다.

갈담이 삼촌과 지우, 아빠가 나란히 앞좌석에 앉았다.

“출발!”

갈담이 삼촌과 지우가 동시에 외쳤다.

“아주, 죽이 척척 맞네!”

아빠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빠, 갈담이 삼촌과 나 사이를 질투하는 거야?”

지우가 아빠의 옆구리를 찔렀다.

“질투는 무슨 질투.”

아빠는 창문 쪽으로 눈을 돌리고는 밖을 내다봤다.

“삼촌, 오늘 배달하는 장자지는 어디에 사용해요?”

“우리 지우가 한지전문가 되겄네. 장자지는 합죽선과 부채용 한지로 많이 사용하고 조선왕조실록 수록지로도 사용한당게.”

“조선왕조실록?”

아빠가 관심을 보이며 갈담이 삼촌을 바라보았다.

“아, 할아버지가 신문을 스크랩해서 사무실 벽에 붙여 놓은 것 봤어요. 조선왕조실록을 다시 복원한대요. 삼촌도 봤지요?”

“그럼. 봤지. 할아버지도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에 참가 신청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제.”

갈담이 삼촌이 흥분해서 말했다.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16)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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