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걱정, 말게! 내가 공장을 잘 지키고 있을 테니 즐겁게 놀다 와.”
아빠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갈담이 삼촌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지소 밖으로 나갔다.
아빠의 작업은 동이 터 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워쩐대여, 워쩐대여!”
곽 씨 아저씨가 마당에서 일광표백한 닥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달려왔다.
“뭔 일이간디, 그리 소란이여?”
“떴당게요, 떴어!”
“뭐가 떴어, 아직 해도 안 졌구만. 뭐시가 떴다는 거여?”
“그기 아니라, 환경청에서 떠 버렸당게요.”
“환경청?”
할아버지가 도침방아 옆에 서서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잠시 후, 곽 씨 아저씨 뒤를 따라 두 명의 환경청 직원이 고개를 내밀었다. 두 사람은 할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흠, 흠.”
할아버지는 헛기침만 했다.
“홍 지장님, 요즘 폐수 처리 문제가 심각합니다.”
두 아저씨 중에서 키가 큰 아저씨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랑가?”
할아버지가 키 큰 아저씨를 쳐다보며 물었다.
“한지마을에서 흘러나온 물을 수질검사했는데, 환경오염지수가 기준치를 훨씬 넘었습니다.”
키 큰 아저씨가 할아버지를 보며 대답했다.
“홍 지장님이야, 전통방식을 쓰기 때문에 그동안 계곡에서 백피를 일광표백해도 문제가 안 됐지요.”
옆에 있던 키 작은 아저씨가 끼어들었다.
“그려. 백닥을 흐르는 물에 담궈 두고 일광표백을 허지.”
할아버지가 말했다.
“여태까지는 그랬지요. 하지만 이번 검사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그럼, 누군가 화학약품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 말이오?”
갈담이 삼촌이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키 작은 아저씨가 대답했다.
“환경청 양반! 오해가 있는 것 같은디, 내가 알아보고 연락을 하리다.”
할아버지는 당당하게 말했다.
“빨리 처리를 하지 않으면 사업장 폐쇄 명령이 내려질 겁니다.”
키 큰 아저씨가 다시 한 번 강조했지만 할아버지는 태연했다.
그때,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술에 잔뜩 취한 아빠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뭔 일 있어?”
아빠가 갈담이 삼촌에게 물었다.
“누군가 화학약품을 사용혔다네요. 근디, 그 물이 우리 지소에서 나갔다고 환경청이 우긴당게요.”
“환경청에서 수질 검사를 했다는 말이야?”
아빠가 환경청 사람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환경청 직원도 아빠를 바라봤다.
“왜, 다들 나를 봐? 내가 뭘 어쨌다고?”
사람들의 시선이 갑자기 자신에게 쏠리자 아빠는 당황했다. 할아버지가 그런 아빠 곁으로 다가왔다.
“혹시, 네가 뭔 일을 저지른 거여?”
“제가요? 제가 뭘 해요? 아무도 못 봤을 텐데…….”
“뭐라고? 그럼, 아무도 못 볼 때 뭘 한 겨?”
“그거야…….”
아빠가 휘청거리며 혀 꼬부라지는 소리를 하다가 그만 입을 막았다.
“이놈! 바른대로 말을 못 혀!”
“왜 이러세요, 아무도 못 봤다니까요.”
아빠가 소리를 질렀다.
“혹시, 형님이?”
갈담이 삼촌이 다리에 힘이 빠진 듯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