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11. 지장을 뽑아라 <1>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11. 지장을 뽑아라 <1>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6.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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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한지를 만들 때가 가장 표정이 밝아요!”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지우의 말에 아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수그린 채 잠시 무슨을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아빠를 모두들 잠자코 바라보기만 했다.

“그, 그래, 아빠가 잘못했어. 자, 이젠 약속할게.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아빠가 지우를 바라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지우는 아빠의 눈빛이 다른 때와는 달리 무척 진지해서 이번에는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우는 만족스런 얼굴로 연꽃에서 나왔다. 엄마가 다가와 지우를 품에 안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댕기소녀는 살며시 웃는 얼굴로 지우에게 다가왔다.

“역시 넌 우리 마음을 알아 줄 거라 믿었어. 널 데려와서 미안해.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는걸.”

댕기소녀가 지우에게 미안해하며 말했다.

“그래. 나도 우리 지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약속을 꼭 지킬 거야.”

아빠의 말을 들은 댕기소녀가 기쁜 표정으로 빙긋이 웃었다.

“우리 지우를 지켜 주었으니, 시키는 대로 해야지. 그래. 전통,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지켜야지.”

아빠가 다짐을 하듯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이참에 정령제도 모셔요.”

엄마가 말했다.

“그래. 이제부터 정령제는 내가 책임질게.”

아빠가 진심으로 대답했다.

“정말? 아빠. 고마워!”

“아, 맞다. 이거 네 거지?”

아빠가 자신의 목에 맨 댕기를 풀어 지우 목에 감아 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댕기소녀가 사라지고, 눈앞에 보이던 정원도 스르르 없어졌다.

아빠가 전통한지공예가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한국고전문화연구원장님의 공문이 떴다.

“조선왕조실록 복본용 한지 수매 신청하세요.”

“아버님, 수매 신청을 빨리 해야겠습니다.”

“그려, 언능 해야지.”

아빠는 할아버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신이 알아서 해보겠다고 나섰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할아버지도 속으로는 놀라는 기색이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잠자코 있었다.

아빠는 지난번에 약속을 한 날 이후 딴 사람처럼 변했다. 언제 사고를 쳤느냐는 듯 열심히 일했다. 인터넷으로 한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서 블로그를 꾸미고 조상 대대로 한지를 만들어 온 역사도 블로그에 올렸다.

■전통한지 바로알기

■한지 제작과정

■한지 상품안내

“아빠! 우리 블로그 회원이 엄청 많아졌어.”

신기해하는 지우를 보며 아빠가 흐뭇하게 웃었다. 할아버지의 오래 전 사진들이 모니터에서 웃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한지를 만들 때가 가장 표정이 밝아요!”

“그려?”

할아버지가 컴퓨터 속에 사진이 떠 있는 것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것 참 신기허네. 내 사진이 어떻게 거기 들어갔다냐?”

“하하하.”

오랜만에 가족들이 활짝 웃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아빠! 또 주문 들어왔어!”

블로그에 주문이 남겨져 있었다.

대한민국 종이문화예술작품 대전

참가자들이 쓸 전통 한지를 주문합니다.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데일리스포츠한국(2019.6.10)
데일리스포츠한국(2019.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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