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8. 도침방아 <1>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8. 도침방아 <1>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5.30 09:2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할아버지, 도침방아가 그렇게 좋아요?” “이래뵈도 이게 처음 한지를 배울 때 만난 도침방아여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지우는 창고를 둘러보았다.

도침방아 벽에는 도침방아의 효과를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침방아를 많이 사용하라고 할아버지가 붙여 놓은 것이었다.

한지는 마무리 가공처리 방법으로 도침을 한다. 도침방아는 종이를 질기고 얇고 광택이 나도록 하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쓰인다.

할아버지는 조상대대로 내려온 도침방아를 무척 소중하게 여겼다. 이 도침방아가 한지의 질을 책임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마치 어린 아기를 만지듯 도침방아를 쓰다듬었다.

“할아버지, 도침방아가 그렇게 좋아요?”

지우도 옆에서 도침방아를 만져 보았다.

“이래뵈도 이게 내가 처음 한지를 배울 때 만난 도침방아여. 도침방아는 변함없이 하나씨(할아버지)를 도와주는데, 느그 애비는 끊임없이 속을 썩혀.”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는 한지 외에는 정말 욕심이 없었다. 전통 한지를 만들고 지켜야 한다는 고집으로 일평생을 살아왔다. 그런 할아버지가 이상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지우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럼, 이 도침방아는 몇 살이에요?”

“이백 살이구만!”

“와! 그렇게 오래 되었어요?”

“조상대대로 내려 온 것이니, 아마도 더 많을지도 모르제.”

“와!”

지우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우는 이백 년의 시간을 마음속으로 헤아려 보며 도침방아를 만져 보았다. 마치 이백 년 전에 살았던 조상의 손을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참! 갈담이 삼촌이 할아버지를 찾았어요.”

지우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이유를 이제야 떠올렸다.

“도침방아를 찧으려는 게지.”

“오늘 도침방아로 작업을 하는 날이에요?”

“그럴런가 벼, 도침방아를 찧어야 닥피의 주름이 펴지는 겨.”

“할아버지, 저도 도침방아 한번 굴려 보고 싶어요.”

지우는 도침방아 디딤돌 위로 올라서며 콩콩거렸다.

“할아버지, 이렇게 해요?”

지우가 계속 도침방아 위에서 발을 굴렀다.

“그려, 그려.”

할아버지는 도침방아 옆에서 낑낑대는 지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견하다는 표정이었다.

“옛날에는 이 도침방아를 사람들이 두 명씩 올라가서 움직였지야. 그래서 힘센 젊은이가 동네에서 인기였어. 그런데 젊은이들이 하나둘 도시로 떠나가고 도침방아 찧기가 점점 힘들어졌지야. 그래서 시방은 모터를 쓰거나 열판을 써서 다듬기 작업을 하는 겨.”

지우를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는 지우가 도침방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기특하고 기뻤다.

“할아버지, 갈담이 삼촌한테 말하고 올게요.”

지우는 창고를 나와서 갈담이 삼촌에게 갔다.

갈담이 삼촌은 도침방아 찧을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삼촌, 할아버지를 찾았어요. 도침방아 창고에 있어요.”

지우는 갈담이 삼촌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려? 그럼, 이걸 들고 창고로 가야겄네.”

갈담이 삼촌이 햇볕에 잘 말린 한지를 들고 도침방아 창고로 들어왔다.

“오늘은 네가 해라. 어째 기운이 없어야.”

할아버지가 도침방아 앞에서 물러났다.

“예.”

할아버지는 갈담이 삼촌에게 도침방아를 맡기고 힘없이 물러나 앉았다. 갈담이 삼촌은 종이의 주름살을 펴면서 건조된 한지와 젖은 종이를 섞어서 쌓아 놓고 도침질을 했다.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30)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30)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