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9. 갈담이 삼촌 <2>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9. 갈담이 삼촌 <2>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6.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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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만 가득할 뿐 경험이 부족한 아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동네 어른들께 알립니다. 오늘 마을 회관에서 닥나무 묘목을 배분하는디, 필요하신 어르신들은 나와서 받아 가시면 좋것소.”

갈담이 삼촌은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이윽고 닥나무 묘목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촌이 앞에 나서서 마을 사람들에게 묘목을 나누어 주었다.

“갑자기 묘목은 왜 이리 많이 심는 디야?”

곰보아저씨가 물었다.

“야, 곧 대량 주문이 들어올 거라는 정보가 있는디요,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서 1년생 맹아지를 미리 심기로 했어라.”

“그려, 갈담이 말을 들어서 손해 보지는 않을 거구만.”

사람들의 눈빛이 갈담이 삼촌에게로 쏠리며,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닥나무는 1년 동안 키운 후, 베어서 닥지를 만든다. 11월에서 2월 사이에 베어 한지 원료를 만들고 나면 다시 묘목을 심어서 다음 해에 쓸 원료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때와 달리 묘목의 양을 갑자기 더 늘린 것이다.

“그렇지. 한지는 홍 지장 다음으로 갈담이가 잘 알지.”

“그런 정보는 어디서 알어 온 겨?”

“역시 갈담이여. 한지마을 지킴이다워. 이것 가져가서 돌밭에 심으면 되는 겨?”

“예. 어르신.”

“갈담이 덕에 우리 돌밭이 밥값을 할랑가 벼.”

마을 사람들이 대견하다는 듯 수군거렸다. 갈담이 삼촌이 쑥스러워했다.

아빠는 멍한 얼굴로 갈담이 삼촌의 행동을 지켜만 보았다. 갈담이 삼촌이 한지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것 같아 보이고,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독차지한 것 같았다. 아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빠! 뭐 해?”

“응?”

“일 안 해?”

아빠가 지우를 보며 어색하게 웃더니 갈담이 삼촌과 함께 마을 사람들에게 닥나무를 나눠 주었다. 의욕만 가득할 뿐 경험이 부족한 아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갈담이 삼촌은 할아버지가 시킨 일을 척척 잘도 해냈다. 아빠는 곁눈질로 계속 갈담이 삼촌을 흘낏흘낏 바라보았다.

한지 소비량이 줄어서 그동안 한지마을 사람들은 닥나무를 심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전통공예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지 주문량이 점점 늘어나 닥나무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아버님이 우선은 닥나무 십칠만 주를 심고, 올해 말까지 이십만 주를 늘려서 심으랍니다.”

갈담이 삼촌이 닥나무를 나눠 주며 설명했다.

“그 닥나무로 한지 오천만 장이 만들어지겠구만요.”

곽 씨 아저씨가 닥나무를 지게에 실으며 말했다.

“예, 한지 오천만 장이죠.”

갈담이 삼촌의 말에 마을 사람들 얼굴에 희망이 가득차 오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한지 오천만 장. 내가 만들 수 있을까? 한지 오천만 장 만들 일을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가슴이 울렁거린다.”

아빠가 지우를 보며 중얼거렸다. 두려움과 설레는 마음이 교차하는 묘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닥나무를 메고 가는 한지마을 사람들은 오천만 장의 한지를 이미 만든 것처럼 들떠 보였다. 동네 산마루에서 닥나무 이파리 냄새가 벌써부터 풍겨오는 것만 같았다.

“제가 밭까지 나르겠구만요.”

갈담이 삼촌은 어깨에 닥나무를 메고 산기슭을 올랐다. 허리 굽은 노인들의 닥나무를 밭까지 옮겨 주려는 것이었다.

“우리 갈담이 총각은 언제 봐도 든든해.”

노인들은 갈담이 삼촌을 칭찬했다.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데일리스포츠한국(20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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