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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5. 닥나무 숲의 정령 <1>내가 댕기소녀랑 친구가 된 것처럼, 닥종이 인형이 엄마의 친구가 된 것일까
  • 박월선 기자 newstrue@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19.05.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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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조선왕조실록이라.”

아빠가 창문을 열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빠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때 지우의 목에 두른 빨간색 댕기가 바람에 펄럭거렸다. 지우는 빨간색 댕기를 만지작거렸다. 순간 엄마의 얼굴과 댕기소녀의 얼굴이 겹쳐서 떠올랐다.

어느덧 트럭은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한옥집 주변은 돌담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돌담길을 걷다가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갈담이 삼촌은 한지공예 전시관 앞에 차를 멈췄다.

“얼른 엄마 만나고 와!”

갈담의 삼촌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우는 엄마가 일하는 연구소로 달려갔다. 아빠는 한지뭉치를 메고 갈담이 삼촌 뒤를 따라 뒤뚱뒤뚱 걸어갔다.

엄마는 연구실에서 닥종이 인형 몸체에 살을 붙이고 있었다.

“엄마!”

“지우야!”

엄마가 벌떡 일어나 지우의 볼에 얼굴을 비볐다.

“엄마 많이 바빠?”

“응. 지우가 놀러 왔는데, 미안해. 그동안 저기 가서 인형들 구경하고 있을래?”

지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닥종이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는 통유리 앞으로 갔다. 연구실 창문 쪽에는 통유리 전시장이 있었다. 그 안에는 이미 완성된 닥종이 인형들이 많았다.

“빈집에서 봤던 댕기소녀도 빨간 댕기를 했는데……. 인형들이 댕기소녀랑 비슷하네.”

지우는 닥종이 인형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엄마, 이건 뭐야?”

“그건 ‘노엮개’라고 하는 거야.”

엄마가 설명을 해준 노엮개 만들기는 마치 할아버지가 짚을 비벼서 새끼를 꼬는 것과 닮았다. 한지를 세 갈래로 꼬아서 요강, 가방, 세숫대야 등을 만드는 것이다.

지우는 언제 보아도 신기하기만 한 것들로 가득 찬 연구실 안을 두리번거렸다.

“지우야! 이것을 두 손바닥에 사이에 넣고 비벼 봐.”

엄마가 지우 손바닥에 가늘게 찢어진 한지를 올려놓았다. 한지의 감촉이 아주 부드러웠다.

“지우야, 저기에 있는 것들도 한번 구경해 보렴. 한지 만드는 과정을 닥종이 인형들로 실제처럼 재현해 놓은 거야.”

엄마가 가리킨 곳은 축소된 한지마을이었는데, 꼭 소인국 같았다.

“엄마, 우리가 거인이고 인형들이 소인들 같아. 엄마랑 이 신발 신고 소인국으로 떠나고 싶어.”

지우는 엄마가 만들어 놓은 종이 신발을 만지며 유쾌하게 말했다.

엄마는 한지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마술사 같았다. 엄마는 지우에게 말하면서도 손은 계속 지끈을 꼬고 있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꼬아 놓은 지끈을 서로 안아 주며 돌렸다. 서로가 서로를 안아 주니 점점 완성된 원이 만들어졌고 어느새 요강이 만들어졌다. 하나의 지끈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다섯 개의 한지 줄이 만나니 가능해졌다. 엄마의 손은 정말 신들린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엄마는 완성된 작품의 표면에 옻칠을 했다.

“조상님들은 숲속에 있는 옻나무에서 액을 채취해서 방수액으로 활용했어.”

“방수? 물을 막아 주는 거?”

“그래.”

엄마는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때마다 기뻐했다. 지우는 행복해 하는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내가 댕기소녀랑 친구가 된 것처럼 닥종이 인형이 엄마의 친구가 된 것일까?’

문득, 댕기소녀가 생각나서 지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머니에 있던 빨간 댕기를 꺼내 목에 걸었다.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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