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특집] 당신 기억 속 최고의 한·일전은 언제입니까 - ①

[3.1운동 100주년 특집] 당신 기억 속 최고의 한·일전은 언제입니까 - ①

  • 기자명 이한주 기자
  • 입력 2019.02.28 09:41
  • 수정 2019.02.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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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이한주 기자] 스포츠계에서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말이 나온 배경엔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특히 한·일전하면 빠질 수 없는 종목은 야구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야구 역사가 50년이나 늦다. 성인 야구 국가대표팀 통산 전적도 34승 2무 62패로 열세다. 그러나 한국야구가 급격히 발전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전적을 따지자면 10승 7패로 오히려 앞선다. 

이러한 한국야구의 성장은 82년에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부터 야구 선배들의 땀과 노력으로 만든 국제 경쟁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본지에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뜻 깊었던 명승부들을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기상천외했던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극적인 역전 스리런! -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기상천외했던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 <사진=KBO>
기상천외했던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 <사진=KBO>

1977년 니카라과에서 열린 대륙간컵에서 최동원, 김재박을 앞세워 사상 첫 국제대회 우승을 맛본 대한민국은 야구국제대회를 유치하기로 결정한다. 여러 노력 끝에 마침내 국제아마야구연맹은 1980년 8월 22일,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개최지를 서울로 확정지었다. 

대표팀은 초호화멤버로 구성됐다. 투수진엔 후일 프로야구 레전드로 꼽히는 김시진과 최동원, 선동열이 존재했으며, 야수진에도 장효조와 김재박, 한대화가 버티고 있었다.  

한국은 비교적 ‘약체’인 이탈리아와의 첫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네덜란드, 대만, 파나마, 캐나다,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를 차례차례 제압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마지막 상대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었다. 

한국은 직전 경기인 호주전이 연장 15회까지 가는 바람에 서스펜디드 게임(다음날 이어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 일본과의 경기 당일 오전까지 경기를 펼쳤다. 때문에 대표팀은 단 몇 시간만을 휴식한 채 일본과의 일전을 준비해야했다. 

한국은 선발 투수로 선동열을 내세웠다. 그는 당시 대학생 신분이긴 했지만 해외 스카우터들도 눈독을 들일 만큼 대회 기간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경기는 한국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초반 일본이 선동열을 상대로 2점을 선취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6회까지 일본 선발투수 스즈키에게 노히트 노런을 당할 정도로 꽁꽁 묶였다. 

빈타에 그치던 한국은 8회말 찬스를 잡았다. 선두타자 심재원이 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대타 김정수가 적시 2루타를 터트리며 한 점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후속 타자 조성옥이 착실하게 보내기 번트를 성공, 1사 3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타석엔 후일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리는 김재박. 

대회 기간 내내 부진했던 김재박은 번트를 시도할 것으로 보였고 일본 배터리도 이를 인식, 피치아웃을 시도했다. 그러나 김재박은 점프하며 배트로 공을 맞추는데 성공, 번트타구를 만들어냈다. 이 틈을 타 3루 주자 김정수가 홈에 들어오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김재박도 1루에서 살았다. 기상천외했던 이 장면은 후일 ‘개구리 번트’로 두고두고 회자된다. 

분위기를 탄 한국은 2사 1,2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타석엔 ‘해결사’ 한대화가 들어섰다. 그는 일본 4번째 투수 세키네와 풀카운트 접전을 펼친 끝에 6구를 잡아 당겨 잠실야구장 왼쪽 폴대를 맞췄다. 0-2로 끌려가던 한국이 순식간에 5-2로 경기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선동열이 일본의 공격을 막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 경기는 많은 야구 올드팬들에게 한국야구사 최고의 경기로 기억돼있으며, 대회와 같은 해 출범한 프로야구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일본 킬러’ 구대성과 ‘국민타자’ 이승엽. 그 전설의 시작! - 2000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거듭난 구대성. <사진=연합뉴스>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거듭난 구대성. <사진=연합뉴스>

2000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난 두 팀은 다시 한 번 명승부를 펼쳤다. 한국은 구대성을, 일본은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선발투수로 내새웠다.

한국은 구대성의 빼어난 피칭으로 일본 타선을 봉쇄했다. 하지만 타선이 마쓰자카에게 막히며 좀처럼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다. 

마침내 한국은 8회말 박진만이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흐름을 이끌었다. 정수근이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1사 2루의 득점기회를 만들었다. 후속타자 이병규가 평범한 땅볼 타구를 날렸지만 일본 수비진이 흔들리며 실책을 기록, 1사 1,3루 절호의 찬스가 이어졌다. 박종호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아직 아웃카운트 1개가 남아있었다. 다음 타자는 이날 3타수 3삼진에 그쳤던 이승엽. 

그러나 이승엽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마쓰자카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트리며 2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한국은 이어 김동주의 적시타까지 나오며 격차를 3점 차로 벌렸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구대성은 2연속 안타를 맞으며 1점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는 이날 9이닝 완투하며 5피안타 1실점 11개의 삼진을 기록,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승리의 두 주역인 구대성과 이승엽은 차후 한일전에서도 맹활약하며 ‘일본 킬러’와 ‘국민 타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미국 애너하임에 휘날리는 태극기! 2006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1라운드 & 8강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세 주역. 이승엽(좌), 이종범(중), 박찬호(우) <사진=연합뉴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세 주역. 이승엽(좌), 이종범(중), 박찬호(우) <사진=연합뉴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일본 대표선수 스즈키 이치로는 한국을 자극했다. 대회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30년 동안 한국이 일본에 이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며 도발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 대회서 일본과 3번 맞붙어 2번을 승리로 장식, 이치로의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  

한국은 3월 6일 도쿄돔에서 펼쳐진 일본과의 본선 1라운드에서 선발투수 김선우가 1, 2회 연달아 실점하며 0-2로 리드를 허용, 초반 분위기를 내줬다.  

끌려가던 한국은 결정적인 호수비로 흐름을 바꿨다. 4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니시오카가 날린 안타성 타구를 ‘국민 우익수’ 이진영이 멋진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실점을 막았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5회초 1사 2,3루의 기회에서 이병규가 희생플라이를 날리며 1점을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6, 7회에 별다른 기회를 갖지 못하며 일본에 경기를 내주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엔 ‘약속의 8회’가 있었다. 1사 1루의 상황에서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전년 일본 리그에서 37세이브를 기록한 이시이의 5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일본 팬들의 환호로 요란했던 도쿄돔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운명의 장난처럼 9회 등판한 박찬호는 2사 후 ‘30년 발언’의 주인공 이치로를 상대했다. 이치로는 박찬호의 3구를 타격했으나 공은 힘없는 포물선을 그리며 유격수 박진만의 글러브에 잡혔다. 한국 선수들은 환호하며 조용해진 일본 팬들 앞에서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한국과 일본은 3월 15일 미국 애너하임의 에인젤스 스타디움서 열린 8강 3라운드에서 다시 한 번 맞붙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한국은 호수비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2회말 2사 2루의 위기에서 선발 투수 박찬호가 사토자키에게 1-2간 빠지는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익수 이진영이 멋진 송구로 홈으로 쇄도하던 2루 주자를 잡아내며 실점을 막아냈다. 

이종범이 일본과의 8강전에서 8회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린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범이 일본과의 8강전에서 8회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린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팽팽하던 경기는 또다시 8회에 승부가 갈렸다. 한국은 1사 후 김민재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공격 물꼬를 텄다. 다음 타자 이병규도 2-유간 빠지는 안타를 터트렸다. 3루까지 질주하던 김민재가 아웃되는 듯 했지만 3루수 이마에가 볼을 놓치며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1사 2,3루. 타석엔 98년 일본 리그에서 뛸 당시 입은 부상의 후유증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이종범이 들어섰다.

일본은 최고의 중간계투인 후지카와 큐지를 등판시켰다. 하지만 이종범은 보란 듯이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를 터트리며 2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종범 본인은 3루에서 아웃됐지만 뜨겁게 포효하며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9회말 구대성이 니시오카에게 솔로포를 내주며 흔들리자 김인식 감독은 신인 오승환을 마운드로 불러올렸다. 오승환은 위력적인 구위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후 애너하임 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으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 승리한 뒤 한국 서재응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과의 8강전에서 승리한 뒤 한국 서재응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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