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커 국제상 수상작은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

2023 부커 국제상 수상작은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

  • 기자명 한휘 인턴기자
  • 입력 2023.05.24 11:18
  • 수정 2023.05.2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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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모은 천명관 작가의 ‘고래’는 수상 불발

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작가(왼쪽)와 앤젤라 로델 번역가(오른쪽). (사진=EPA/연합뉴스)
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작가(왼쪽)와 앤젤라 로델 번역가(오른쪽). (사진=EPA/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인턴기자] 올해 부커 국제상 수상작은 ‘타임 셸터’였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24일 오전(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열린 2023 부커 국제상(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시상식을 열고 ‘타임 셸터’(Time Shelter)가 수상작이라고 알렸다.

‘타임 셸터’는 불가리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작품으로,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유망한 치료법을 제공하는 한 클리닉을 둘러싼 이야기다.

이 클리닉의 각 층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과거를 10년 단위로 세밀하게 재현해 이들에게 친숙하고도 행복했던 옛 시절을 되돌려준다. 이 클리닉은 문전성시를 이루며 단순한 알츠하이머 치료소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시간의 도피처'를 의미하는 제목 '타임 셸터'는 여기서 유래했다.

유럽 각국은 이 클리닉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앞다퉈 채택하고, 급기야 자기 나라의 어떤 아름다운 과거를 재현할지를 두고 국민투표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점차 건강한 사람들까지도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피해 클리닉에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이러한 모습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잃고 영광스러운 과거에 집착하는 유럽의 암울한 세태를 경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묘사로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 '타임 셸터' 표지 (사진=부커상/연합뉴스)
소설 '타임 셸터' 표지 (사진=부커상/연합뉴스)

심사위원장인 프랑스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는 “아이러니와 멜랑콜리함이 가득한 빛나는 소설”이라고 평가하면서, “미래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노스탤지어(향수)가 독이 될 수도 있는 유럽 대륙에 관한 뛰어난 소설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미 ‘타임 셸터’는 올해 부커 국제상 수상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을 받아왔고, 지난 19일에 진행된 최종후보작 낭독회에서도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고스포디노프는 이번 수상으로 불가리아 작가로는 처음 부커 국제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와 함께 미국 출신으로 불가리아에서 활동 중인 번역가 앤젤라 로델도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한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받았던 천명관 작가의 ‘고래’는 아쉽게 수상이 불발되었다.

시상식 이후 천 작가는 "나온 지 거의 20년 된 '고래'로 갑자기 여기까지 왔다"라며 "올해의 재밌는 이벤트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고래’는) 굉장히 한국적이고 옛날이야기면서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다. 외국 독자들도 한국 독자들과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재밌고 인상적이었다”라며 ‘고래’의 보편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천 작가는 "문학상을 하면서 예비 후보, 최종 후보를 뽑고 1주 전에 낭독회를 하고 작가들을 이렇게 다 런던에 모아서 멋진 시상식을 하는 게 우리와는 다르다"라며 "한국 작가가 앞으로 부커상을 받으면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학을 더 많이 읽힐 기회니까 좋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커 국제상 시상식에 참석한 천명관 작가(오른쪽)와 김지영 번역가(왼쪽). (사진=EPA/연합뉴스)
부커 국제상 시상식에 참석한 천명관 작가(오른쪽)와 김지영 번역가(왼쪽). (사진=EPA/연합뉴스)

부커 국제상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에 주는 부커상의 한 부문이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과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힐 만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영연방 출신 작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아우르지 못한다는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부커상은 非 영연방 지역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2005년 국제상을 신설해 격년제로 시상하다가, 2016년부터는 매년 시상하고 있다.

상금 5만 파운드(약 8200만 원)는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그만큼 작품을 영어로 옮기는 번역가의 작업과 노고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한국 작가로는 소설가 한강이 2016년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와 함께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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