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 ’나전칠기 박물관 건립‘ 급해도 너무 급하다

목포시 ’나전칠기 박물관 건립‘ 급해도 너무 급하다

  • 기자명 최지우 기자
  • 입력 2024.01.2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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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최지우 기자] 목포시 관련 SNS가 요즘 시끄럽다. 난데없는 나전칠기 박물관 건립에 대해 관심 있는 시민들의 찬반양론이 매일 올라오기 때문이다.

목포시 나전칠기박물관 건립은 전 국회의원 S씨가 자진해서 기증한 나전칠기작품을 전시하고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고 목포시의 관광문화정책의 비전과 추진전략을 실현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자신이 오랫동안 모아 왔던 귀중한 전통공예 작품을 기증하는 것에 대해선 누구라도 그 과감함과 대단한 결심을 존경하고 존중해야 할 일이다.

기증자 본인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살고 싶은 목포가 예술의 도시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에 일조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라면 목포시민 누구나 존중하며 손뼉 치고 환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기증자와 정작 받아들이는 목포시민들의 입장 온도차가 커도 너무 크다,

목포문화연대 정태관 대표도 목포시에 박물관 건립은 목포시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으니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급하게 급하게 밀어붙이는 목포시의 행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나전칠기 기증자 S씨는 목포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목포의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 살고 싶은 마음에 2017년부터 원도심에 땅과 건물을 사 모았지만 그 과정에서 투기의혹을 받으며 목포에 큰 파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S씨는 지난 2018년 자신이 샀던 목포의 부동산 용지는 투기를 위한 용지가 아닌 박물관 건립을 위한 목적이며 매입한 용지에 박물관을 지어 자신이 그동안 모아 왔던 제품들과 함께 목포시에 기증하겠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에 공표했다.

S씨는 서울에 본인 소유의 나전칠기 박물관을 가지고 있지만 의원 시절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으면서 이곳도 문제가 되었다. 미인가 박물관으로 제품 판매까지 한 것으로 나타나며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원칙적으로 박물관에서는 물건을 판매할 수 없다. 당시 이러한 문제 때문에 S씨가 목포에 박물관을 건립할 것이라고 응대했다는 추측이 우세했다.

오랜 재판 끝에 지난 2022년 목포에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일단락 됐다.

이후 목포시민이라고 자처한 S씨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현시장과 관계를 맺고 적극적으로 선거를 도왔다. 그리고 현 시장이 당선되면서 S씨의 입지도 달라졌다.

박홍률 목포시장은 지난 2023년 3월 미리 한국나전칠기박물관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했고, 같은 해 5월 S씨는 나전칠기 작품 233점과 만호동 일대 토지 10필지와 건물 8개소를 기증했다.

목포시의 선심행정은 여기서도 나타났다. 기증도 받기 전에 미리 예산을 편성해 박물관 건립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한 것이다. S씨의 기증이 이유 있는 기증이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구나 나전칠기가 목포시를 대표할 수 있는 지역 전통 공예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 지역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공예도 아닌데 급해도 너무 급한 목포시 행정에 다들 의구심을 가졌다.

특히 재정 자립도가 낮은 목포시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고, 산재되어 있는 현안이 많다는 점이다

S씨는 자신의 운영하는 매체를 통해 박물관 건립을 독촉하는 방송을 하며 박물관이 건립되면 입장료와 그 외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데 일부 시민들이 정치적 해석으로 박물관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자신을 찾아온 대다수의 시민들이 박물관 건립을 찬성한다는 것이다. 참 의문이다. 내가 만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왜 목포에 나전칠기 박물관을 세우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어서 말이다.

목포시는 지난 10일 나전칠기 박물관 건립을 위한 시민공청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공청회라기보다 시민들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박물관 건립을 하겠다고 통보하는 자리라는 설명이 더 적절할 것이다.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마친 전 국민 대상 설문조사도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다. 설문내용도 박물관 건립 찬반 내용보다 건립을 확정 후 세부 사항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고, 무엇보다 내용이 어려웠다.

온라인 조사는 특성상 고령인구가 많은 목포의 대다수 시민들은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맹점이고, 오프라인은 각 동에 50여 장의 설문지를 비치해서 설문조사를 했다지만 이 또한 정확한 조사가 될 수 없는 구조라는 판단이다

시에 따르면 19일까지 마무리된 설문조사에서는 약 4900여 명이 참여했고 정확한 결과는 몇 주 후에 나온다고 한다.

당초 1월 28일 중앙부처에 박물관 건립을 위한 사전타당성보고자료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시는 예상치 못한 시민들의 반응에 올 하반기쯤에 한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우리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이 문화 발전으로 세계적인 도시가 되는 것을 꿈꾸며 소중한 자산을 기증한 S씨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감사해하고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증은 기증으로 끝나야 한다. 애초 전 국민 앞에 공표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냥 차분히 시간을 더해 당위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닐 것인데 급해도 너무 급하다.

목포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한 사람으로 우리 지역 문화발전을 누구보다 바라고 응원한다. 단 목포시가 혼자만의 욕심으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근거 없는 자만심에 기대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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