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현장] 기나긴 부침 딛고 4달 반 만의 QS…성장해서 돌아온 ‘투목곰’ 김동주

[데일리현장] 기나긴 부침 딛고 4달 반 만의 QS…성장해서 돌아온 ‘투목곰’ 김동주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3.09.3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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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선발 투수 김동주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4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선발 투수 김동주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잠실=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두산 베어스의 올 시즌 첫 잠실 라이벌전 위닝 시리즈. 그 중심에는 4달 반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끈 김동주의 호투가 있었다.

김동주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추석 연휴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섰다.

지난달 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한 달여 만에 얻은 선발 기회. 그러나 경기 시작부터 상황은 녹록찮았다. 배터리 호흡을 맞출 예정이던 양의지가 불펜 피칭 도중 왼손 엄지손가락을 다쳐 경기 시작과 함께 장승현과 교체된 것.

갑작스럽게 파트너가 바뀐 영향인지 김동주는 1회 2사 후 득점권 위기에 놓였으나 오지환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은 막아냈다. 이어 2회 초에도 깔끔한 투구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그러나 김동주는 3회 초 2사 후 박해민에게 우월 솔로 홈런(5호)을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비교적 홈런이 적은 박해민을 상대로 내준 홈런인 데다, 스트라이크 존보다 높은 코스의 유인구가 홈런으로 이어져 타격이 클 법도 했다.

하지만 경기가 안 풀리면 제구가 흔들리던 이전과 달리 김동주는 침착했다.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김동주는 4~5회에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가며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6회 초에는 선두 타자 박해민이 2루수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범타 2개로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늘린 데 이어 오지환의 타석 때 박해민의 도루 시도를 포수 장승현이 좋은 송구로 저지하며 이닝을 마쳤다.

7회부터 불펜진에게 배턴을 넘긴 김동주는 6이닝 2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최근 들어 마운드에 설 때마다 제구난에 시달린 김동주였지만, 이날은 95개의 공 가운데 38개만 볼일 정도로 비교적 괜찮은 제구를 보여줬다.

최고 시속 150km가 나온 패스트볼은 범타만 7개를 쓸어 담았고, 주력 변화구인 슬라이더 역시 힘을 보탰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비교적 위력이 약하다던 포크볼로 4개의 범타를 끌어낸 것. 선발 투수에게 필요하다는 ‘서드 피치’의 완성도가 상당히 좋아졌다.

팀의 전설적인 타자였던 3루수 김동주와 이름이 같아 ‘투목곰’으로도 불리는 김동주의 이번 시즌은 우여곡절이 적지 않다. 화려했던 시즌 초반에 비해 중반 이후 활약은 아쉬움이 짙었다.

4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경기 후 수훈 선수에 선정된 두산 선발 투수 김동주가 시상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4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경기 후 수훈 선수에 선정된 두산 선발 투수 김동주가 시상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시즌 초 두산의 5선발 경쟁에 합류한 김동주는 선발 후보군 가운데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주며 단숨에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꿰찼다.

5월까지 김동주는 8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비록 선발 경험이 적은 탓에 이닝 소화력이 다소 부족해 39⅔이닝만 던진 것은 아쉬웠지만, 평균자책점은 물론이고 탈삼진(37개), 피OPS(0.670) 등 세부 지표도 훌륭했다.

큰 키에서 나오는 높은 릴리스 포인트의 패스트볼은 최고 구속이 150km를 넘길 정도로 빠른데다, 횡무브먼트도 훌륭해 타자들을 공략했다. 여기에 140km 중반대가 찍히는 커터성 슬라이더가 훌륭한 완성도를 보이며 패스트볼과 좋은 합을 이뤘다.

이러한 활약으로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6월 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체력 저하로 구속과 구위가 조금씩 떨어졌고, 패스트볼·슬라이더에 이은 서드 피치인 포크볼의 완성도 부족도 발목을 잡았다.

조금씩 공이 맞아 나가자, 이번엔 제구까지 흔들렸다. 타자와의 정면 승부를 다소 피하게 되면서 볼이 늘어나고, 카운트 싸움이 불리해지다가 볼넷과 안타를 맞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6월 이후 김동주의 성적은 이날 경기 전까지 7경기 3패 평균자책점 7.67로 다른 사람 수준의 성적 편차를 보였다. 5월 이전 2.76개였던 9이닝당 볼넷은 5.67개로 폭증했고, 피OPS는 0.877까지 뛰어올랐다. 조기 강판이 잦아 이닝도 27이닝만 소화했다.

그러나 이날 김동주의 투구는 시즌 초반을 연상케 했다. 제구가 완벽하진 않았으나 좋은 구위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찍어 누르는 투구가 통하며 LG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빠른 2002년생인 김동주는 아직 21세에 불과하다. 성장의 여지가 많은 선수인 만큼 올 시즌 중간의 부침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문제점을 보강하고 반등의 가능성을 남긴 것만으로도 미래를 기대할 여지는 충분하다.

아시안 게임 일정을 고려하면 김동주는 한 번 정도 등판 기회를 더 잡을 가능성이 크다.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됐던 주목받는 유망주가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야구팬들의 흥미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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