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수도권과 비수도권 갈라진 부동산 民心, 해답은 ‘분산’이다

<김성의 관풍(觀風)> 수도권과 비수도권 갈라진 부동산 民心, 해답은 ‘분산’이다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2.0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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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 들어서도 대한민국에서의 부동산 전쟁은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언론은 올해 부동산이 “오르겠다”와 “내릴 것 같다”는 해설을 함께 실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고,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은 입만 벌리면 젊은이들에게 “걱정마라, 모두 해결해주마”라고 침을 튀기고 있지만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라 믿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민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다.

빚내서 집 마련 … 안정적으로 출산 계획 세워

30대 초반 3년차 맞벌이 부부 A씨와 B씨는 최근 경기도에 11평짜리 아파트를 마련했다. 구입비용은 5억원. 돈은 사내기금과 금융기관의 저금리 대출금 등 4억 5,000만원을 모아 조달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지만 더 이상 기다리다간 평생 내집 마련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비록 서울의 아파트를 사지 못했지만 등기서류를 넘겨받으면서 뛸 듯이 기뻐했다. 그동안 미루어왔던 아이를 가지는 일부터 일생 동안에 꼭 해야 할 계획을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빨리 빚을 갚고자 직장생활 외에 남는 시간에 유튜브까지 운영하고 있다.

12년차 회사원 C씨(37세)는 6년 전 A와 B씨처럼 무리해서 25평짜리 서울 ‘마용성’ 아파트를 5억원에 샀다. 그러나 여력이 없어 이 아파트를 월세로 임대해 주고 자신은 원룸에서 월세를 살아야 했다. 이후 부동산가격이 튀면서 부자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운이 좋았다. 그러면서 이곳저곳 이야기를 들어보니 강남에 소유한 아파트를 월세 500만원에 임대해주고, 자신은 월세 200만원짜리에서 살면서 나머지 300만원을 생활비로 쓰는 사람도 있었다. 비슷한 나이에 일찌감치 부동산에 갭투자하여 20억원대 돈을 번 사람도 있었다. 내집 마련을 위해 아득바득 줄을 서는 선의의 사람 외에도 집값 투기꾼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탈서울’ 꿈꾸는 은퇴자, 고향의 생활환경 빈약해 주저

직장을 은퇴한 D씨는 서울에 싯가 20억원짜리 30평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집값이 덩달이 올라 얻은 행운이었다. 이 아파트를 팔고 고향으로 돌아가 새 아파트를 구입한 뒤 말년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 4,829만원인 반면 경상북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억 7,401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한 채를 팔면 경북에선 6.6채까지 살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살이 40년을 박차고 나간다는 게 두려워 주저하고 있다. 고향의 문화적·경제적 환경이 뒤떨어진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주변의 많은 은퇴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선택된 서울 시민’으로서 또 집값이 튀는 행운이 올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반면 지방도시에서 살고있는 60대 E씨는 데리고 사는 딸이 걱정이다. 대학까지 나왔으나 지방에 여자들이 근무할만한 번번한 직장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을 기다려 왔으나 정권교체기가 되어버려 기대를 버렸다. 몇 년 전 서울의 투기꾼들이 몰려와 아파트값을 올려놓는 바람에 30평짜리 분양아파트가 6~7억원이 됐다. 딸이 시집간다고 하면 집을 마련해 줄 일이 막막하다.

G씨는 30대 지방 공립중학교 여교사이다. 직장은 안정되어 있으나 해로(偕老)할 남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 대기업이 없어 자신과 걸맞는 수준의 남성 회사원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 수도권에서 신랑감을 찾고, 자식도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켜 보려고 교직을 옮기기로 했다. 구직 젊은이들만 서울行을 하는 게 아니었다.

미혼여성, 지방에선 배필 찾기 어려워 수도권행

수도권은 솔직히 개인의 노력으로 안정된 보금자리를 꾸렸다기 보다는 집값이 급등하는 운(運)이 뒤따라 부자(?)가 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불평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 국민의 2분의 1 이상이 수도권에서 사는데도 불구하고 ‘교통사정이 나쁘다’ ‘정부가 철도 이용자들의 편의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교육 없이는 일류대학에 가기 어렵다’는 등등이다.

비수도권의 불만은 이보다 훨씬 많지만 기대를 버리고 산다. 최첨단 기업이 몰려있는 수도권으로 젊은이들이 모두 몰려가다 보니 지방은 인구와 문화시설이 줄어들고, 경제가 위축되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고속전철망 구축으로 전 국토가 1일생활권이 되면 기관(機關)이나 기업들이 지방에 골고루 배치될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첨단기업은 오지 않고 의료혜택에서부터 고급상품 쇼핑까지 모두 수도권이 빨아가고 있다.

“공급 확대”는 기득권 흉계 … 4차산업 비수도권 ‘분산’이 해답

앞으로 수도권을 순환하는 광역급행철도(GTX)가 완공되면 편리한 교통망 때문에 기업은 더 많은 공장을 지을 것이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좋은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극에 달할 것이 뻔하다. 정치인들마저 입으로는 ‘균형발전’을 외치면서도 수도권의 ‘표’만 의식하고 있어 지방소멸의 시간은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하지만 비수도권이 건강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수도권도 존재하지 못한다. 수도권은 전기사용량의 11%만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는 지방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자원 역시 두말할 나위 없다. 앞으로 각 지방이 독자적인 생활환경을 만들기로 한다면 수도권에도 원전(原電)과 수없이 많은 풍력발전기,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빈 땅과 옥상은 논밭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럴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상생(相生)’해야 한다. 수도권에는 ‘탐욕’만 존재하고, 비수도권에게는 ‘희생’만 강요한다면 ‘상생’은 깨질 수밖에 없다.

국토불균형, ‘세월호 침몰’ 초래 … 선장인 정치인 책임져야

그러려면 대한민국의 젊은이들까지 수도권 부동산에 영끌투자를 강요하는 ‘지옥같은’ 세상을 바꿔야 한다. “집값을 낮추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 따위도 투기꾼이나 기득권자들의 흉계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분산(分散)’이다. 이제부턴 삼성이나 SK같은 대기업이 새로운 4차산업을 비수도권에 세우는 게 ‘확실한’ 해결책이다. 국토의 자원들이 한쪽으로 쏠렸다간 세월호 침몰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선장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선장은 바로 정치인들이다.

다행히 20대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지방회생’을 약속했다. “지방의 소멸은 곧 국가의 소멸”이라고 했다. 대통령 후보와 정치인 모두가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김성(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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