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풍경] 오세영, ‘7월’

[시와 풍경] 오세영, ‘7월’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20.07.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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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정열의 바다는 사랑과 환희의 에너지

바다는 무녀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

산발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 오세영, ‘7월’ 전문

 

바다는 한 번은 비워내고 비운 만큼 채운다. 그렇게 썰물과 밀물이 공전하며 수평을 이룬다. 때로 해풍에 뒤집어지고, 아무 일 없는 듯 잔잔한 바다에는 우리네 세상살이를 재현한다.

섬에서 태어나 30년 넘게 섬 여행을 즐기는 이유는 그런 바다에 무한한 삶의 기표들이 나부끼고 생동하기 때문이다. 울적하고 마음 허해질 때면 무작정 섬으로 떠난다. 섬은 나그네에게 위안과 평화를 준다. 섬은 밤낮으로 사계절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연출하며 삶의 지혜를 일러준다.

마라도 해안파도
마라도 해안파도

매년 섬에서 시인들과 섬사랑시인학교 캠프를 연다. 평소 섬을 좋아하는 오세영 시인께서도 섬 분위기에 딱 맞는 한 편의 시를 낭송해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바다는 그대로 한 편의 시이고 시는 깊고 넓은 바다처럼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해준다.

시인은 파도치는 바다를 치마폭을 휘말리며 춤추는 무녀로 그렸다. 바다는 산발한 채 머리카락 휘날리며 푸르고 아름다운 광기를 부리는 광녀 같기도 하다. 마침내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안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그렇게 뜨겁게 달아오른 7월의 바다는 섹슈얼리티(Sexuality) 대상이다. 섹슈얼리티, 또는 성(性)은 성에 대한 감정과 가치관, 행위를 포괄한다. 인간은 감정과 이성의 동물이고 사회적 동물이다. 성적(性的) 지향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이끌리는 사회적 성(Gender)을 말한다. 젠더(성)는 에로틱한 욕망, 감정의 대상이 돼 이끌리는 성적 현상이자 성적 취향이다.

제주 남원등대 앞 파도
제주 남원등대 앞 파도

시인은 흰 거품 물며 끓어오르는 성적 대상으로 바다를 표현했다. 마침내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이 되는 바다, 그 가슴에 “안기고 싶”은 게 어디 시인의 마음뿐이겠는가.

7월, 정열의 바다는 우주 밖으로 뛰쳐나갈 만큼 사랑과 환희의 에너지를 내뿜는다. 그 “바다는 짐승”이고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가 되어 우리네 무한한 행복의 무대가 되고 상상력의 공간이 된다. 그렇게 서로 얼싸안고 몸 부비며 사랑하고 전율하는 “바다는 희녀”다. 푸르게 파도치며 “꿈꾸는 눈”이다. 7월에는 ‘푸르른 이마’를 쳐들고 우리를 기다리는 그 ‘처녀의 바다’로 떠나자.

글・사진: 박상건(시인. 동국대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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