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선 시인, <시와문화> 작품상 수상

최도선 시인, <시와문화> 작품상 수상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11.05 09:58
  • 수정 2019.11.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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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보듬은 따뜻한 시선과 손길 돋보여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제3회 <시와문화> 작품상에 최도선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꼬리연’이고 시상식은 오는 7일 오후 5시 대학로 혜화역 함춘관에서 열린다.  

최도선 시인의 ‘꼬리연’ 작품이 <시와문화> 작품상에 선정된 것도 우리 시대의 교육문화, 생활문화 현장의 고발정신을 높게 샀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과 손길이 절실할 때 시의적절한 시상식으로 평가된다.

최도선 시인
최도선 시인

수상작 ‘꼬리연’은 시인이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나갈 때”, “아침나절, 우악스런 남자가 남녀 두 아이 멱살을/잡아끌고 들어와 내 앞에 확 풀어 놓는다”로 스토리로 시작된다.

“가출한 엄마의 속옷을 입고 있는 여아와/매일 술에 취해 모두를 때려 부수는 아빠를 아빠라 부를 수 있는지 묻는/파르르 떠는 눈썹 짙은 아이를 바라만 본 나는/저 육체의 쾌락과 탕진을 소멸해줄 어떤 영혼이 내게 달라 붙어줄지/창백한 하늘만 바라보았다/내 안에 자리한 울음주머니를 떼어내려다 말고/꼬리를 흔들며 날아가는 꼬리연을 힘주어 보고만 있다”

시인은 문인이기 이전에 한 엄마이고 손주를 둔 할머니이다. 그렇게 유년의 아이들이 못 다 털어놓은 속울음을 대신 울어주고 있다. 저토록 “창백한 하늘만 바라보”며... 아이들이 다 말하지 않아도 그늘진 세상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속내를 다 안다. 시인은 모성애로 “내 안에 자리한 울음주머니를 떼어내려다 말고/꼬리를 흔들며 날아가는 꼬리연을 힘주어 보고만 있다”

우리 사회는 밝은 문화와 그늘진 문화가 공존한다.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문화란 무엇인가에 물음에 영혼의 도야(cultura animi), 즉 ‘성취해가는 과정’, ‘정신의 밭을 가는 일’로 비유했다. 사회학자 뒤르껭(Durkheim)은 교육의 과학화 주창했다. 사회적인 유대와 연대성에 기여하는 문화의 역할을 강조했다. 진정한 문화란, 집합적인 정서적 활기(collective emotional effervescence)와 집단 소속감을 매개하는 문화의 기능을 중요시했다. 사람들은 서로의 사회적인 소속감과 연대감을 위해 문화와 접하고 문화에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에 등장한 아이들은 소외되고 버림받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크게 도진 문제 중 하나가 사회병리현상이다. 사회적 질병이 여기저기 도사리는 이유이다. 이들을 보듬고 위로하고 해결해주지 못함으로서 이들은 사회 밖으로 밀려나고 사회화에 실패한다. 사회화에 실패한 경우를 ‘사회병리’라고 부른다.

그 다음 문제가 사회해체론이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은 이내 범죄, 비행 등 개인행동에 대한 규제력을 상실해 사회의 병리현상의 원인이 된다. 뒤르껭의 ‘아노미론’이 있다. 개인이 규칙을 지키는 자제력을 상실해 일탈 행위가 이어지고, 각자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면서 전체가 연이어 무너지고 분열 상태에 빠지는 이론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연대감이다. 공동체 문화 생산이다. 지구촌 어느 나라에나 상존하고 공존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서로를 보듬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또 다른 ‘하위문화’를 형성해 유럽, 남미 훌리건(Hooligan)이나 우리나라 스포츠팬들의 난동시건이 발생한다. 문화는 우리시대를 작동한 중요한 생명력이다. 특히 어린이는 민족의 희망이다. 처칠은 힘을 동반하지 않는 민족문화는 내일 당장 사멸한다고 했다. 함께 가는 길이 아름다운 길이다.

최도선 시인은 춘천에서 출생,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했다.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지내다가 은퇴 후 지금은 손주 녀석들 보는 재미로 산다. 시집으로 ‘겨울기억’, ‘서른아홉 나연 씨’, 비평집 ‘숨김과 관능의 미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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