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3. 빈집을 찾아서 <1>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3. 빈집을 찾아서 <1>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5.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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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손질을 하지 못한 집이었다. ‘어제 댕기소녀가 말한 그 빈집인가?’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지소가 보이자 지우는 뛰어온 길을 뒤돌아보았다. 닥나무 숲 어딘가에서 여자 아이가 숨어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지우야!”

“삼촌!”

지우는 팔딱팔딱 뛰어가서 갈담이 삼촌 품에 안겼다. 갈담이 삼촌이 키를 낮추어 지우를 안아 주었다. 삼촌의 가슴은 유난히 따뜻했다.

“야가, 무신 일이야? 삼촌이 한참 찾았잖어. 싸게싸게(빨리빨리) 들어가자. 하나씨(할아버지) 기다린다.”

숲이 시작하는 길 앞까지 찾으러 나온 삼촌이 웃으며 말했다.

지우는 대답도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

“야가, 뭔 숨을 요로콤(이렇게) 쉰다냐?”

갈담이 삼촌이 지우를 업었다. 그러고는 집을 향해 걸었다.

“인제사(이제서야) 왔는겨. 어서 밥 묵자!”

할아버지가 지우를 많이 기다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갈담이 삼촌이 지우의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 주며 말했다.

“언능, 묵어!”

허겁지겁 저녁을 먹은 후, 지우는 마루로 나와 오랫동안 숲을 바라봤다. 숲은 정말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지우는 잠이 들 때까지 계속 낮에 만난 여자 아이를 생각했다. 지우는 그 여자 아이를 댕기소녀라고 부르기로 했다.

밤새 뒤척이다 잠든 사이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또 뭘 하고 지내지?’

지우는 마루에서 뒹굴뒹굴거리며 댕기소녀를 생각했다.

빈집은 어디쯤 있을까? 왜 비어 있을까? 정말 그곳에 가면 댕기소녀를 만날 수 있을까? 댕기소녀가 진짜 아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줄까? 지우의 머릿속에는 온통 댕기소녀 생각뿐이었다.

“빈집을 찾아가 볼까?”

마루에 우뚝 선 지우가 닥나무 숲을 바라보았다. 지우는 마루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었다.

“지우야, 겁나게(많이) 심심혀?”

지소를 향하던 갈담이 삼촌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네, 무지무지 심심해요!”

지우는 갈담이 삼촌에게 닥나무 숲에 갈 거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삼촌이 지소 안으로 들어가자, 지우는 얼른 뒷길로 빠져 나와 숲속으로 뛰어갔다.

‘정말 빈집이란 게 있을까?’

지우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제보다 더 숲속 깊이 들어갔다. 한참을 걸으니 가늘고 꼬불꼬불한 길이 나왔다. 길 주위로 잡풀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산뜻한 풀냄새가 길을 덮었다. 지우는 그 냄새를 따라 걸었다.

나뭇잎이 무성하게 우거진 비좁은 틈을 벗어나자, 햇살이 강하게 쏟아졌다.

그리고 갑자기 바람이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눈앞에 아른아른 집 한 채가 보였다.

지우는 휘어진 가지를 양 손으로 헤치고 한 걸음 한 걸음 그 집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어제 댕기소녀가 말한 그 빈집인가?’

오랫동안 손질을 하지 못한 집이었다.

뒤틀린 넝쿨이 벽을 타고 지붕 위로 뻗어 올라 있었다. 집은 백 년도 더 됐을 것 같았다.

지붕이 군데군데 낡아 보였고,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가 꿈틀댔다.

집 옆에는 오래된 닥나무가 서 있었다.

‘귀신이 나오면 어쩌지? 그냥 돌아갈까?’

하지만 지우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빈집 쪽으로 다가갔다.

낮은 담 너머 마당에는 닥나무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지우가 나무로 만든 문을 밀었다. 누가 온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문이 삐걱 소리를 냈다. 지우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섰다.

“누-구- 있어요?”

닥나무숲의 비밀(저자 박월선)
닥나무숲의 비밀(저자 박월선)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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