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돌부처' 오승환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갔다. 계약이 무산됐던 텍사스 레인저스 대신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전통 강팀들이 모여있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로 갔다.
토론토 구단은 27일(한국시간) 오승환과 2019년 구단 옵션을 포함한 1년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 옵션은 오승환의 활약에 따라 토론토 구단이 행사하는 것이다. 오승환이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2년 계약이 되는 셈이다.
토론토 구단에서는 계약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캐나다 매체인 스포츠넷을 포함한 외신들은 2018년 계약 규모는 200만 달러라고 보도했다.
오승환의 보직은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토론토에는 로베르토 오수나라는 강한 마무리 투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수나는 1995년에 태어난 혈기왕성한 젊은 투수다. 2015년에 MLB에 데뷔해 곧바로 토론토의 마무리를 맡은 오수나는 그 해 1승 6패 20세이브를 기록했다. 패전이 다소 많았지만 평균자책점이 2.58로 좋았다. 피안타율도 0.191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오수나의 성적은 점점 좋아졌다. 2016년 4승 3패 36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한 오수나는 지난해 3승 4패 39세이브와 평균자책점 3.38을 올렸다 64이닝을 던지면서 홈런도 3개밖에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탄탄했다. 오수나는 그야말로 토론토의 '미래'다.
토론토가 이런 오수나 대신 오승환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오수나가 갑작스럽게 난조에 빠진다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2년 동안 마무리로 활약했던 오승환이 대신 기용될 수는 있겠지만 이미 세 시즌 동안 토론토의 마무리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던 오수나가 슬럼프나 부상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오승환의 토론토 내 보직은 셋업맨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MLB닷컴에서도 오승환이 9회에 등판할 마무리 오수나에게 세이브 요건을 이어줄 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승환이 셋업맨으로 강등을 당한 셈이지만 토론토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이전과 다름이 없다. 토론토에는 라이언 테페라와 대니 반스, 애론 루프 등 필승조가 있지만 아직 코칭스태프의 절대 신임을 받지는 못한다.
테페라는 1987년생으로 2015년에서야 MLB에 데뷔한 늦깎이다. 지난 세 시즌 동안 7승 4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32경기와 20경기만 출전하는 등 마이너리그와 MLB를 오갔다. 지난해에서야 73경기에 출전하며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다. 경험 측면에서는 오승환보다 밑이다.
반스 역시 2016년에 MLB에 데뷔했을 정도로 아직 경험에서는 부족하다. 지난해 60경기에 출전하긴 했지만 잠시 트리플A에 다녀오기도 했다. 3명 가운데 유일한 좌완투수인 루프는 2012년에 데뷔해 그나마 경험에서는 가장 뛰어나다.
토론토 구단이 오승환을 1, 2년 정도의 단기계약을 한 이유도 필승조에 경험을 더하기 위함이다. 오승환이 11년 동안 한국 야구대표팀에서 활약했고 MLB에서 두 시즌 동안 138경기를 뛰면서 7승 9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한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디말로 헤일 토론토 벤치코치가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오승환의 영입은 필승조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이미 2년 동안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베테랑으로서 효용가치가 높다"고 말한 것만 보더라도 오승환이 토론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승환이 사실상 필승조의 '조장'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