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시인’이 전하는 살아있음의 가치…신간 ‘순한 먼지들의 책방’

‘땅의 시인’이 전하는 살아있음의 가치…신간 ‘순한 먼지들의 책방’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2.16 12:14
  • 수정 2024.02.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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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순한 먼지들의 책방’. (사진=창비 제공)
신간 ‘순한 먼지들의 책방’. (사진=창비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차분하고 평온한 문장, 삶의 흔적이 담긴 언어로 보듬어 주는 정우영 시인의 신작 시집이 나왔다.

올해로 등단 35년을 맞은 정우영 시인의 신작 ‘순한 먼지들의 책방’은 ‘활에 기대다’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다섯 번째 시집이다.

삶과 죽음, 필연과 우연, 있음과 없음, 세계 안과 세계 밖 같은 궁극의 문제들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사색이 담긴 이번 시집에서는 삶의 정경을 바라보는 선한 마음과 애틋한 눈길, 뭇 존재에 대한 깊은 연민이 서린 맑고 투명한 시편들이 아름다운 잔상을 남긴다.

이러한 마음과 마음이 모여 바쁜 현대 사회를 거스르듯 느리고 편안한 문장으로 서정적인 이야기를 피고, 무엇보다도 ‘시는 삶’이라는 믿음으로 겸손과 성실로 세상을 받드는 모습이 신뢰를 준다.

‘순한 먼지들의 책방’에 수록된 시는 눈과 귀가 순해지는 듯한 따스한 손길과 삶의 내력이 깃든 질박한 언어가 특징이다. 눈과 귀는 언제나 굴곡진 삶을 바라보고자 낮고 작은 것들을 향해 열려 있고, 마음은 그들에게 기울어 있다.

마치 ‘생명의 거처’이자 ‘영혼의 안식처’처럼 기능하는 시지만, 마냥 무위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국가 폭력에 희생돼 스러져 간 이들의 넋을 기리며 역사의 뒷면에 가린 진실과 아픔을 되새기는 것 역시 정 시인의 문장이 가져다주는 매력이다.

그래서 그는 한때 민중문학과 노동문학 계열의 대표적인 시인으로도 꼽혔지만, 동시에 이에 앞서 자연의 숭고함과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는 천생의 서정 시인이기도 하다. 이번 시집은 ‘땅의 시인’으로서의 그의 언어가 독자들에게 살아있음의 가치를 깊이 전하는 글이 될 것이다.

추천사를 쓴 진은영 시인은 “어떤 견고한 고통도 먼지가 될 때까지 돌보겠다는 맹세, 그 영원하고 순한 사랑을 믿는 이”라고 정 시인을 표현했다. 그가 여는 ‘순한 먼지들의 책방’에서 그의 환영을 받으며 소소한 것들의 마음에 몸과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자.

창비.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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