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메랑의 법칙-내내 잘 살아야 하는 이유 

[기자수첩] 부메랑의 법칙-내내 잘 살아야 하는 이유 

  • 기자명 최지우 기자
  • 입력 2023.10.0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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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최지우 기자] 작은 시골 군에 발령받은 초임 군수가 농번기를 맞아 면을 시찰하던 중 면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지역 농민을 도와 일을 거들게 됐다. 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있는데 젊은 면사무소 여직원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군수님 막걸리 한잔 드시고 하세요” 하더란다.

어렵기만 한 군수에게 다가와 막걸리를 권하는 겁 없는 젊은 여직원을 보며 “이런 젊은이들만 있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공무원사회도 많이 밝겠구나”라고 느꼈다고 그 초임군수는 도를 책임지는 도지사가 되어 젊은 시절 일화를 회고록에 소개했다.

30여 년이 지나 그 당돌하고 야무졌던 여직원의 이름도 얼굴도 잊었지만 젊은 패기만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젊은 시절 일화로 지나갔을 이 얘기는 지난 8월 31일 강진군에서 진행된 도민과의 대화에서 초임 군수는 전라남도를 책임지는 전남도지사로, 당돌했던 젊은 면사무소 여직원은 강진군의 중추적 간부인 총무과장이 되어 재회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진군청 백경자 총무과장의 이야기다.

백경자 과장은 도민과의 대화 시작 전 직접 만든 영상자료로 김영록 전남도지사 회고록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췌해 자신이 막걸리를 권했던 그 여직원이라고 소개했다.

도민과의 대화에 참석했던 김영록 도지사와 군민들, 언론인들까지도 기억에 남을 깜짝 쇼였다.

30여 년간 잘 살아온 두 사람의 아름다운 재회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이제 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가 끝이 났다.

내년에 있을 총선 출마 예정자들에게 이번 명절은 참으로 중요한 기점이 되는 그야말로 황금의 기간이었을 것이다.

출마예정자들은 큰 뜻을 품고 새로운 결심을 한 만큼 자신을 알리고자 거리 곳곳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현수막을 걸었다. 가장 먼저 이름이라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민주당이 강세인 목포는 현직 민주당 국회의원이 있지만 현재 10여 명이 내년 총선을 향해 뛰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재선으로 영광을 재연하고 싶은 현역 국회의원, 그동안 꾸준한 도전으로 인지도를 얻은 만큼 이번만큼은 꼭 국회 입성을 꿈꾸고 있고 A,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역을 옮겨 다시 한번 도전하는 B, 3선 도교육감 출신 C, 현직 시의장의 아들로 젊음을 담보로 도전하는 D, 김대중 전 대통령 관저 비서관 E, 이재명 당 대표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F 등이 있다. 그 외 국민의 힘 정의당, 진보당에서도 출마예정자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다들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뛰고 있다지만 누구도 지나온 삶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벌써부터 출마예정자들에 대한 여러 개인 비사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굳이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잘 살아야 하거늘 하물며 모든 행동이나 하는 일이 노출되어 있는 정치인들은 말해 무엇하랴.

초임 군수와 젊은 면사무소 여직원이 30여 년이 지나 웃으며 자신 있게 재회할 수 있었던 건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은 잘 살아왔다고 떳떳한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한다지만 나에 대한 평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바라보는 상대방이 하는 것이다.

지역 모임 자리마다 찾아다니며 자신을 높여 당선자처럼 행동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지난 재임 시절 했던 사소한 잘못 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이도 있다. 또, 출마 명분도 제대로 찾을 수 없어 과욕으로 치부되는 이도 있다.

이렇게 과거 행동했던 하나하나가 부메랑이 되어 출마예정자들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어떤 모습으로 받아야 하는지 그건 당사자들의 몫이다. 내내 잘 살아야 하는 무섭고도 정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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