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최정서 기자] 코로나19 재유행이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이르면 올가을부터 코로나19와 계절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이 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첫 가을·겨울을 맞이하게 되면서 그동안 억눌려있던 다른 바이러스가 활개를 띨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인플루엔자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 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36주차·8월28~9월3일)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ILI)가 외래환자 1000명당 4.7명으로 집계됐다.
의사환자분율은 5주 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 5년간을 비교해봐도 최근 이례적으로 인플루엔자 의심환자가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5년동안 36주차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4.0(2018년)→3.4(2019년)→1.7(2020년)→1.0(2021년)→4.7(2022년)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에 거리두기 등의 원인으로 급격히 낮아졌다가 올해 들어 다시 높아졌다.
방역당국은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 등 남반구에서도 이른 시기에 계절독감 유행이 시작됐다며, 국내에서도 이른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의 바이러스를 포함한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도 전년보다 확연히 늘고 있다.
같은 자료에서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입원환자(아데노·보카·파라인플루엔자·호흡기세포융합·리노·메타뉴모·코로나 바이러스)는 36주차에 총 665명으로 지난해(94명) 대비 7배가량으로 늘었다.
특히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0건→156건, 리노바이러스는 38건→162건, 메타뉴모바이러스는 1건→122건 등으로 크게 늘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감시체계에 들어오는 바이러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2년 반 동안 줄어들었던 감염병이 원상복구 되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바이러스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할 경우 의료대응체계에 혼선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코로나19와 다른 바이러스가 동시감염될 경우 고위험군의 중증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도 봤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는 발열·호흡기 질환 등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초기에 진단만으로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인플루엔자 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타미플루, 코로나19는 팍스로비드 등을 써야 중증이나 사망으로 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정확하게 진단이 안 된다면 엉뚱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염려했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에 동시 감염됐을 때 중증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 자료를 보면 코로나와 인플루엔자에 동시 감염됐을 때 중증도가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다. 자료의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동시 감염이 중증도를 상승시킬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환자 수가 급증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영유아에 치명적이라 소아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