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우리에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가(1)

<김성의 관풍(觀風)> 우리에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가(1)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1.07.08 10:1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8개월 앞두고 20명이 넘는 후보들이 자천타천으로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지난날 선거에서는 반독재 투쟁 경력을 가졌거나 정부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많았던 반면 이번에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거친 인물이나 전문직 경력자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상황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대규모 동원유세는 사라지고, 방송을 통한 정책대결로 전환돼 차분해진 것도 다른 점이다. 

달라진 대선 출마 인물과 선거방식

대신 그들이 구상하고 있는 정책이나 개인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발가벗겨내고 비판하는 과정을 거쳐야 겨우 대권 레이스에 들어갈 수 있으니 웬만한 각오가 아니면 나서기가 쉽지 않다. 국민들은 특정 대권주자를 지지하거나 비판할 수도 있고, 결국에는 좋은 상품을 고르듯 국가의 장래를 맡길 인물을 선택하게 된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수없이 많은 미디어의 등장으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됐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민주주의가 원래 서양에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그 발달 과정을 보면 변화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인류가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250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부터이다. 농민들은 영주나 귀족의 땅에서 반노예 상태로 농사를 짓던 일에서 벗어나 도시로 몰려들어 공장 노동자가 됐다. 도시로의 인구이동은 가부장적 가족체제를 핵가족으로 바꾸어놓았다. 일찌감치 도시에 정착했던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인, 증권업자, 금융인, 학자, 언론인 등 시민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자본을 바탕으로 왕정에 대해서 권리를 주장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 나갔다. 산업화는 부(富)의 이동을 통해 가족·기업·정치·국가의 권력구조를 흔들어 놓았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제국주의가 유행하고, 부의 집중화가 이루어졌다. 도시의 처참한 빈민지역에 내몰린 노동자와 농민들은 사회주의 이론을 지향하거나 공산주의 국가를 세워나갔다. 그러자 영국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를 내세웠듯이 자본주의 국가들은 ‘복지정책’으로 대응했다. 자본주의도 여전히 많은 모순을 안고 있었지만 복지와 민주주의 제도 덕분에 체제우월성에서 사회주의를 이겼다.     

중앙집권체제에서 ‘정보화2시대’로 변혁 끊임없이 진행

우리나라는 어떠했는가. 임진왜란 이후 사회가 문란해지자 17세기부터 농업개혁을 주장하는 경세치용학파와 상공업 발전과 기술혁신을 주장하는 이용후생학파 같은 실학파가 등장했으나 크나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변화는 시민세력의 등장때문이 아니라 권력체제가 바뀌면서 일어났다. 왕정의 몰락과 식민지시대가 시작되면서 친일파들이 권력을 거머쥐었다. 농지개혁을 계기로 소농들이 민주정치의 유권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1950년 한국전쟁을 통해 전통적 지주와 유지들은 몰락하고 새로운 상공업자가 등장하여 재벌로 성장해 갔다.     
권력이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00년이 안된 짧은 기간동안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게 됐다.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이전되면서 권력은 자본에서 다시 정보와 지식으로 대체되었다. 자본은 세계를 초 단위로 넘나들게 됐고 편리한 소프트웨어 하나만 개발하면 하루아침에 백만장자의 서열에 오르는 시대가 됐다. MS-DOS와 윈도우 개발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된 빌 게이츠 신화 이후 세계의 젊은이들은 새로운 지식상품, 정보화상품 개발의 꿈을 가지게 됐다. 인터넷이나 핸드폰을 통한 기술로 1인 방송, 유튜브 등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정치인들은 기존 언론보다 이들의 반응을 더 예의주시하게 됐다. 급변하는 사회적 조류를 따라잡지 못하는 행정에 대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한 전문가와 시민들이 시정을 요구하게 됐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통제형 중앙집권적 정치체제에도 자극을 주어 권력의 분산을 가져오게 했다. 이제 권력은 경제 문화 정보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나누어 갖게 됐고, 남녀와 노장청(老長靑) 모두가 참여하는 다원주의적 엘리트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비대면 접촉이 보편화 되면서 우리는 또 한번 ‘정보화2 시대’를 맞게 되었는데, 어떤 변혁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자못 궁금하다.   
또 하나, 뚜렷하게 드러난 변화는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를 가치면서 대기업들이 더 이상 콘트롤할 수 없는 거대 권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다양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바꿔가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대기업의 새로운 사업 진출은 국가적 인구이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주식시장을 흔들기까지 하고 있다. 우리의 수도권 집중이 그 증거이다. 4차산업 역시 그들에 의해 이익이 더욱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73년만에 이룬 ‘선진국’ - 의무와 책임 감당할 인물 필요
반면 정치와 행정은 너무 느리게 바뀌고 있다. 이 분야는 여전히 노장(老長)과 연공서열제도가 지배하면서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에 대한 견제보다는 경제권력에 휘둘려 정당이 이익집단화 되어가는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73년간 우리는 식민지로부터 벗어나고, 전쟁 피해를 복구하고, 산업화를 이루었고, 독재정치를 해온 정치군인들을 축출하였고,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민주화를 이루어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가 놀랄만큼 숨가쁘게 달려왔다. 한편으로는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부의 양극화, 일자리, 환경, 부동산 등 삶의 질 향상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또 코로나 백신확보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과학기술의 발전 없이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4차산업과 메타버스의 시대를 맞아 이익이 한편으로 쏠리는 부익부를  막고 국민 모두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를 완성해야 하는 과제도 가지고 있다. 선진국 지위가 되면서 국제적으로 ‘나눔’의 책무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에는 국내 정치에서 ‘젊음’과 ‘공정’‘소통’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산적한 과제를 잘 파악하고 각 분야에 균형을 유지하면서 일을 챙겨 나아가야 할 사람이 미래의 지도자이다. 정치는 다양한 소리를 모아 아름다운 화음을 낼 수 있는 교향곡의 지휘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정권에 반발한 투쟁적 인물이나, 칸막이 쳐진 전문적 분야만 경험했던 인물이 지도자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바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꼼꼼히 잘 살펴보아야 한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